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반정부 시위에 대한 당국의 강경 진압이 계속되면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현지 소식통과 활동가들의 말에 따르면 시위의 중심지인 하마에서는 3일(현지시간)에도 최소 37명이 숨졌다고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이로써 하마는 지난달 31일 이후 116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특히 정부군이 하마에서 시위대 진압에 집속탄을 사용했다는 정황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AFP> 통신은 "시리아군이 3일 터지면 산산조각이 나는 폭탄으로 공격했다"는 목격자의 말을 전하며 집속탄 사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집속탄은 하나의 모탄(母彈) 속에 수십에서 수백 개의 '새끼 폭탄'이 들어 있는 무기로, 불발률이 높고 정밀타격이 불가능해 대표적인 비인도적 무기로 꼽힌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107개국은 집속탄금지협약에 가입했지만 한국,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 목격자는 4일 오전에도 간헐적으로 기관총 소리가 들렸으며 병원 지붕에도 저격수들이 배치됐다고 말했다. 그는 "통신과 전기, 수도가 끊기고 식량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목격자는 <AP> 통신에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마치 양떼처럼 학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통신은 지난달 31일 이후 하마에서 발생한 희생자가 250명에 달한다는 한 주민의 주장을 전했다.
하마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도 4일 최소 7명이 정부군에 의해 사망했다고 현지 활동가들은 밀했다. 특히 시리아 중부의 탈비세흐에서는 11세 소년이 보안군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고 <AP>가 보도했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는 시리아 사태에 대한 첫 공식 조치를 내놨다. 안보리는 3일 바사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의 시위 강경 진압과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날 시리아에서 시위가 시작된 이후 200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이 희생됐다면서 "아사드 대통령은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비난했다. 인권단체 등에서는 지난 3월 이후 민간인 희생 규모를 17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즉각적인 개혁을 촉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슬픈 운명이 기다릴 것이며 결국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간 러시아는 시리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반대해 왔으나 이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상황이 변하면 우리의 관점도 변한다"고 뼈있는 말을 던졌다.
한편 알아사드 대통령은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복수 정당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선포했다고 4일 관영 <사나> 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시리아 야권과 반정부 시위대는 정권 교체만이 해결책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저명한 인권 변호사 안와르 알버니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권은 민주주의와 다원주의로의 개혁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개선을 위한 치장에 힘쓰고 있는 것뿐"이라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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