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파키스탄, 4년 전 빈 라덴 은신처 제보 묵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파키스탄, 4년 전 빈 라덴 은신처 제보 묵살"

아프간 전 정보국장 "탈레반 지도자 오마르도 파키스탄에 있어"

아프가니스탄이 2007년 오사마 빈 라덴의 파키스탄 내 소재를 파키스탄 정부에 알렸지만 당시 파키스탄 대통령이 묵살했다고 아프간 국가안보국(NDS)의 전 국장이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아므룰라 살레(39) 전 아프간 국가안보국장이 이런 사실을 말했다고 5일 보도했다. 아프간 정보 당국 최고 책임자를 역임한 인물이 이같은 사실을 폭로함으로써 파키스탄이 빈 라덴의 은신처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의혹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살레 전 국장에 따르면, 아프간 NDS는 2004년 빈 라덴이 이미 파키스탄 내부로 도피해 있다고 판단했으며, 2007년에는 아보타바드 인근 지역을 은신처로 지목했다. 아보타바드는 빈 라덴이 실제 살고 있던 곳이다.

살레 전 국장은 정보 보고 수천 건을 바탕으로, 부인이 여럿이고 어렵게 살아 본 적이 없는 백만장자 빈 라덴이 텐트 생활을 할 리가 없다고 보고, 그가 파키스탄에 있는 게 분명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NDS는 2007년 아보타바드에서 알카에다의 안가(安家) 2곳을 발견하고는, 그곳에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만셰라 마을에 빈 라덴이 숨어 있다는 판단을 굳혔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파키스탄에 전달했다. 그러나 페르베즈 무샤라프 당시 파키스탄 대통령은 터무니없는 정보로 치부하며 묵살했다고 살레는 밝혔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NDS의 보고를 받고는, 빈 라덴이 그처럼 눈에 잘 띄는 지역에 숨어 있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무샤라프는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내가 그런 허술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말이냐?"고 격노했다.

이어 그는 카르자이 대통령을 향해 "이런 놈들을 데리고 와서 나에게 정보를 가르치려는 의도가 뭐냐?"고 따졌다고 살레는 회고했다. 심지어 무샤라프는 분을 참지 못하고 살레에게 신체적으로 위해를 가하려고 했고, 카르자이가 이를 말리기까지 했다고 살레 전 국장은 말했다.

탈레반 지도자 물라 오마르의 행방에 관한 살레 전 국장의 발언도 주목된다. 그는 물라 오마르가 파키스탄 카라치에 있는 파키스탄 정보국(ISI) 안가에 살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마르는 ISI의 보호를 받고 있다"며 "ISI 수장인 아마드 수자 파샤 중장은 오마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고, 부하들로부터 매일 탈레반 지도부의 소재에 대해 보고를 받는다"고 단언했다.

살레는 2004년부터 6년 이상 NDS를 이끌어 왔으며 미 중앙정보국(CIA)의 신임을 얻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파키스탄은 그를 반(反) 파키스탄 성향의 인물로 보고 있다. 살레는 최근 탈레반과 협상을 추진하는 카르자이 대통령에도 각을 세우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사면초가 파키스탄이 미국 비난한 이유는?

이처럼 빈 라덴과 탈레반 지도부 비호 의혹의 중심에 있는 ISI는 파키스탄 국방부 산하의 정보기관이다. ISI의 부장은 중장급 장성이 맡고 있지만 사안에 따라 군 지휘부는 물론이고 대통령에게도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을 만큼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ISI는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무자헤딘(대 소련 항쟁 전사)의 무장을 돕고 훈련을 시킴으로써 아프간 탈레반 정권 창출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ISI가 탈레반이나 알카에다의 활동을 어느 정도 눈감아주고 있거나, 나아가 무장 활동을 돕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파키스탄이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과 함께 무장단체 소탕에 나섰지만 빈 라덴이나 알카에다 2인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 등 '거물'들은 번번이 당국의 그물망을 피해갔다는 것이 그같은 주장의 근거 중 하나다.

ISI의 빈 라덴 비호 의혹이 확산되자 파키스탄에서는 5일 살만 바시르 외무부 차관이 직접 나서서 관련 의혹을 부인하는 한편, 앞으로는 외국군이 자국 영토에서 다시는 기습작전을 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이 파키스탄의 주권을 무시하고 자유롭게 군사 작전을 하도록 방치했다는 파키스탄 내 반미 여론을 의식한 제스처로 보인다. 또한 화살을 미국에 돌림으로써 빈 라덴 비호 의혹의 초점을 무디게 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아울러 <가디언>은 바시르 외무차관의 말은 겉으로는 미국을 겨냥하고 있지만 실은 인도를 향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인도가 2008년 뭄바이 테러의 배후를 공격하겠다며 파키스탄 영토에서 일방적인 군 작전을 시도하면서 미국의 이번 전례가 있지 않느냐고 말할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