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2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에게 "(북측과의 비밀접촉) 특사에게 신임장을 줬나"고 물으며 "신임장이 없었다면 남북관계발전법 15조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5년 제정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발전법) 15조 1항 및 3, 4항에 따르면 남북회담 대표는 대통령이나 통일부 장관이 임명토록 하고 있으며, '대북특별사절'(특사)는 대통령만이 임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률 시행령은 "남북회담대표 및 대북특별사절에게 신임장을 발급할 수 있다"며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표와 특사의 신임장에는 대통령이 서명하고 필요시 국무총리 및 통일부장관이 부서(副署)하도록, 또 통일부 장관이 임명하는 대표의 신임장에는 장관이 서명하도록 상세히 정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법 제정 이후 이번 비공식 접촉을 제외한 공개 접촉은 16건"이라며 "이 경우 모두 임명 절차를 거쳤고, 임명 이후 임명장을 주는 방식으로 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법률상 임명은 하도록 돼 있지만, 신임장은 ('할 수 있다'라는) 임의규정이므로 (발급)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임장이 없더라도 위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이번 비공식 접촉에 대해 임명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는 현재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비공식 접촉이라는 형태가 남북관계발전법의 적용 대상에 해당되는지는 판단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법리 해석을 더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 관련 법 조항도 잘못 인용?
이 의원에 질문에 대한 현 장관의 답변도 논란이 예상된다. 현 장관은 "신임장이 없어도 접촉할 수 있다"면서 "남북 접촉은 일반인도 교류협력법에 따라 접촉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는 통일부 장관이 남북대화와 관련된 법 조항을 혼동한 일종의 '동문서답'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칭 교류협력법으로 불리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은 사업이나 민간 교류 차원에서 북측 인원과의 접촉 절차를 규정한 것일 뿐, 정치적 사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당국 간 대화는 이 법률과는 직접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현 장관이 언급한 '일반인도 가능한 접촉'은 교류협력법 9조에서 '남북한 주민 간의 접촉'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 장관의 답변대로라면, 북측 보도 내용이 사실일 경우 청와대 비서관이나 통일부 국장급 당국자가 '남측 주민' 자격으로 '북측 주민'과 접촉한 것이라는 말이 된다.
▲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현인택 "비밀접촉 녹취록 없다"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현 장관은 이석현 의원이 '왜 북한에 정상회담을 애걸했나'고 물은데 대해 "애걸한 바는 전혀 없다"면서 "천안함‧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분명한 시인‧사과‧재발 방지약속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 이번 비밀접촉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현 장관은 "비공개 접촉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북측에서) 우리 정부가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비공개 접촉을 했다고 얘기했으나 이는 본말이 전도된 얘기"라고 북측 보도 내용을 반박했다.
또 북측 보도에 따르면 남측이 제의한 정상회담 일정이 내년 3월까지 이어지는데, 이것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의도에서 나온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현 장관은 "정치적인 고려나 목적을 가지고 북한과 비공개 접촉을 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
그는 북측과의 비밀접촉 녹취록을 공개해 달라는 이 의원에 요청에 대해 "녹취록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남북의 대화는 아무리 비밀접촉이라도 녹음하는 게 관례라서 현 장관의 발언은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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