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관영 <메나> 통신은 이날 국경 통로 '라파'(Rafah)가 오는 28일을 기해 오전 9시부터 오후 9까지 매일 개방되며 이 조치는 영구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여권을 지참한 팔레스타인인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며, 단 공휴일과 이슬람 휴일은 금요일은 제외된다.
이는 국경 봉쇄 조치 이전의 규칙이 다시 적용되는 것이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이슬람주의 정파인 하마스가 가자 지구를 장악한 2007년부터 국경을 봉쇄해 왔다.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봉쇄로 인한 식량 및 의약품 부족 때문에 고통받아 왔다.
그간 이집트 측 국경은 특별한 이유, 예컨대 통학이나 병원 진료를 위해서는 이따금씩 개방됐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북부와 이어지는 '에레즈' 통로를 거의 열지 않았다. <AP> 통신은 이를 두고 "팔레스타인 북부 주민들은 사실상의 죄수"라고 묘사했다.
이집트의 이번 조치는 하마스가 장악하고 있는 가자 지구에 대한 경제 봉쇄 완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이스라엘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이스라엘은 안보상의 이유로 가자지구로의 인원 및 물품 반입에 높은 수준의 검열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 지난 2월 이집트에서 라파 통로를 지나 봉쇄된 가자 지구로 돌아오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모습. ⓒAP=연합뉴스 |
중동 민주화의 영향…하마스 "이집트는 우리의 형제"
<메나> 통신은 이번 라파 통로 개방 조치는 "팔레스타인 지역의 분할 상태 종식과 민족 간 화해를 도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앞서 나빌 엘아라비 이집트 외무장관은 그동안의 봉쇄를 "역겨운 조치"라고 비판하며 라파 통로 개방이 곧 이루어질 것이라고 지난달 말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가자 측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마스가 이끄는 가자 지구 자치정부의 모하메드 아와드 외무장관은 이날 "이집트 형제들의 결정에 매우 감사한다"며 "이는 우리와 이집트의 깊은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며,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이 나아지는 데 공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편치 않은 심기를 드러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가자 지구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필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면서도 "그러한 노력은 테러리즘에 대한 무기와 자금 지원을 막아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갈 팔모르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아예 논평을 거부했다.
이집트의 이번 결정은 지난 1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몰아낸 시민 혁명 등 중동‧북아프리카 민주화 운동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무바라크 사임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이집트의 태도는 미묘한 변화를 보여 왔다.
현재 이집트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최고군사위원회는 지난 1979년 아랍 국가 중 최초로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체결했던 무바라크 정권에 비해 이스라엘과의 관계에 주의를 덜 기울이고 있으며 팔레스타인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AP>는 논평했다.
실제로 이집트는 지난달 27일 팔레스타인 임시정부를 이끄는 정파 '파타'와 하마스 간의 합의를 성공적으로 중재한 바 있다. 이 역시 무바라크 정권 하에서는 계속 시도됐으나 불발에 그쳤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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