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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올림픽, 중국에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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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올림픽, 중국에 무엇을 남겼나?

[中國探究] 포스트 올림픽 3년의 '대국사유'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에서

중국에서 베이징 올림픽이 열린 지 3년이 지났다. 3년 전 중국인들은 대내외적 악재의 출현 속에서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열릴 수 있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리고 당시 그들은 올림픽 이후, 즉 '포스트 올림픽'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를 감히 예단하지 못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오늘, 포스트 올림픽의 광음 속에서 우리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발견한다. "이제는 올림픽 이전과 올림픽 이후가 있을 뿐이다"라고 외치는 그들의 선언은 베이징 올림픽이 새로운 역사를 여는 신기원이자 전환점(turning point)이라는 것을 잘 말해준다.

베이징 올림픽은 그들에게 창조적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새둥지'(鳥巢) 주경기장의 설계 속에서 그들은 포스트모더니즘과 중국 전통양식의 창조적인 결합을 읽어냈다. 올림픽 개막식을 통해서 그들은 전통문화의 재료와 최첨단 기법을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가를 배우게 되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펼쳐진 베이징의 푸른 하늘을 보면서 그들은 인위적 노력에 의해 환경이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가를 깨닫게 됐다.

그러나 정작 올림픽의 진정한 영향력은 올림픽이 막을 내린 후에 비로소 발동하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중국인이 인정하듯이 그 동력의 원천은 '자신감의 회복'이란 화두로 수렴됐다. 자신감의 회복은 중국사회 전역에서 마술 같은 위력을 발휘했다. 그것은 분명 80년대 초중반 중국이 막 개혁개방 무드로 접어들었을 때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 2008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모습 ⓒ뉴시스

'따라잡기'를 멈추고 '대체'의 길로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개혁개방 30년의 성과가 실제로 성취된 증거물이자 100년 넘게 지속된 치욕과 굴절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 대결산이었다. 경제적 발전의 기반 위에 조성된 전국민적 자긍심은 중국사회 전역에 산출할 수 없는 무한긍정의 효과를 낳았다. 2008년 말 세계는 전지구적 금융위기로 휘청거렸지만, 중국은 여전히 올림픽의 마술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무한효과를 내뿜었다. 대내적 무한긍정과 대외적 지각변동 가운데 중국의 위상은 어느새 'G2'로 부상했다.

중국의 '대국사유(大國思惟)'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전개됐다. 중국 논객들 중 특히 애국주의 성향이 강한 자들을 중심으로 기존의 담론 틀을 벗어나 과감하고 거침없는 언설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담론은 중국 내에서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주목을 받았다.

그 가운데 <차이나드림>(中國夢)을 쓴 류밍푸(劉明福), <중국은 불쾌하다>(中國不高興)를 쓴 숭샤오쥔(宋曉軍)과 왕샤오둥(王小東), <중국이여 일어나라>(中國站起來)를 쓴 뭐뤄(摩羅) 등이 대표주자로 부각됐다. 이들의 대표 저작은 모두 베이징 올림픽 이후에 출간됐다. 이들은 한결같이 중국이 새로운 시대에 직면하여 새로운 사유로 거듭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들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새로운 시대란 선진 자본주의 국가로 대표되는 서방국가를 더 이상 뒤쫓아가거나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는 시대가 아니라, 중국 자체의 이념, 정책, 전략, 실천으로써 서방 국가의 그것을 대체하는 시대를 말한다.

▲ 류밍푸의 <차이나드림>(中國夢)
중에서 류밍푸는 포스트 미국시대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대국사유를 전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을 곧 <차이나드림>이다. 그는 미국굴기, 소련굴기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바야흐로 중국굴기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미국모델과 소련모델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잘 살펴 동방모델, 즉 중국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패권적이고 획일적인 미국의 가치와 정책에 맞서 다원적이고 호혜적인 국제적 민주세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류밍푸의 대국사유는 더 이상 미국이나 서방 선진국가를 학습의 대상이나 참조의 모델로 선망하지 않는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서방 선진국가는 더 이상 따라잡거나 힘써 배워야 할 선망의 대상이 아니다. 서방의 이념, 가치, 제도 등은 중국적인 것에 의해 대체되어야 할 부정적 대상일 뿐이다. 이러한 대국사유는 2049년(건국 100주년)에 비로소 중등발달국가 수준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한 덩샤오핑의 '3단계론'(三步走)과는 현격한 온도차를 지닌다.

자기비하를 버리고 무한긍정의 심리로

논객 뭐뤄는 루쉰(魯迅)으로 대표되는 '아Q'식 자국민족 각성운동이 수명을 다했다고 선언한다. 뭐뤄 역시 루쉰의 작법이 자기부정을 통한 각성과 계몽의 의도를 지닌 애국주의의 발로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작법이 중국민족을 가장 열등하고 추악하다고 인정함으로써 자기 목에 족쇄를 채우는 정반대의 결과를 양산했다고 비판한다.

뭐뤄에 따르면, 중국굴기의 시대에 루쉰식의 자기비하 심리는 시대착오적인 것에 불과하다. 왕샤오둥의 논법을 빌리면, 이러한 루쉰식 심리주의는 착취와 패권을 일삼는 서구를 우월하게 생각하고 반면에 서구에 의해 박탈당하고 핍박받은 자국의 국민을 열등하게 신앙하는 '역향종족주의(逆向種族主義)'에 불과하다.

또한 이들은 80년대 세대 문화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비판하고 있다. 숭샤오쥔은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이들(중국판 386세대)은 막연한 서구 동경적 심리 상태 속에서 현실과 괴리된 문화 담론을 남발한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고준담론적 문예어투(文藝腔)는 갈 길이 먼 당대 중국의 발목을 잡는 심각한 장애요소이다. 반면 '80후' 세대(8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나 90후 세대는 이러한 80년대 학번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으며, 점차 논의의 장을 달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상 중국의 대국사유의 흐름을 살펴보았다. 현재 진행 중인 중국의 대국사유는 한마디로 평하자면 다소 거칠다. 그들이 표방하는 애국주의는 친정부적이라는 점에서 80년대 세대가 지닌 정부비판적인 어조나 담론의 다양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이들의 대국사유는 표면적으로는 대안을 말하고 대체의 담론을 표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그들이 비판하는 서구적 담론에 대한 안티 담론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논의하는 방향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더 이상 서구에 대한 동경이나 환상을 가지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자기비하나 자기부정을 통한 각성의 논리는 용도폐기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무한긍정 속에서 미래의 중국을 꿈꾸고 설계하고 있다. <차이나 메가트렌드>를 쓴 존 나이스빗이 말했듯이, 중국이 나아갈 길에 대한 방향은 이미 확립되어 있고 광대한 인민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그 성취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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