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알카에다는 빈 라덴의 죽음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인터넷상에서 알카에다의 입장을 대변해 왔던 한 누리꾼은 그의 죽음을 인정하면서 추모와 복수를 다짐하는 글을 2일(현지시간) 아랍 웹사이트 곳곳에 올렸다고 <AP>와 <AFP> 통신 등이 전했다.
'아사드 알-지하드2'라는 닉네임을 쓰는 이 누리꾼은 인터넷 사이트 '슈무크 알-이슬람'과 이슬람 반군 지지 성향의 홈페이지 곳곳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AP>는 그에 대해 '알카에다의 최고 사상가'라며, 실제로 과거에도 반군 성향 웹사이트들과 정례적으로 인터뷰를 가지며 '지하드'(성전)에 대한 교리적 설명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글에서 "이슬람은 수세기에 걸쳐 모든 측으로부터 공격당했고, 우리의 기사(빈 라덴을 지칭)는 그들을 막는 둑이었다"며 "이슬람의 정신적 지주를 살해한데 대한 복수를 하자"고 선동했다. 그는 "지하드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잠시만 기다리면 된다"며 곧 추가 테러를 저지를 것처럼 위협했다.
이는 빈 라덴의 사망이 알카에다에 타격이긴 하지만, 조직 구성이나 직접적인 테러 활동을 저지르는 행동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과 일치하는 것이다.
알카에다의 '2인자'로 불리는 아이만 알-자와히리(60)는 이미 각종 테러를 지휘하며 조직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안와르 알-올라키(40)와 아부 아흐야 알-리비(48), 사이프 알-아델(54)과 같이 직접 알카에다의 하부 조직을 이끌고 일선에서 테러 활동을 벌여 온 인물들도 빈 라덴의 뒤를 이을 '후계'로 거론되고 있다.
▲ 오사마 빈 라덴과 함께 앉은 '알카에다의 2인자' 아이만 알-자와히리(오른쪽). ⓒ로이터=뉴시스 |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날 게재한 칼럼에서 "알카에다의 조직적 구성은 극단주의 리더십과 그에 동조하는 다양한 그룹들로 이뤄져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실제 조직의 '손발' 역할을 담당해 왔던 '동조적 그룹'들은 원래부터 비집중화(de-centralize)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하며 "이는 빈 라덴이 세운 전략"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AQAP)와, 이라크 지부(AQI), 이슬람 마그레브 지부(AQIM) 등은 중앙의 지휘로부터 독립적"이라며, 이들은 각 지역의 역사와 지역적 요소에 기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들 동조적 그룹과) 알카에다와의 연계는 대개 이름뿐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빈 라덴의 죽음은 동조적 그룹들에게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이 테러를 저지른 후 도망치더라도, 미국은 10년이 걸릴지언정 집요하게 뒤쫓아 사살할 것이라는 점에서 구성원들의 사기에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애초에 목숨이 아까운 자들이 테러행위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런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가디언>은 빈 라덴의 죽음이 이념적, 사회적, 사상적인 의미에서 알카에다의 영향력 쇠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알카에다의 영향력은 이미 쇠퇴하고 있었다면서 "아랍‧북아프리카 민주화 운동의 열기는 수십만의 이 지역 민중들이 빈 라덴의 메시지를 거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신문은 "빈 라덴과 같은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은 없다"면서, 알-자와히리는 이데올로기적 선동에 뛰어나고 전략과 조직운영 면에서도 강점을 보였지만 빈 라덴과 같은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분석했다. 또 알-리비와 같은 젊은 인물들도 빈 라덴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평했다.
신문은 지난 2001년 빈 라덴의 "나의 삶이나 죽음은 문제가 아니다. 이미 (이슬람의) 각성은 시작됐다"는 발언을 언급하며, "그의 말이 맞는지 알려면 또다른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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