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의 영향을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
중국인들의 긴 역사적 안목과 대조되는 서양인들의 조급성을 비판하는데 자주 쓰이는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중국 총리의 명언은 통역의 실수로 와전된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당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통역을 맡았던 전직 미 국무부 직원 차스 프리먼은 최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저서 <중국에 관하여>On China) 출판 기념회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저우언라이는 1970년대 초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프랑스 혁명의 영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너무 이르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세기 전 있었던 사건에 대한 역사적 평가마저 신중한 그의 태도는 서구 사회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닉슨의 통역사 프리먼에 따르면, 저우 총리의 답변은 그로부터 3년 전인 1968년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학생들의 시위에 관한 발언이었다. 프리먼은 "나는 그 대화를 정확히 기억한다"며 "교정을 하기에는 너무나 '맛깔스러운' 오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프리먼은 저우 총리가 프랑스 혁명(1789년)과 파리코뮌(1871년)에 대해 질문을 받고 곤혹스러워 했다면서도 "이들(프랑스 혁명, 파리코뮌)은 정확히 1968년 시위 때 학생들이 자신들의 과업을 묘사하며 썼던 표현들이었고, 저우 총리도 그렇게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호주국립대학의 제레미 밤 박사도 중국 외교문서를 접한 연구자들 역시 공문서를 통해 저우 총리의 당시 발언이 1968년 시위에 대한 언급이었음을 확인했다.
미중 정상회담 준비 당시 저우언라이의 카운터파트였던 키신저 전 장관의 대변인은 "키신저가 정확한 기억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통역을 맡은) 프리먼의 버전이 훨씬 그럴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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