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9.11 테러의 배후로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많은 뉴욕 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국기를 흔들며 대통령의 그라운드 제로 방문을 환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 후보 시절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한 적이 있지만 취임 이후 이곳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제임스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오는 9월 있을 10주기 추모 행사에도 대통령이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테러 희생자들과 구조대원들을 추모하고, 끔찍한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 하나가 됐던 미국의 단합심을 기억하는 자리에서 어떤 말도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 희생자 가족들을 이용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라운드 제로 방문에 앞서 인근 경찰서와 소방서를 찾아 9.11 테러 이후 인명 구조와 피해 복구 과정에서 이들이 보여준 희생과 용기를 기렸다.
▲ 5일(현지시간) '그라운드 제로'를 찾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알카에다, 9.11 10주년 열차테러 계획"
한편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9.11 테러 10주년에 맞추어 대규모 열차 테러를 계획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미 국토안보부와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2일 미군 특수부대의 기습작전 당시 빈 라덴의 은신처에서 압수한 자료들을 근거로 미 정부 사법기관에 열차 테러 관련 경고문을 발송했다.
경고문에 따르면 알카에다는 지난해 2월 이같은 계획을 세웠으며, 특히 선로를 훼손해 열차를 탈선시킴으로써 객차들이 통째로 계곡이나 다리 밑으로 떨어지게 하는 수법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고문은 그러나 "2010년 2월에 이런 수준의 계획이 있었음은 명백하지만, 교통시설을 노린 이런 음모가 계속 활발히 진행 중이었다는 최근의 정보는 없으며 가능한 장소나 특정 목표에 대한 정보도 없다"고 덧붙였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교통안전청(TSA)은 이와 관련해 공공장소의 보안을 강화하는 등 '예방조치'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테러 경보를 발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빈 라덴의 은신처에서 발견된 각종 증거물 중에는 열차 테러 이외에도 알카에다가 기획하고 있던 테러와 관련된 웹사이트 주소와 도식들이 포함돼 있다고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사살된 5명중 4명 비무장"
또 빈 라덴 사살과 관련해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다른 사실들이 추가로 드러났다. 빈 라덴을 사살할 당시 현장에서 사망한 5명 가운데 4명은 비무장 상태였다고 미국 고위 당국자가 이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작전 당시 총기를 갖고 있던 1명은 초기에 일찌감치 사살됐으며, 이후에는 별다른 저항이 없었다"고 <AP> 통신에 전했다. 또 다른 고위당국자도 <폭스뉴스>에 같은 말을 했다.
이는 카니 대변인이 지난 3일 브리핑에서 "은신처에는 여러 명이 무장을 하고 있었고 총격전도 있었다"는 발언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카니 대변인은 "강한 저항을 예상했고 실제로 그런 저항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었다.
작전에 투입된 미군 헬리콥터의 추락 원인 또한 당초 알려진 것처럼 빈 라덴 측의 총격 때문이 아니라, 난기류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윌리엄 맥레이븐 합동특수작전사령관은 전날 미 의회 군사‧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예상치 못한 더운 공기와 높은 건물 벽으로 인해 발생한 와류(난기류) 때문에' 헬기가 추락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미군에 사살된 5명 중 4명이 비무장 상태였으며, 최초에 1명이 사살된 이후 별다른 저항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면 빈 라덴의 사살이 정당했는가 하는 논란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빈 라덴이 사살 당시 비무장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왜 체포하지 않고 굳이 사살해야만 했는가 하는 비판이 제기됐으며, 작전이 파키스탄 영토 내에서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도 국제법상 논란이 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파키스탄은 주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파키스탄 군부는 이날 자국 주재 미 군사요원을 "최소한의 기본적 수준"까지 줄이기로 했다고 밝히고 나섰다. 파키스탄에는 현재 275명의 미 군사요원이 주둔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파키스탄군 훈련을 돕고 있다.
아쉬파크 카야니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육군 군단장 회의에서 이같은 결정이 내려졌다고 회의 후 내놓은 성명을 통해 밝혔다. 카야니 총장은 또한 "주권을 침해하는 유사한 행위가 다시 발생하면 미국과의 군사 및 정보 협력을 다시 검토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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