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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임재범이 일본의 가수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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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임재범이 일본의 가수였다면?

[김성민의 'J미디어'] 그의 인생역정에 감동할 수 없는 이유

'팝의 신'

일본의 언론은 그를 그렇게 부른다. 쿠와타 케이스케(桑田圭介), 1956년 2월 26일생. 올해 나이 쉰여섯. 어느 왕년의 팝스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1978년에 데뷔한 이후 그가 이끄는 밴드 '사잔'(Southern All Star의 애칭)은 줄곧 국민밴드였고, 30년을 훌쩍 넘긴 지금도 그의 음악은 J-POP의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70년대의 10대에게도, 2011년의 10대에게도 그의 노래는 '최신 가요'인 셈이다.

6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사건이 있다. 2005년, '사잔'이 데뷔 이후 발표한 44장의 싱글앨범을 새로 리마스터링해 내놓았는데 놀랍게도 그 44장의 앨범이 모두 오리콘차트 100위 안에 오른 것이다. 그 믿기 힘든 풍경은 마치 가수와 팬과 시장과 언론이 함께 만들어내는 거대한 퍼포먼스처럼 보였다. 누군가가 평생 '가수'로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촘촘한 관계들의 퍼포먼스. 좋은 가수, 가수를 아끼는 팬들, 가수와 팬들의 사이를 성실하게 이어주는 시장, 그리고 가수와 팬과 시장 모두를 존중하는 언론.

▲ 쿠와타 케이스케(가운데)와 사잔올스타즈 ⓒ사진올스타즈 공식홈페이지

쿠와타가 유독 특별한 존재인 건 분명하지만, 다른 많은 가수들 역시 이러한 관계 속에서 활동한다. 그들에게 요구되는 건 '공인'으로서의 특별한 윤리의식이 아니라 '가수'로서의 직업의식이다. 에로티즘을 사랑한 나머지 이따금씩 황당한 방송사고를 내기도 했던 쿠와타가 수십 년 간 정상의 가수로 살아올 수 있었던 건, 그가 좋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런 그를 팬들과 시장과 언론이 아끼고 보호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런 일본에서는 임재범과 같은 가수가 나올 수 없다. 임재범 정도의 실력과 경력을 가진 가수라면 절대로 그런 역경을 겪을 리 없기 때문이다. '시나위' 시절부터 그를 아낀 많은 팬들은 수십 년간 기꺼이 그의 곁을 지켰을 것이고, 지금껏 그가 낸 히트곡만으로도 그가 버스를 타고 다닐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임재범이 일본의 가수였다면, 안타깝게도 그런 절박한 눈빛과 울음으로 그렇게 소름 돋게 '여러분'을 불러내는 가수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시장과 언론과 팬들의 촘촘한 관계 속에서 언제나 존경받고 보호받는 '가수'였을 테니까 말이다.

▲ 임재범 ⓒ뉴시스

그것이 임재범의 노래에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지만,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까지 감동할 수는 없는 이유다. <나가수>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노래들이 경이롭지만, 동시에 <나가수>의 존재가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음악시장의 모순에까지 열광할 수는 없는 이유다.

언젠가는 <나가수>도 끝이 날 것이다. 그 자리마저 아이돌에게 내주고 초라하게 사라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 <나가수>를 보고 있는 우리들의 물음이다. 좋은 노래를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좋은 가수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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