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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2500명 일하다 사망…과태료는 고작 95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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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2500명 일하다 사망…과태료는 고작 95만 원"

민주노총 "노동부의 형식적 점검이 안전 불감증 키워"

고용노동부가 17명의 사상자를 낸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대림산업 사업주를 사법 처리하고 8억374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9일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을 1002건 위반한 결과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공장 구미 불산 누출 사건 특별근로감독에서 1934건의 관련법 위반을 적발, 2억5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두 사건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일련의 조치는 이전 사례와 비교하면 제재 수위가 높다는 평이 나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용노동부가 이로써 '면죄부'를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비판도 거세다. 언론을 통해 대형 사건으로 비화한 두 참사는 일단 이렇게 일단락됐지만, 이들 사건과 유사한 사업장 안전사고로 노동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일하다' 목숨을 잃고 있다.

당장 지난 7일에는 창원의 한 제조업체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 2명이 사망했다. 이로부터 이틀 전인 5일에는 안산의 전자제품 공장에서 염산이 누출돼 2명이 경상을 입었다. 2일에는 용인 신분당선 공사장에서 1명이 낙석 사고로 사망했다.

지난달 28일에는 포항 포스코 제강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철빔 기둥과 크레인 사이에 몸이 끼여 사망했다. 지난달 26일에는 대구 관로공사에서 일하던 노동자 3명이 흙더미에 깔려 다쳤고, 부산에서는 60대 페인트 작업 노동자가 감전으로 사망했으며, 울산에서는 하청업체 노동자 지게차에 치여 사망했다. 그 전날에는 양주 공사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1.9톤 철근 뭉치에 맞아 숨졌다. 지난달 24일에는 장수에서 저수지 공사장이 무너져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고, 함양에서 크레인이 넘어져 작업자 2명이 숨졌다.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 여수산업단지 내 대림산업 화학공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의 현장 조사가 진행된 3월 15일 오전 경찰이 폭발 사고가 발생한 사일로(silo·저장탑) 주변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끊이지 않는 산재, 계속되는 솜방망이 처벌

민주노총이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송치된 사건은 총 8737건이었다. 이 가운데 중대 재해(산업재해 중 사망 등 재해의 정도가 심한 것)는 2290건이었으며, 이 중 벌금형이 57.2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혐의 없음'으로 종결된 사건은 13.8퍼센트, 기소유예가 11.1퍼센트로 그 뒤를 이었다. 징역형이 부과된 사건은 2.7퍼센트에 불과했다.

특히 2011년부터 2012년 7월 말까지 발생한 총 1298건의 사망 재해 사건에서 고용주가 구속된 건은 하나도 없었다. 한정애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이와 같이 밝히며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질타했다.

그나마 벌금도 1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소액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안전보건위원회는 9일 논평을 내고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매년 노동부가 시행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점검에서 90퍼센트 이상의 사업장이 법을 위반하지만 과태료는 평균 95만9000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소액의 과태료만을 부과하는 노동부의 형식적 점검이 반복됨으로써, 사업주의 안전 불감증이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국장은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가 공식 발표되기 시작한 지난 2001년 이후 10년간 약 2만500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며 "매년 2500명의 노동자가 죽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10년 동안 무수한 산업안전법 위반 사업장이 있었는데 노동부는 왜 대림산업이나 삼성전자에 이번에 한 것처럼 감독과 처벌을 하지 못했는가"라고 이날 논평에서 물었다.

그러면서 2011년 냉매 가스 교체 작업을 하던 작업자 4명이 작업 도중 냉매 가스에 질식해 사망한 이마트에는 벌금이 고작 100만 원 부과됐고, 지난해 8명이 사망한 LG 화학 청주공장에서는 재료팀장 단 1명이 구속됐다고 민주노총은 비판했다. 또 지난해와 올해 하청 노동자가 각각 6명과 3명이 사망한 당진 현대제철과 경남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점검 결과가 대림산업과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점검 결과처럼 나올 것이냐고도 따져 물었다. (☞관련 기사 보기 : 넉 달 사이 3명 사망, 대우조선해양에선 무슨 일이?)

또 민주노총은 논평에서 언론에 전혀 보도되지 않은 노동자 산업재해 사망 사건들은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고용노동부에 물었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죽음도 언론의 보도 여부, 장관의 방문 여부에 따라 차별받고 있다"고 평했다.

민주노총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처벌의 근본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산재 사망 처벌 강화 특별법(기업살인법)'이 시급히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글 보기 : "기업이 살인을 한다는 겁니까? 참 심하게들 하시네", 우리는 일터에 죽으러 가지 않았습니다 , 민주노총 "여수 산업 단지 폭발 사고는 기업 살인"여수 폭발 사고 사상자들, 1개월짜리 '초단기 계약직')

대림산업, 무자격자에게 안전관리 업무 맡기는 등 1002건 법 위반

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대림산업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보면, 대림산업은 1002건의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

대림산업은 시설 보수 등 132건의 공사에서 하청 업체에 안전보건 관리비 7억78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고 무자격자에게 안전관리 업무를 맡겼다.

하청 노동자 보호를 위해 운용돼야 하는 안전보건협의체는 구성되지 않았다. 분기별 1회 이상 열어야 하는 원·하청 합동 안전보건점검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

화학공장설비 용접 작업자에게 2시간 이상 실시해야 하는 특별안전보건교육도 1시간만 실시했다. 화학물질의 위험성과 비상조치요령 등을 설명하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교육도 시행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442건에 대해서는 사업주를 사법 처리하고, 508건에 대해서는 8억374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안전 인증을 받지 않았거나, 검사 주기가 지난 압력 용기 등 안전 조치가 미미했던 기계·기구 15종은 바로 사용 중지를 조치했다. 그 외 784건의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시정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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