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핑 AU 집행위원장은 3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의 무기 지원은 리비아를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소말리아와 같은 상황으로 만들 수 있으며, 이 지역 전체를 위험에 빠트리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핑 위원장은 "(프랑스의 무기 지원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며 "내전, 리비아 국가의 분할, 소말리아화(化), 테러 등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위험은 이웃 국가들의 우려를 불러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프랑스의 무기 지원은 리비아에 대한 무기 제공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970호를 위반한 것"이라며 프랑스에 해명을 촉구했고,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유엔 결의로 위임된 권한을 넘어서는 어떠한 행위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리비아에 대한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970‧1973호가 리비아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금지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리비아 공습에 앞장섰던 프랑스가 앞장서서 안보리 제재안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센 것.
제럴드 호워스 영국 국제안보전략장관 또한 전날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이 일부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영국은 프랑스의 조치를 따라 하지 않겠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호워스 장관은 "유엔의 결의안도 특정한 상황에서는 방어적 무기를 허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영국은 참여하고 싶지 않다"면서 "다른 국가들도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결의안을 해석할 것"이라고 말해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는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이 영국에서 리비아 반정부 세력에게 방탄복 5000세트와 6650개의 경찰복 등을 제공한다고 밝히기 하루 전에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미리 '방어적 무기는 허용된다'며 사전 논리를 다진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프랑스는 리비아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 사실을 공식 시인했다. 제라드 아르도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는 "프랑스가 반군에 무기를 지원한 것은 유엔 결의안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리비아 민간인들이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에 민간인들에게 자위적 무기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나토(NATO)는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아네스르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이는) 프랑스의 일방적인 조치일 뿐 나토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크 토너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안보리 결의 1970·1973호는 리비아 저항세력에 대한 방어용 물자 제공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프랑스를 두둔하는 입장을 보였다.
▲ 리비아 반군들의 모습. "혹시…메이드 인 프랑스?" ⓒ뉴시스 |
카다피 딸 "카다피 정권, 반군과 평화협상 중"
한편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외동딸 아이샤는 이날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반군 측과) 직‧간접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유혈사태 종식을 위해서라면 "우리는 악마, 곧 반군과 손을 잡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이샤는 카다피는 여전히 건재하고 카다피 일가가 더욱 굳게 뭉치고 있다면서, 반군 측의 카다피 사임 및 해외 망명 요구는 일축했다.
반군 측 국가위원회 마무드 삼맘 대변인은 카다피 측과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카다피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발부 이후 접촉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이날 AU는 적도기니 수도 말라보에서 30여 개 아프리카 국가의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리비아 사태 해결을 위한 로드맵을 논의했다. 모하메드 엘로라비 이집트 외무장관은 이 자리에서 카다피 사임 여부에 대해 "리비아 내부 문제로 AU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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