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핵폐기물 처리시설을 몽골에 건설하는 방안을 극비리에 공동 추진하고 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9일 보도했다. 신문은 미‧일 양국이 몽골에 원자력 관련기술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이같은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전했다. 개발도상국인 몽골에 선진국인 미‧일 양국이 혐오시설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미‧일과 몽골의 핵폐기물 처리장 협상은 지난해 9월 미국 에너지부 주도로 시작됐으며 일본 경제산업성과 몽골 외무부가 참여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경제산업성이 주무 부처지만 외무성이 '정부 내 의견 조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발해 미국, 몽골과의 서명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일본이 핵폐기물 처리장을 몽골에 건설하려 하는 것은 자국 내 여론의 반발 때문이다. 미국은 2002년 네바다주 유카산(山)에 핵폐기물 처리장 부지를 선정했으나 해당 지역 의원들과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2009년 오바마 행정부는 계획 중단을 결정했다.
일본 역시 2035년까지 국내에 핵폐기물 처리장 부지 선정을 끝낸다는 계획이었으나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일본 원자력 전문가인 장정욱 마쓰야마대 교수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일본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고준위 방사물 최종처분장을 유치하면 정부가 해당 지자체를 지원하겠다며 공모했지만 다 실패했다"며 특히 한 지역에서는 핵폐기물 처리장 유치를 추진한 지자체장이 주민 반발로 재선에서 실패한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지반이 강한 몽골에 핵폐기물 처리장을 확보함으로써 국내 핵폐기물을 처리한다는 구상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일본, 몽골 간의 협상이 타결된다 해도 중국과 러시아가 협조할지는 미지수여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핵폐기물 수송에는 최종 기착지 뿐 아니라 통과국의 동의도 필요하기 때문. 몽골은 내륙국이며 영토 전체가 중국과 러시아 영토로 둘러싸여 있고, 특히 러시아는 원전 수출을 놓고 미‧일과 경쟁하고 있다.
또한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로 일본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핵폐기물을 후진국에 수출한다는 안팎의 여론의 반발도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정욱 교수는 "1997년 대만이 북한에 핵폐기물 처리장을 수출하려고 하다가 국제적 비난을 받고 중단된 이후 이런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며 "자국 내에서 처리하는 것이 기본적인 개념"이라고 말했다. 핵폐기물이 국경을 넘어 이동한 사례는 구소련 시절 동구권에 건설된 핵발전소의 사용후 핵연료를 러시아가 수용하고 있는 것 정도가 고작이라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일본 국민들은 (몽골에 핵폐기물 처리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에) 반발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화장실도 없이 맨션을 짓는 것처럼 원자력 발전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과, 위험한 물건을 못 사는 나라에 떠넘긴다는 도덕적인 책임감" 등을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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