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매립을 최초로 증언한 미국인 스티브 하우스가 22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가진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당시 매립한 고엽제 드럼통은 총 600여 개. 하우스는 이 중에 베트남전에서 사용된 고엽제가 포함됐음을 재확인했으며, 매립 당시 오염을 막기 위한 보강조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우스는 오는 23일 오전 방송될 예정인 이 인터뷰에서, 최근 미군 당국으로부터 '해당기지의 청사진을 보여주면 정확한 매립위치를 밝힐 수 있겠느냐'는 문의를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군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우스는 앞서 지난 16일 미국 지역 TV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캠프 캐럴에서 중장비 기사로 복무하던 당시 상부의 지시에 따라 겉면에 고엽제라는 표기가 있는 55갤런(약 208리터)짜리 드럼통들을 땅에 묻었다고 증언했다.
또 그는 "처음 2주일 간 드럼통 약 250개를 파묻었고, 그 후 이따금 약 30∼40개씩의 드럼통을 (봄에서) 가을까지 계속 매립했다"고 <연합뉴스>에 20일 전했다. 그는 "헬기장에서 가까운 기지 뒤쪽에 드럼통들을 묻었다"고 말했는데, 이는 국내 다른 캠프 캐럴 퇴직 종업원들이 헬기 이착륙장이 매립지로 유력하다고 추정한 것과 일치한다.
미군기지서 일했던 한국 노동자 "1973년에도 독극물 매장"
한편 하우스가 증언한 1978년의 매립 사건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저질러졌음을 시사하는 증언이 니왔다. 지역 방송사 등은 캠프 캐럴에서 일했던 한국인 노동자의 증언을 인용해 1973년에도 미군기지 내에 화학물질을 매립한 일이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캠프 캐럴에서 지게차 기사로 일했다는 박 모씨(73)는 "1973년 커다란 트레일러에 실려 온, 독극물이 든 드럼통을 직접 지게차로 옮겼다"며 드럼통에는 해골 표시가 있었으며, 미군들이 파놓은 큰 구덩이에 이를 묻었다고 증언했다. 박 씨는 "당시 주한미군들은 (드럼통이) 베트남에서 온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또 1970년대 캠프 캐럴에서 일했다는 다른 노동자는 고엽제 외에도 다른 화학 약품들이 창고에 쌓여 있었으며 5톤 트럭으로 10대는 되는 분량이었다고 지역 언론에 전했다.
▲ 전직 근무자들이 고엽제 유력 매몰지로 꼽은 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 캐럴 내 헬기장. ⓒ연합뉴스 |
한미 합동조사단 구성 합의
한편 한국과 미국 정부는 문제의 신속하고 투명한 해결을 위해 양국 간 공동 조사를 조속히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이날 육동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밝혔다. 한미 양국 간 합의는 임관빈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존 존슨 미8군 사령관 사이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육 차장은 정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한 뒤 "공동조사 기간과 범위 등 구체적인 사안은 조속히 미국측과 협의할 것"이라며 "미국 측과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에 따른 환경분과위원회를 통해 공동조사 방안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한미 양국은 환경부와 현지 주민대표, 환경단체,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이 오는 23일 캠프 캐럴을 방문해 오염 상황을 파악하고 매몰 의혹 지역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데에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조사단은 이날부터 미군기지에서 외부로 흘러나오는 하천과 주변 지하수 등을 대상으로 한 수질조사도 실시할 예정이며, 경북 보건환경연구원 또한 지난 21일 캠프 캐럴을 둘러싼 왜관리, 석전리, 매원리 등 3개 지역에서 식수로 사용되는 지하수 5곳의 물을 채취해 성분 분석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다만 양국은 동두천 등 다른 미군기지의 불법폐기 의혹에 대해서는 일단 이번 조사에서는 제외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는 캠프 캐럴에 대해서만 공동조사를 하기로 했다"며 "나머지 지역의 경우는 (불법 폐기 등 문제 제기 내용의) 신빙성에 달렸다"고 <연합>에 전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