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은 10일 런던 폭동에 대한 분석 기사를 통해 사태 확산의 원인으로 꼽히는 정부 재정 지출 삭감이 전세계적 현상임을 지적하고 "영국 폭동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미국 도시들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위험성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 안보 컨설팅 업체의 분석가는 "유럽 전역에서 시민 봉기의 조짐이 보인다"면서 이는 각국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재정 긴축이 정말로 시작됐다고 느낀다면 이번 폭동과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신은 "경찰이 압도적인 무력으로 시위를 진압하고 질서를 회복시킬 수는 있겠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진압한 결정적인 요소는 대규모 경찰력의 투입이었지만 경찰 또한 정부 재정 삭감 대상에 들어간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사태 진압을 위해 "경찰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경찰 예산의 20%를 삭감한다는 기존 정책은 예정대로 밀어붙일 게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이 경찰예산 삭감 계획에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10일 밝히는 등 보수당 내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 9일 리버풀 시내에서 한 폭동 가담자가 불타는 바리케이드를 앞을 걸어 지나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보수-자유당 연정의 긴축정책, 영국 젊은이들에게 직격타"
폭동 가담자들은 통신과의 9일 인터뷰에서 경찰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 불평을 쏟아내면서도 이번 시위의 근원적인 이유로 '빈부격차'를 꼽았다. 특히 최근 영국 정부의 재정 지출 대폭 삭감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줬다.
즉 이번 폭동은 지난 몇십 년에 걸쳐 진행된 사회적 분열과 주변화의 결과이긴 하지만 긴축정책으로 인해 사태가 더욱 악화됐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 정치인들은 막대한 세비를 쓰고 있고 은행은 점점 부유해지는 상황이 이들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자유기고가 페니 퀸튼은 9일 <알자지라> 인터넷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영국 노동계급의 젊은이들이 과도한 부채와 은행 부실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라며 재정 지출 축소는 잘못된 정책이었다고 꼬집었다.
퀸튼은 "올해의 예산 삭감으로 인해 런던에서 (매년 열리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름 프로그램들은 취소됐다. 이번 폭동은 (청년들의) 권태로움과 명확하지 않은 분노를 보여준다"면서 "젊은이들은 파괴 행위를 저지르고 사회가 그들에게 원하도록 만든 것들을 움겨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권 연정의 긴축정책은 젊은 세대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줬다"며 "엄청난 빚을 지지 않는 한 대학 교육은 없으며, 런던에 집을 사겠다는 것은 부모가 부자이지 않는 한 가능성이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 정부가 '감당할 만한 집세'라는 명칭 아래 도입한 것은 공공주택 임대료의 엄청난 인상이었고 이는 사람들을 대대로 살아온 집과 거리에서 내모는 것"이었다며 "치솟는 집값은 젊은 세대들이 자신들이 나고 자란 지역의 집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한다"고 전했다.
그는 머빈 킹 영국중앙은행 총재의 "이번 금융위기의 대가는 이 위기를 초래하지 않은 사람들이 부담하고 있다"는 지난 3월 1일 의회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당시 킹 총재는 정부 재정지출 삭감은 잘못이며 '더 많은 대중적인 분노'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놀라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킹 총재가 언급한 '분노'는 이제 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 9일 런던 북부 엔필드의 소니 창고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경제에 미친 영향은?
<로이터>는 이번 폭동이 시장에 미친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풀이했다. 파운드화 매도가 일부 있긴 했지만 시장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는 것.
통신은 "성공적이고 지속 가능한 긴축 정책의 모델"로 꼽히던 영국에서 이같은 사태가 일어남에 따라 양극화를 촉진시키는 재정 지출 삭감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신은 "투자자들은 영국의 (긴축)정책이 미국이나 다른 유로존 국가들에서 벌어지는 우유부단함이나 정치싸움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더이상 그렇지 않다"면서 "지난 주말만 해도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영국은 안전한 투자처였(지만 지금은 아니)다"는 한 투자 전문가의 말을 전했다.
또 통신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부동산과 은행 예금을 숨겨놓을 장소"로 꼽히던 영국의 명성에 금이 갔다면서 "이번 주에 일어난 일들은 안전한 피난처로서의 런던의 지위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금융업계의 관측에 따르면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세 불안 때문에 아랍의 정치‧경제 엘리트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에서 부동산을 구입하고 사치스런 생활을 누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영국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증명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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