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송작가 잭 헬무스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에 연재하는 자신의 유머 블로그에 빈 라덴의 가상 일기를 올렸는데, 이것이 한국에서 진짜 일기의 발췌본으로 소개된 것. (☞'가상일기' 원문보기)
헬무스가 작성한 가짜 일기는 빈 라덴을 소설 <해리포터>와 할리우드 영화, 서바이벌 TV쇼에 열광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가상 일기 속의 빈 라덴은 부하가 '어떤 미국인들이 은신처를 쌍안경으로 엿보고 있다'고 보고하자 "아마 샘많은 관광객들이 내 '플라이패드'(게임기의 일종)가 부러워서 엿보고 있는 것"이라고 답한다.
헬무스는 빈 라덴을 성기능 장애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가짜 일기 중에는 "부하에게 허브로 만든 비아그라를 사오라고 시켰다. 나는 더 이상 발기가 지속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남자가 많은 아내를 두는 이유이다. 같은 여자와 매일 밤 잠자리를 하는 것이 지겨워지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부분도 나온다.
또 "오늘은 (미 <ABC>방송의 서바이벌 쇼 프로그램) '스타와 함께 춤을'이 방영되는 날이다. 최종화가 상영될 때까지만 살고 싶다. 최종 우승자가 누군지 알고 싶다"는 내용도 있었다.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은신처에 숨어 지낸 빈 라덴이 방안에서 두문불출한 것을 조롱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여배우 메릴 스트립에 대해 빈 라덴은 "나는 스트립의 팬이 돼가는 것 같다"며 "(스트립은) 살아 있는 최고의 배우이자 세계에는 그에게 줄 상이 부족할 정도"라고 칭찬했다는 대목도 있다.
미국의 군사 패권주의를 비꼬는 이른바 '블랙 유머'도 섞였다. '가짜 일기'에는 "부시가 그리워질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훌륭한 신병 모집원이었다"(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취임식 날)는 내용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총인 AK-47을 손질했다. (…) 나는 아직 로널드 레이건(전 미국 대통령)이 이것을 나에게 줬던 때를 기억한다. 좋은 시절이었다"는 내용도 실렸다.
그러나 한국 일부 언론매체는 이를 '진짜'로 착각, 일제히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12일 오전 "빈 라덴 '부시가 그리울 것'" 제하의 기사에서 이 내용을 다뤘다가 5시간 여 후 "美 블로거의 빈 라덴 가상일기 '눈길'"이라는 수정 기사로 대체했다. <매일경제>, <쿠키뉴스>도 대체 전 기사의 내용과 거의 동일한 내용의 기사를 인터넷판으로 내보냈다.
한 누리꾼이 가짜 일기의 필자인 잭 헬무스에게 댓글로 이같은 사실을 알려주자 그는 매우 재밌어하며 "오늘이 나의 날이군요"라고 댓글로 답했다.
ⓒ미국 방송작가 잭 헬무스 블로그 화면캡쳐 |
미 당국이 빈 라덴의 아보타바드 은신처에서 일기장을 입수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군 특수부대는 빈 라덴 사살 작전 중 다른 서류들과 컴퓨터, 하드드라이브 등과 함께 이 일기장을 손에 넣었으며, 여기에는 테러 계획과 미국의 중동정책에 대한 빈 라덴의 견해 등이 담겨 있다.
미국 <AP> 통신은 11일(현지시각)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일기장 입수 사실을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빈 라덴은 한 번의 테러로 가능한 한 많은 미국인을 살해하기를 원했으며, 로스앤젤레스와 다른 중소도시, 비행기와 열차 등을 테러행위의 대상으로 고려했다.
빈 라덴은 미국의 대(對) 아랍정책을 변화시켜, 아랍세계에서 완전히 철수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수천 명의 미국인을 살상해야만 할 것이라는 견해를 일기장에 밝혔다. 그는 또 소규모 공격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2001년 9.11 테러와 같이 수천명의 인명을 살상하는 것만이 미국의 정책을 바꿀 것이라고 보았다.
앞서 언론에서 보도된 9.11 테러 10주년을 기념해 알카에다가 대규모의 열차 테러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 역시 이 일기장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1998년 촬영된 빈 라덴의 사진. ⓒAP=연합 |
빈 라덴 아내 "남편과 함께 '순교' 원해"
한편 이날 <AP>는 빈 라덴 사살 당시 현장에 있었던 그의 5번째 아내 아말 아메드 알사다(29)의 친정집을 찾아가 빈 라덴과 알사다에 대한 가족들의 증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다리에 총상을 입은 알사다의 신병은 현재 파키스탄 당국이 확보하고 있다.
가족들이 알사다를 만난 것은 2000년 아프가니스탄에서가 마지막이었다. 알사다가 첫아이를 낳았을 때 아프간을 방문한 가족들은 당시 9.11 테러를 앞두고 있던 빈 라덴이 알사다와 다른 한 명의 아내에게 '원하다면 고향으로 돌려보내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알사다는 그러자 "당신과 함께 순교하기를 원하며, 당신이 살아있는 한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으며, 아버지에게도 "내 생활이 아프간의 동굴 사이를 오가는 게 사실이지만 이처럼 고달픈 생활에도 나는 오사마와 있는 게 편합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가족들은 알사다가 평범하지만 의지가 확고하고 용기있는 젊은 여성이라며, 종교적으로는 보수적이지만 근본주의자는 아니라고 말했다. 알사다의 사촌 왈리드 하셈은 그가 친구와 가족들에게 항상 "역사에 기록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알사다의 아버지 아메드 압델 파타 알사다는 사위 빈 라덴이 친절하고 기품있는 모습이었다하면서 그가 소탈하고 겸손했으며, 진심이 깃들여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CIA가 공개한 빈 라덴 사진 본 美의원 "매우 섬뜩" 미 중앙정보국(CIA)은 일부 의회 의원들에게 오사마 빈 라덴의 시신 사진들을 공개했다. 당초 빈 라덴의 사진은 공개되지 않을 방침이었으나, 각종 음모론이 나돌자 CIA는 상원 군사위원회 및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한해 사진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공화당 소속인 제임스 인호프 오클라호마주(州) 상원의원은 11일 자신이 빈 라덴의 시신 사진 15장을 직접 봤다며, 사진들이 매우 섬뜩하고 소름끼쳤다고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인호프 의원은 "총알이 귀와 눈두덩을 관통해 눈두덩 밖으로 뇌가 튀어나와 있는 끔찍한 모습이었다"며 "사진상의 시신은 빈 라덴이 확실하며 그는 죽었다"고 말했다. 인호프 의원이 본 사진들 중 일부는 시신이 미국 항공모함으로 옮겨진 이후 촬영됐으며, 이슬람교 방식으로 장례를 앞두고 깨끗해진 빈 라덴의 시신 모습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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