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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장례일에 상복 입고 출근했다"

성북구 도시관리공단 비정규직들, 노동 조건 개선 요구

서울 성북구 도시관리공단(이사장 이종순)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족 장례일에도 상복 차림으로 출근해 일을 마치는 등 비인간적인 노동 조건에 처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서울일반노동조합 성북구공공기관분회(이하 노조)는 성북구 도시관리공단 측 관리자의 부당 인사 평가 및 인사이동, 부당 근무 지시, 노동조합 탈퇴 종용 등의 횡포로 지난 1년 사이 근로 계약이 종료되거나 자진 퇴사한 사람이 9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김지련 노조 부분회장은 지난해 11월 공단 측 관리자인 A 팀장이 부하 직원인 인사 평가 담당자를 만나 '기간직 B, C, D의 근무 태도(근태) 점수를 60점 아래로 하라'고 지시한 것을 들었다고 이날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말했다. A 팀장의 이와 같은 지시가 있은 후, 공단에서 5년째 일하고 있었던 B씨와 C씨의 근로 계약은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종료됐다고 김 부분회장은 말했다.

김 부분회장은 "이는 표적 심사에 따른 엄연한 부당 해고"라며 "A 팀장의 입맛대로 인사가 좌지우지되는 것을 공단 노동자들은 다 안다. 오래된 관행이지만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것이 두려워 아무도 밖으로 말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전기 기사로 일하고 있던 노동자 E씨가 재작년 자진 퇴사하게 된 사연도 김 부분회장은 전했다. E씨는 공단 측 관리자와 의견 마찰을 빚은 바로 다음 날, 본래 자신이 하던 일과 무관한 도색 부서로 인사 조치됐고, 또 얼마 못 가 구립 미술관으로 한 번 더 인사 발령이 났다고 했다. 부당한 인사 조치를 더는 견딜 수 없었던 E씨는 퇴사를 결심했다고 노조는 밝혔다.

2010년에는 2인 1조 형식으로 일하던 구청 주차료 징수 요원이 4명에서 3명으로 감축됐다. 이에 따라 제때 화장실을 갈 수 없게 되는 등 노동 조건이 심각하게 악화됐으나, 항의하는 노동자는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김 부분회장은 말했다.

청소노동자 F씨는 2004년 시어머니 장례일에도 상복을 입고 출근해 청소를 마쳐야 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김 부분회장에 따르면, A 팀장은 F씨가 장례 일정을 보고하자, 장례일 동안 대신해 일할 사람을 직접 구해오라고 했다. 그러나 F씨가 자비를 들여 데려온 사람은 이틀 만에 일을 그만뒀다. F씨는 결국 상복을 입고 일해야 했다고 노조는 밝혔다.

성북구 도시관리공단의 불합리한 인사 관리 문제는 지난해 성북구의회에서도 시정을 요구받은 바 있다. 성북구의회 2012년도 행정사무감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도시관리공단 시정·처리 요구 사항으로 "계약직 재계약에 있어 일부 부서장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으므로 객관적이고 올바른 평가를 하기 바라며, 재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인사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기 바람"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김 부분회장은 "해당 관리자는 10여년 째 현장에서 왕처럼 군림하고 있다"며 "공단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북구 도시관리공단 관계자는 "근태 점수는 해당 팀장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팀장과 부하 직원)이 1, 2차 평가를 나눠서 하는 것이므로 조작이 불가능하다"며 "노조가 주장하는 내용들 가운데 사실 관계가 다른 부분은 없는지를 꼼꼼히 확인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청소 노동자 F씨의 사례에 대해 F씨는 당시 유급 휴가가 지급되지 않는 아르바이트직이었다고 밝혔다.

▲ 청소 노동자 모습. (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프레시안 자료 사진

"노조 탈퇴하면 더 좋은 조건의 연봉 계약 약속"


공단 측 관리자가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등 노조 탄압을 자행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성북구 도시관리공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27일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하지만 공단 측 관리자의 탈퇴 압박으로 설립 전후 이탈자가 잇따랐다고 김 부분회장은 말했다.

김 부분회장은 "설립 총회를 며칠 앞두고 있던 날에 A 팀장(관리자)이 나를 포함한 세 명을 만나 노조 가입 여부를 묻고, 우리 외에 가입한 사람이 누가 있는지를 확인했다"며 "그리고 일주일 뒤 조합원 세 명이 돌연 노조에서 탈퇴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들 모두 휴일에 A 팀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공단 측이 노조 설립 총회 자체를 무산시키려 했다고도 주장했다. 김 부분회장은 "오후 6시에 퇴근하고 노조 총회 장소에 집결하기로 했는데, 1년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하던 A 팀장이 또 찾아왔다. 소주나 한잔 먹자면서 나를 붙잡았다. 그러더니 총회에 오기로 한 사람들에게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어 '김지련이랑 술 먹을 거니까 총회 장소로 가지 말고 여기로 오라'고 하더라. 아무리 가야 한다고 말해도 불필요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으며 갈 길을 막았다"고 말했다.

노조를 탈퇴하면 더 좋은 조건에서 일하게 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도 있다고 했다. A 팀장은 1월 3일 공단에서 견인 기사로 일하는 G씨에게 노조 탈퇴를 조건으로 더 높은 연봉 계약을 해주겠다고 약속했고, 이후 G씨는 노조를 탈퇴했다고 김 부분회장은 전했다.

노조는 이에 따라 해당 관리자를 징계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라고 성북구청(구청장 김영배)에 요구하고 있다. 11일에는 성북구청 앞에서 이와 같은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은 노조가 특히 지목한 공단 측 관리자 A씨와 이틀에 걸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자리를 비웠다', '외근 중이다', '빨리 연락하라고 전하겠다' 등의 답변을 들었을 뿐 직접 연락이 닿지는 않았다.

서울일반노조 박문순 사무처장은 "정부가 앞장서 공공 기관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이야기하고 있는 때에 있을 수 없는 일이 공공 기관에서 벌어졌다"며 "21세기 인권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두 눈과 귀를 의심하게 되는 탄압"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공공 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하고, 상시·지속 업무에 정규직을 고용하는 관행을 공공 부문에 우선 정착시키겠다고 8일 밝혔다. 같은 날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비정규직 문제는 새 정부의 중요한 국정 과제이므로, 공공 부문의 기관장들이 의지를 가지고 비정규직 고용 개선을 적극 추진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공단 측에서 알려왔습니다

<프레시안> 보도 후, 성북구 도시관리공단 측은 다음과 같이 <프레시안>에 알려왔습니다.

"공단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11일 오전 노조 측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이종순 공단 이사장과 서울일반노조 박문순 사무처장 등이 공단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참석했다. 이종순 이사장은 면담에서 면밀한 사실 관계 조사를 약속했으며, 노조 측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계약 만료된 이들을 복직시키고 임금 보상을 하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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