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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中 인민해방군, 주임무는 '전투'가 아니라…"

"중국 '군사대국화?' 중국군의 관심사는 국내 문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대를 보유한 나라는 어디일까. 미국? 북한? 답은 중국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230만 명 규모이며 국경 경비 및 치안을 맡은 무장경찰과 예비군‧군무원 등을 합하면 무려 400만 명에 가깝다.

그러나 가장 많은 군인이 있다는 것과 가장 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다르다. 때문에 과거 중국은 600만이 넘던 인민해방군 규모를 지속적으로 감축해 현재의 230만 명 선까지 줄였으며 군의 현대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스스로 '유일한 군사적 초강대국'이라고 불렀던 미국과 주변 국가인 한국‧일본 등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에서 영토주권을 고수하며 물러서지 않는 태도를 보인 것을 두고 중국의 '굴기'(崛起)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중국 군사 전문가인 M. 테일러 프라벨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최근 발간된 <글로벌아시아> 여름호(☞바로가기)에서 흥미로운 지적을 했다. 프라벨 교수는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에서 중요한 임무로 떠오르는 것은 국내 재난 극복과 소요사태 진정 등 '비(非)전투 임무'라고 지적했다.

중국과 같이 부상하는 국가가 해외에 점차 많은 군사력을 투사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들에게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피로를 겪고 있는 중국의 체제 안정화에 기여한다는 면에서 이치에 맞는 것이라고 프라벨 교수는 풀이했다.

특히 그는 군이 정부가 제공해야 할 공공서비스 일부를 대신 떠맡으며 경제 성장의 과실을 보호하고 중국 국내의 안정을 확보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음은 프라벨 교수의 칼럼 주요내용이다. <편집자>


▲ 중국 인민해방군 의장대의 모습 ⓒ로이터=뉴시스

왜 인민해방군의 '비전투 임무'가 중국의 체제 안정에 필수적인가?

지난 2006년 중국 중앙군사위원회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비전투 작전 수행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인민해방군에 촉구했다.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후 주석은 특히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 민병대에 대해 "다양한 종류의 안보 위협에 대처하고 폭넓은 군사 임무를 완수할 능력을 계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물론 전통적인 전투 임무가 중국군의 가장 중요한 임무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후 주석은 비전투 임무, 즉 전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군을 이용하는 것을 가능케 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같은 비전투 임무의 강조는 많은 연구자들을 당혹시켰다. 특히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번영하는 국가는 늘어나는 부를 군사력 강화에 쏟아부어 타국과의 전쟁 등 무력 충돌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형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의 강대국들 다수가 이런 방식으로, 즉 군의 전투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행동했다.

하지만 중국은 인민해방군에 비전투 임무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군의 현대화가 완성되기도 전인데도 말이다. 예컨대 2009년 미 국방부는 중국의 해군 전투함과 공군 전투기 중 25%만을 '현대적' 전력으로 분류했다. 중국에서의 비전투 작전이란 자연재해나 시위 대처 등 국내적 임무이며, 대부분 군사력을 해외로 투사하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軍,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라

중국이 군의 비전투 임무, 특히 국내 작전을 강조하는 것은 경제성장과 정치적 안정의 관계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 지도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압력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교묘한 정책이다. 이들이 느끼는 위협은 외부적인 것뿐 아니라 내부적인 것이다. 또 중국 국가의 국가적 생존에 못지않게 [지도부의] 정치적인 생존 또한 중요하다.

경제성장, 특히 급속한 경제성장은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원천이 된다. 그러나 소득 분배의 불평등과 부패 등으로 인해 시위에 불이 붙게 되면 경제성장은 저해되고 정권의 정통성도 불안정해진다. 이런 조건과 관련해 고(故)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대한 요구가 시위의 확산을 막는 가장 좋은 약(藥)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들은 단지 시위 진압 뿐 아니라 비상 재난상황 대처 등 국가가 다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도 군을 투입해 왔다.

오늘날 중국은 구조적이고 잠재적인 정치 불안의 요소를 매우 많이 갖고 있다. 1979년 이후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19%에서 43%로 증가했다. 국내에서 인구이동이 활발히 일어났고 중국 국내의 자국인 이주노동자가 1억3000만을 넘어섰다.

이런 인구학적 변화의 가운데 고용은 도전에 직면했다. 공식 집계된 실업률은 4% 내외로 낮지만 이는 노동 인구 중 일부만을 대상으로 측정한 것이다. 2010년 중국 국무원 정보사무소(SCIO)가 펴낸 백서에 따르면 농촌 지역의 잉여 노동력을 포함한 실질 실업률은 20%에 육박한다.

동시에 소득 분배의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 덩샤오핑(鄧小平) 전 국가주석이 개혁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중국의 지니계수는 0.30이었으나, 2006년에는 이 지수는 0.46을 기록했다. [지니계수는 소득 불평등을 재는 척도로, 0에 가까울수록 소득 분배가 평등함을 나타낸다] 이는 브라질이나 멕시코 등 다른 개발도상국들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중국 사회 내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정치적 안정이 도전받을 수 있다는 우려는 중국의 군사전략에도 반영됐다. 물론 대만과의 관계나 주변국과의 영토분쟁에 등 장기적 목표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속한 성장은 중국 지도자들을 압박해 [군에 대해] 전통적 안보 우려 요인 뿐 아니라 '발전'과 관련된 요소들을 강조하게 했다. 후 주석이 2004년 "(인민해방군은) 중국의 국가적 생존이라는 이익을 보호할 뿐 아니라 발전이라는 이익을 보호하는 데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한 것이 그 방증이다.

