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일미군 운용에 장애가 된다며 일본의 '집속탄금지협약' 가입에 제동을 걸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6일 정보공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주일 미국 대사관의 비밀 외교전문(電文)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집속탄이란 하나의 모탄(母彈) 안에 수십에서 수백 개의 '새끼 폭탄'이 들어 있는 무기로 폭발시 축구장 두 개 면적을 한번에 초토화시킬수 있으며, 불발률이 높고 정밀타격이 불가능해 대표적인 비인도적 무기로 꼽힌다. 미국, 한국, 북한 등은 집속탄금지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주일 대사관을 통해 일본의 집속탄금지협약 참가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우방국의 방어에 영향을 준다"며 주일미군의 재편까지 이어질 수 있는 문제라고 경고했다.
특히 주일미군 사령관은 일본이 규제에 참여하면 일본 자위대나 하청업자는 집속탄을 취급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대신할 미군 병사가 추가로 필요하며 따라서 주일미군을 오히려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8년 4월 미국 측은 "일본에서 집속탄을 보관‧탑재할 수 없게 되면 유사시 (이를 실은) 미군 전투기가 일본에 올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전문에 따르면, 2007년 4월 회담에 참석한 주일미군 부사령관 또한 "집속탄의 잠재적 사용은 일본 방위에 필수적"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위키리크스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도쿄(東京)발 비밀전문은 모두 10건으로, 2007년 1월부터 2008년 9월에 걸쳐 작성됐으며 모두 집속탄 협약과 관련한 대화를 담고 있다. 이 전문들은 2급 비밀 6건, 3급 4건이며 이중 일부는 토마스 쉬퍼 당시 주일 미 대사가 직접 작성하고 비밀분류했다.
그러나 일본은 결국 집속탄금지협약에는 가입해 비준을 거쳤다. 하지만 일본은 이 협약 가입국들에게 집속탄의 취득‧생산 등이 금지돼 있다는 협약 상의 규정에서, '취득'은 '소유권'만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일방적인 해석을 내놓으며 유사시 자위대가 미군의 집속탄을 수송할 수 있도록 교묘히 피해갔다. 일본 정부 산하의 기관이 집속탄을 운반해도 미군 소유의 폭탄을 대신 옮겨준 것이며 일본이 소유한 폭탄이 아니기 때문에 '취득'이 아니라는 논리다.
北 장거리 로켓 요격 능력 없으면서 '패트리어트 배치' 법석
한편 위키리크스가 15일 공개한 다른 비밀전문에서는 일본이 지난 2009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다면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도쿄 도심에 배치하는 등 요란을 떨었지만 사실은 요격할 능력이 없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다카미자와 시게노부(高見澤將林) 일본 방위성 방위정책국장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전인 2009년 3월 12일 주일 미 대사관의 제임스 줌월트 공사를 만나 "일본 상공을 날아가는 비행체를 요격할 법적인 권한과 '물리적인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문은 기록했다.
현실적으로 요격할 능력도 없으면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한 것은 일종의 '쇼'였던 셈이다. 당시 바닥을 기고 있던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한 자민당 아소 다로 정권의 정치적 목적이라는 분석이 간접적으로 증명되는 것이다. 이 전문은 2009년 3월 16일 작성됐으며 줌월트 공사에 의해 2급비밀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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