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윤리위원회는 29일 빈 함맘 위원과 잭 워너 FIFA 부회장에 대해 임시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날 취리히에서 열린 청문회를 주관한 페트루스 다마세브 윤리위 부위원장은 "적절한 방식으로 모든 조사가 진행될 것"라며, 조사가 종결될 때까지 두 사람은 축구 관련 활동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빈 함맘 위원은 지난 11~12일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회의에 참석해, FIFA 회장 선거에서의 지지를 부탁하며 1인당 4만 달러의 '선물'을 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CONCACAF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워너 부회장 역시 함맘 위원의 표 매수 행위에 가담했을 뿐 아니라 자신도 이같은 '선물'을 받았다는 혐의다.
FIFA 윤리위는 또 제프 블래터 현 회장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블래터 회장이 윤리위 조사를 받은 것은 뇌물 의혹 사실을 눈감았다는 이유였다. FIFA 윤리 규정상 회장을 비롯한 집행위원들은 명백한 부정 행위가 일어나면 이 사실을 FIFA에 즉각 알릴 의무가 있다.
윤리위는 블래터 회장이 이같은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이는 실제로 뇌물을 건네기 전이기 때문에 그런 '의도'까지 보고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다마세브 윤리위 부위원장은 "만약 블래터 회장이 (이같은 사실을) 들었다고 가정해도, 당시로서는 규율 위반 사실이 없었기 때문에 그의 입장에서 이를 보고할 의무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오는 1일 선거에서는 블래터 회장이 4선 고지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빈 함맘 위원은 자격정지 처분을 받기 전에 이미 선거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한편에서는 블래터 회장이 뇌물 사건이 발생할 것을 알고도 알리지 않은 것은 선거 경쟁자를 실각시키려는 음모였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영국 <데일리미러>의 축구전문기자 존 크로스는 이날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블래터는 뇌물이 건네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알리지 않으려 했다"며 FIFA 윤리위의 결정을 '눈가림'이라고 비난했다.
▲ 페트루스 다마세브 FIFA 윤리위 부위원장은 29일(현지시간) 취리히에서 모하메드 빈 함맘 집행위원과 잭 워너 부회장에 대해 임시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AP=연합뉴스 |
함맘‧워너 혐의 부인, 강력 반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빈 함맘 위원과 워너 부회장은 강력히 반발했다. 이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했으며, FIFA 윤리위의 기자회견 후 각각 성명서를 발표했다.
빈 함맘 위원은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내가 이해하는 '페어 플레이'가 아니"라며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윤리위에 제출된 증거는 나의 유죄를 입증하기에 충분치 못하다"며 "그런데도 단지 의심을 받는 것이 아니라 모든 축구 관련 활동이 금지됐다"고 항변했다.
워너 부회장은 "이 사건에 대한 주장은 중대한(선거를 앞둔) 시기에, 빈 함맘 위원과 나에 대한 심각한 편견을 불러일으키고 해를 입히려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팎에서 'FIFA 개혁' 주문도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FIFA가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FIFA 안팎에서 거세지고 있다.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은 이 사건으로 인해 FIFA의 평판이 최악으로 떨어졌다는 평가가 있다는 영국 <가디언> 기자의 지적에 대해 "아마 (평판이) 좋지는 않다는 것은 명백하다. 슬픈 일이다"라고 말했다.
발케 사무총장은 "확실히 변화의 필요가 있다"며 "FIFA 회장은 필요한 조치를 취해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분수령으로 새로운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축구 스타 출신으로 지난 수 년간 블래터 회장에게 개인적인 조언을 하기도 했던 미셀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현재 FIFA는 몇 년 전의 올림픽위원회(IOC)와 같은 상태"라며 "정치에 근거한 체제는 끝나야 하며, 미래에는 전문가들이 국제 스포츠 단체를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FIFA의 뇌물 관련 추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1월 아모스 아마두‧레이날드 테마리 집행위원도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과 관련해 금품을 요구해 각각 3년과 1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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