뭘 해서든 체제 안정을 유지하라

최근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는 군의 목표는 체제 안보와 사회 안정의 수호다. 후 주석은 21세기 인민해방군의 '역사적 임무'를 정리한 2004년 10월의 연설에서 "[군은] 당의 확고한 지도적 지위를 강력히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공산당을 방어하는 것은 덩샤오핑 시절부터 군의 핵심적 임무였지만, 후 주석이 이를 재강조한 것은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지금 상황에서 공산당이 직면한 새로운 도전 때문이다.

이 도전에는 '막대한 수'로 늘어난 시위 사태도 포함된다. (중국 내 시위는 1993년 8700건이었으나 2009년에는 17만 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또 (2008년 티벳과 2009년 신장新疆 등) 국경 지역 소수민족의 무장 봉기와, 무려 9만 명이 목숨을 잃은 2008년 쓰촨(四川) 대지진 등 대규모 자연 재해 또한 공산당이 직면한 도전이다.

이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중국 군사 전략가들의 많은 토론을 거쳐 내세운 비전투 임무의 유형이 다양한 국내 임무다. 이는 국가의 공공질서 유지를 돕고 궁극적으로 중국공산당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인민해방군 소속 학자들에 의해 쓰여진 12권의 비전투 임무 관련 책들에서는 국내 임무의 지배적인 역할이 강조된다는 특징이 나타난다.

국내 임무는 크게 3개의 범주로 나뉜다. 첫째, 재난 구조. 이는 쓰촨 대지진 이후 인민해방군이 수행했던 임무와 같은 것들이다. 둘째, 사회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시위, 폭동, 봉기, 반란과 사회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대규모 사건들, 특히 소수민족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들의 확산을 막는 것이 여기에 포함된다. 셋째, 대(對)테러 임무다.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당시나 2009년 중국 건국 60주년 당시 발생한 테러공격으로 중국에서도 테러에 대한 우려가 증가했다.

실제 군이 투입된 사례를 봐도 국내 임무를 강조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2006~10년 동안 약 244만5000명의 인민해방군 및 무장경찰 병력이 다양한 재난구조 작전에 참여했다. 중국 군사전문가 데니스 블라스코의 관측에 따르면 이는 1979년 베트남과의 전쟁 이후 최대 규모다.

21개 지방을 휩쓴 2008년 1월의 폭설 당시 군은 3만2000km의 도로를 뚫었고 재해 지역 전부에서 전력 공급을 회복시켰다. 쓰촨 대지진 당시에도 군은 3338명의 인명을 구조했고 140만 명의 주민을 대피시켰다. 또 공식 자료에서 확인되지는 않고 있지만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 병력들은 최근의 소수민족 갈등과 시위 사태에도 개입했다.

평화를 지켜라

경제성장으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목표는 발전을 위한 안정적인 대외환경 유지다. 이는 중국 주변 지역에서 평화를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주변국들과 분쟁을 빚고 있고, 만약 이 분쟁이 군사적인 것으로 비화하게 되면 경제 성장에는 장애가 될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이제 천연 자원‧원자재 등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의 많은 다른 지역의 안정의 가치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또한 해양 통상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대외무역 중 90%가 바다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후 주석은 인민해방군에 "국가 발전을 위한 위대한 전략적 기회의 시기를 위해 안전을 강력히 보장할 것"과 "세계의 평화를 유지하고 공영 발전을 촉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 두 가지를 모두 촉구했다.

국외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내에서] 가장 빈번히 토의된 국제적 비전투임무 두 가지는 평화유지활동과 재난구조다. 이는 중국의 국가 이미지 제고 효과뿐 아니라 역외 안정을 유지해 중국의 발전과 체제 안정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임무와 비교했을 때 국제 무대에 등장하는 중국군 병력은 아주 소수다. 예를 들어 1990~2010년 사이에 1만7390명의 중국군만이 유엔(UN) 평화유지군에 참여했다. 이는 최근 국내 재난구조에 투입한 병력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또 중국은 2000년 이후 의료진과 탐색‧구조팀 등을 해외에서 발생한 자연재해 현장 8곳에 파견했지만, 총 참여 인원수는 630명에 불과하다. 이 외에는 6160명의 해군 병력과 함선 승무원들이 2008년 12월부터 국제 해적 대책의 일환으로 이뤄지고 있는 아덴만 순찰 작전에 참여하고 있는 정도다.

'비전투 임무' 강조, 의미는?

정리하자면 중국의 군사 전략 진화에서 비전투 임무가 강조되는 것은 몇 가지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첫째,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군대라는 인민해방군의 국내적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상반되는 맥락이지만 연구자들은 인민해방군이 비전투 임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전략이라고 보기도 한다. 셋째, 이는 중국공산당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찾을 수 있는 의미는, 중국이 다른 국가들보다 전통적인 전투력 강화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국내 정치 불안정이 강조된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구체적인 예산 자료는 확인할 수 없으나, 조직 내에서의 변화가 예상된다. [국방 예산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뜻] 중국은 전문가들의 10년 전부터 예상한 것보다 장거리 군사력 투사에는 상대적으로 더 적은 자원만을 쓰고 있다.

결과적으로 인민해방군이 계속 국내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은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는데 대한 다른 국가들의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 )는 원저자의 표기이며, [ ]는 옮긴이가 추가한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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