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태 전 공군참모총장이 외국 방위산업체에 군사기밀을 팔아넘겼다는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충격을 던진 가운데 군의 기밀 유출 실태가 생각 외로 심각한데도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이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대법원 전산망에 등재된 26건의 사건으로 현재까지 기소돼 형이 확정된 36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으며, 벌금 100만원이 최고형이었다고 5일 <조선일보>가 전했다. 36명 중 31명은 집행유예로, 4명은 선고유예로 풀려났다.
이 기간 동안 '별'을 단 장군에서 말단 사병에 이르기까지 수십 명이 수백 건의 군사기밀을 빼돌렸으며 그 범위는 각군의 전력증강계획과 최신 무기 도입 관련정보, 군사보안구역인 군 기지의 설계도면과 암호해독문, 전시작전계획까지 망라하고 있다.
기소된 대부분은 자신들이 유출한 정보는 이미 공개된 정보이며 군사기밀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며 법원은 국가안보에 현실적인 위험을 초래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다.
지난 3일 기소된 S무기중개업체 대표 김상태 전 공군참모총장도 검찰 조사에서 "검찰이 군사기밀이라고 주장하는 혐의는 이미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라면서 "회의 자료로만 만들었지 이를 미국 군수업체에 전달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군사기밀보호법은 군사기밀을 탐지·수집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이를 누설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특히 법률은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했거나 취급하는 사람'이 업무상 알게 된 기밀을 누설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록히드마틴 "비인가 기밀정보 획득 안해" 해명
한편 김 전 총장의 혐의와 관련, 그가 빼돌린 기밀을 제공받은 것으로 지목된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은 4일 "우리는 인가받지 않은 기밀정보를 획득하려 하거나 공급받지 않는다는 정책을 갖고 있다"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토머스 케이시 록히드마틴 공보담당자는 "(김 전 총장이 대표로 있는 S무기중개업체로부터는) 합법적인 조언만 받고 있다"면서 "우리는 컨설팅업체가 기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한국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든 나라의 현행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검찰도 록히드마틴이 S사로부터 고의로 비인가 기밀정보를 획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주장했다. 눈에 띄는 것은 '고의로'라는 부분이다. S업체로부터 제공받은 정보가 군사기밀에 해당하더라도 이는 자신들의 '사주'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해명인 셈이다.
록히드마틴은 한국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인 'F-X' 사업의 후보 기종 가운데 하나인 F-35 '라이트닝Ⅱ'의 제작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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