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1월부터 북측 당국에 의해 구금 중이던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씨를 석방하기로 했다고 27일 보도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당일 전격적으로 내려진 결정이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선을 방문한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가 미국정부를 대표해 사건 발생에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면서 "앞서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도 관대하게 용서해줄 것을 거듭 요청한 것을 고려해 전용수를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석방해 돌려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킹 특사는 지난 24일 평양에 도착했으며, 식량 수요 평가를 위한 현장조사를 벌이고 북측 당국자와 면담을 가질 계획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킹 특사의 방북 이후 대북 식량지원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측된다. 킹 특사는 오는 28일까지 북한에 머무를 예정이다.
석방된 전 씨는 60대 미국 시민권자로 북한을 드나들며 사업을 하면서 기독교 선교활동을 해왔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월 전 씨의 체포 사실을 공개하며 그가 '반공화국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사유를 밝혔다. 구체적인 이유는 북측 노동자들에게 성경책을 돌렸다는 것이었다고 당시 <통일뉴스>가 방북한 재미동포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억류된 기간 (동안에) 조선에서 미국의 이권을 대표하는 주북 스웨덴 대사관 측의 정상적 영사접촉과 가족들과의 서신거래 및 전화통화를 보장해줬으며 건강상 문제로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도 해줬다"고 전했다.
전 씨의 석방이 갖는 의미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과 6자회담 재개의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6자회담 조기 재개를 위해 한국과 미국 등 관련국들에 보내는 긍정적인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과 비핵화 관련 움직임도 속도를 내면서 6자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방북 중인 킹 특사를 통해 긍정적인 신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의 귀국 당일 전격적으로 전 씨를 석방하기로 한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양 교수는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일부에서는 '알맹이 없는 정상회담'이라고 하지만 그건 북한과 중국의 체제를 모르는 것"이라며 "(북중 양국은) 서로가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 문제가 심도 깊게 논의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를 맡는 등 관련 사안을 맡아 온 김계성 외무성 1부상이 정상회담에 배석했다는 점에서 북중 간에 진지한 비핵화 논의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중 간에 뭔가 서로 깊은 공감대가 있었을 것"이라며 "비핵화를 위한 선제적인 조치 하나 정도는 합의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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