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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장' 이끈 필리핀 대통령, 노동절에 '수모' 당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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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장' 이끈 필리핀 대통령, 노동절에 '수모' 당한 이유는

<블룸버그> "빈곤과 부패 만연한 채 경제성장 무슨 소용?"

1일 노동절을 맞아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노동자들이 집회 도중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을 묘사한 그림을 불태우며 격렬한 분노를 쏟아냈다. 그들은 배고파서 못살겠다면서 임금을 올려달라고 외쳤다.

일각에서는 이런 광경에 대해 언뜻 이해하기 힘들어한다. 필리핀은 지난해 7%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등 거시경제적 지표가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에 의해 '화형식'을 당한 아퀴노 대통령 스스로도 의아해할지 모른다.

이와 관련,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아퀴노 대통령이 의문이 든다면, 시장에 가보라"고 지적하면서 필리핀 노동자들이 분노하는 배경을 지적해 주목된다.

▲ 1일 필리핀 수도 마닐아에서 베그니노 아퀴노 대통령의 초상이 노동자들에 의해 불태워지고 있다. ⓒAP=연합
"1억 넘는 필리핀 주민 4명 중 1명이 하루 1달러로 연명"

이 통신은, 거시경제적 성장에 치중하면서 '아랫목이 먼저 따뜻해지면 윗목에도 언젠가 온기가 스며든다"면서 서민의 불만을 억누르는 경제정책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비판했다.

통신에 따르면, 필리핀은 현재 극심한 빈부격차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독재자들을 쓰러뜨린 식품가격 폭등이 필리핀에서도 서민의 분노를 폭발시키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통계에 따르면 1억명이 넘는 필리핀 인구 중 25%가 하루 1.25달러 미만으로 살고 있다.

<블룸버그>는 "아퀴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취임한 이래 높은 경제성장과 정치적 안정, 재정적자 감축 등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식품가격 폭등이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S&P와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기기관이 필리핀의 국가신용등급을 이집트와 동급으로 매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면서 "필리핀 인구의 상당 부분이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나날이 더 가난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S&P는 필리핀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에 해당하는 BB로 매기고 있다.

마르코스 등 부패 축재, 손도 못대

필리핀의 높은 경제성장률이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사회 전반에 만연된 부패, 특히 과거 독재자 등 세도가들의 부패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는 21년간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동안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부패에 대한 단죄는커녕 마르코스 일가는 최근 의회 진출에 성공하는 등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있다. 글로리아 아로요 전 대통령과 측근들도 여러 가지 부패 혐의를 받고 있다.

필리핀의 부패지수는 2010년 국제투명성기구의 평가에 의해 178개국 중 134위다. 부패가 극심한 것으로 악명이 높은 방글라데시, 짐바브웨와 동급이다.

국민적 지지 속에 민주적인 선거로 당선된 아퀴노 대통령이 취임 후 거둔 성과를 보면 필리핀의 국가신용등급은 상향조정될만하다고 평가한 <블룸버그>는 "하지만 빈곤과 부패가 필리핀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필리핀의 한 리조트를 찾은 페섹은 "울퉁불퉁한 활주로, 곳곳에 구멍이 패인 도로, 불안한 전력공급 등은 필리핀의 열악한 기반시설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자금들이 정경유착으로 새어나간 것을 보여준다"면서 "학교를 다녀야 할 많은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껌과 담배 등을 팔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식품가격이 올라 더 많은 아이들이 돈을 벌러 길거리에 나와야 할 형편"이라면서 "고도성장이 가장 절실한 주민들과는 관계없이 이뤄진다면 무슨 소용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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