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후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6개월 동안 억류됐던 미국 시민권자 전용수 씨를 석방시키며 미국에는 '러브콜'을 보내는 반면, 남쪽을 향해서는 강경 자세를 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는 30일 "이명박 정부와는 더 이상 상종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남 통행을 군사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유지해온 동해지구 북남 군부 통신을 차단하고 금강산 지구의 통신 연락소를 페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위원회는 이날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대변인 성명에서 이같이 말하고 대북 전단 살포 등을 겨냥해서는 "반공화국 심리전에 대해서는 이미 경고한 대로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대상을 목표로 불의적인(불시에) 물리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의 이같은 조치는 김 위원장의 귀국과 전용수 씨 석방 사흘 후 취해졌다는 점에서 남측과 미국에 대한 분리 대응 방침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북미대화에 앞서 남북대화를 먼저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미국으로서는 이에 호응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 식량 지원 의사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한국과 미국 사이를 벌려 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MB 대북 정책' 싸잡아 거부
국방위 대변인은 또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일 것'을 남북 대화의 조건으로 내놓은 것이나, 내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위원장을 초청하겠다는 '베를린 제안'의 내용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국방위는 "감히 그 누구의 핵 포기와 당치 않는 '사과'에 대해 입버릇처럼 줴치면서(지껄이면서) '베를린 제안'의 그 무슨 '진의'에 대하여 주제넘게 떠들고 있다"며 "날조된 사건과 정정당당한 우리의 자위적 조치를 걸고 북남관계를 수습할 수 없는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18일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베를린 제안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진의가 북측에 전달됐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은 또한 이른바 '북한 급변사태론'과 '기다리는 전략'을 겨냥해 "제나름의 판단대로 스스로 망할 때까지 그 무슨 '원칙론'을 고수하며 '기다림 전략'에 따라 급변사태를 실컷 기다려 보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비꼬듯이 말했다. 국방위는 "시간이 급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역적패당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어 이명박 정권에 대해 "이미 동족으로 살기를 그만둔 지 오랜 반 공화국 대결 광신자들의 무리이며 정치도 군사도 모르는 무지의 깡패집단"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대세는 진정한 민주화의 폭풍이 역적패당의 본거지에서 일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南 "별 일 아니다(?)"
그러나 남측 당국은 북한의 이번 조치에 대해 별 일 아니라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국방위 대변인 성명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서) '상종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낯익은 표현 아니냐. 작년에도 그랬다"면서 "남북관계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대화와 압박을 병행해온 것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군 통신선 차단 등 조치에 대해서도 "과거에도 동해나 서해 등 한 채널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곳으로 출·입경 (관련 통보를) 하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다" 며 "지금 당장 (북한의 조치로 인해) 우리 인원 등과 관련해 어떤 것이 불편해지는지 특별히 생각나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동해지구 그쪽 (통신선)이 고장도 잘 나고 여러가지로 취약하다"며 현재 금강산 지구 출입경 관련 업무도 서해 통신선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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