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년 동안 미군을 주축으로 진행된 수사 결과 이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탈레반에 흘러들어간 돈은 미 정부가 아프간 업체와 맺은 21억6000만 달러 상당의 운송 계약 가운데서 '비간접적' 방법을 통해 전달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같은 주장은 아프간 전쟁을 반대하는 개인 및 단체와 의회 등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것이지만 공식 조사 결과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미군 당국의 수사 자료는 지난 5월 종합된 것이며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료는 "미 정부와 계약을 맺은 사업자 8개 중 4곳은 범죄 사업체나 이적행위와 연관돼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8개 중 6개 사업체에서는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이들 사업자들은 부당이득행위와 돈세탁 을 통해 돈을 빼돌려 아프간 정부 당국자들과 경찰, 정치 브로커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당국자들에게 흘러들어간 돈을 이들이 그대로 뇌물로 착복한 것이 아니라, 일부를 무기 등으로 바꿔 탈레반에 제공한 사례도 있었다. 미 정보당국은 트럭 운송 업계의 여러 하청업자들로부터 돈을 받은 아프간 경찰 고위당국자의 은행 계좌 27곳에서 330만 달러의 돈이 무기, 폭발물, 현금 등의 형태로 저항세력에게 넘어간 정황을 포착했다.
▲ 미군이 전쟁을 시작한지 105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일 아프간 헬만드주 살람바자르 마을 인근에서 반군 세력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미군 해병대원들의 모습. ⓒAP=연합뉴스 |
돈 왜 줬나? "안전 보장받으려"
문제는 이들 업체들이 탈레반 등 저항세력에 자금을 제공한 것이 이슬람주의 테러리즘에 동의해서라기보다는 안전한 화물 수송을 위해서였다는 점이다. 미군의 물자를 수송하는 트럭들도 대당 몇백 만 원의 '보호세'를 바쳐야 할 만큼 아프간 현지의 상황이 위험하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와는 달리 아프간에서는 물자 운송이나 기지 경비, 건설 등의 업무를 미군이 아닌 계약을 통한 현지 사업자에게 맡겨 왔다. 이는 미군이 전투임무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훨씬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그러나 지난달 미 의회 회계감사원(GAO)이 발표한 보고서에도 현지 업체에 이같은 임무를 맡기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GAO는 사기, 부패 등의 가능성이 상존하며 미군에 적대적인 세력들에게 자금이 흘러들어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미 지난 2009년 여름부터 미군에 물자를 운송하는 사업체의 하청‧중개업자들이 지방 군벌들과 탈레반 세력에게 돈을 지급하고 있다는 보고는 빈번하게 나오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미군 조사 당국은 당시 트럭 한 대당 1500~2500달러(약 158~263만 원)의 보호세가 지불된 것으로 추산했다. 대금 지불은 아프간 보안 업체를 통하거나 또는 직접 탈레반 지도자들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신문은 이런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대처가 늦어지면서 8개 사업자들 모두가 여전히 미국 정부로부터 돈을 받고 있고 심지어 지난 3월에는 국방부와 재계약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오는 9월 재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운송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방침이며 몇 주 안으로 이같은 내용이 발표될 것이라고 신문에 전했다.
2001년 시작된 아프간 전쟁은 이달 7일 105개월을 넘기며 베트남전(103개월)보다 긴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이 됐다. 미군은 현재 아프간에 10만 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지난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중 3만3000명을 내년 여름까지 철수시킨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나머지 6만8000명은 2014년 말까지 철수할 예정이다.
한국은 지방재건팀(PRT) 경호를 위해 320명의 군 병력을 아프간에 파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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