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P>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꽝남성에 주둔한 한 베트남 해군 당국자는 해안에서 40km 떨어진 무인도 혼옹 섬 주변에서 훈련이 진행됐다면서, 이는 총 9시간으로 예정된 훈련 중 처음 4시간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훈련에 참가한 함정의 수나 병력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지만, 다양한 화기가 동원됐으며 미사일 발사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오후에도 5시간에 걸쳐 훈련이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훈련은 '연례적'인 훈련이라며 "중국과 있었던 최근의 일(영토분쟁)과는 관계없다"고 <AP>에 전했다. 그러나 분쟁지역에서의 군사 훈련은 상대국에 대한 도발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무력충돌 발생 가능성 등 향후 추이가 관심을 끌고 있다.
▲ 난사군도상의 한 섬에 설치된 시설물에서 베트남 해군들이 방문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각국 앞다퉈 군사적 긴장 고조
베트남의 실탄사격훈련 강행은 최근 난사군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을 더욱 격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베트남 당국은 지난 9일 자국 원유 탐사선에 의해 이 지역에 설치된 석유 케이블을 중국 어선이 절단했다며 중국을 비난했다.
지난달 26일에도 베트남의 석유 탐사선 '빙밍 2호'에 연결된 케이블이 이 지역을 순찰하던 중국 순시선 3척에 의해 절단되는 사건이 벌어졌고 베트남 당국은 이를 주권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9일 벌어진 사건에 대해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어선이 베트남 군함에 쫓기다가 베트남의 석유탐사선의 케이블과 엉키는 바람에 케이블을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면서도, 난사군도는 논쟁할 여지없이 중국의 주권이 적용되는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같은날 류젠차오(劉建超) 필리핀 주재 중국 대사 역시 중국은 한 번도 필리핀 영해를 침입한 적이 없다면서, 중국이 분쟁지역인 난사군도 근처 해역에서 석유 시추를 하지 않았듯 다른 국가도 중국의 허가 없이는 이 해역에서의 석유탐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같은 영토분쟁으로 인해 군사적인 긴장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12일 난사군도 등지를 순찰하는 해안경비대에 미사일을 탑재한 함정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 10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달 중‧하순에 서태평양 공해상에서 군사훈련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8~9일에 걸쳐 11척의 중국 군함이 일본 오키나와(沖繩)섬과 미야코지마(宮古島) 사이 공해상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도 이달 28일 미국과의 공동 해상 훈련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필리핀은 이 훈련에 탄도미사일을 적재한 최정예 구축함 '충훈'호가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美 반응에 당사국들 촉각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작년 7월 남중국해에 미국의 '국가적 이익'이 걸려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 기지에 주둔하는 미 핵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서태평양에서 벌어질 다국적 합동작전에 참가하기 위해 12일 출항한 것도 눈길을 끈다. 남중국해 인근에서 '유일한 초강대국' 미국과 신흥 강국 중국이 연달아 군사 훈련을 벌이는 셈이다.
특히 난사군도 분쟁 당사국인 베트남과 필리핀은 이 지역을 분쟁지역화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개입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미국은 군사연습을 포함해 긴장을 격화하는 행위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미국과 연합해 중국에 대항하려던 필리핀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필리핀은 분쟁 발생시 미국이 공동 방위조약에 따라 자국을 도울 것이라고 응수했다.
중국 전문가인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도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 "관건은 미국의 자세"라며 "갈등이 더 확장되느냐 답보상태에서 끝나느냐는 많은 부분이 미국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황 교수는 2000년 이후 비교적 조용하던 난사군도 분쟁이 2009년 이후 재점화된데 대해 "미국의 개입 이후 남중국해 이슈가 부각된 것 같다"며 "이전까지는 지역국가들끼리의 양자 다툼이었는데, 미국이 본격 개입해 툭툭 건드리면 중국 입장에서는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투이불파'(鬪而不破)로 적극 대응할지가 관건"
황 교수는 "중국은 적극 대응하게 되면 패권론이 나오고, 가만 있자니 네티즌 등 중국 국내의 비난에 직면하게 되는 딜레마가 있다"며 중국이 어떤 수준까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냐도 하나의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중국은 지난해 도광양회(韜光養晦. 어둠 속에서 힘을 키운다)와 유소작위(有所作爲. 역할을 해야 할 곳에서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를 넘어, 전체 틀은 깨지 않되 맞붙어 싸우는 '투이불파'(鬪而不破)의 모습을 보였다"며 "이는 유소작위의 업그레이드 버전인데, 올해 미중관계가 협력으로 돌아섰지만 남중국해 같은 사항에서는 '투이불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중국해 문제는 중국의 패권 추구 행위라고 보기보다는 국익의 충돌로 봐야 한다면서 중국이 먼저 선제적으로 행동을 취한 것인지 타국의 행동에 반응한 결과인지 살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한 중국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중국이 커지면서 자기 주장이 강해지는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동남아의 불만과 맞물리면서 이런 결과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동남아에서 중국에 가장 도전적인 나라가 베트남"이라며 이는 거꾸로 미국 쪽에는 그만큼 가까워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런 부분들이 실제로 강력한 군사 충돌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중국과 베트남‧필리핀 간에 충돌이 일어난다면 미국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함정 간의 충돌이나 선박 나포, 시설물 파괴 등의 소규모 충돌 가능성은 있지만 이것이 확대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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