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종혁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부위원장이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독점권을 취소하고 북측이 다른 사업자를 선정해 관광사업을 재개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남측이 (관광을 다시) 시작할 때까지"라고 밝혀 주목된다.
북한에서 금강산 관광을 담당하는 최고위 인사인 리 부위원장은 지난 13일 평양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현대아산의 독점권 취소는) 3년 동안 참다참다 못해 내린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통일뉴스>가 중국 소재 영문매체 <제4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리 부위원장은 "현대 측이 지어 놓은 건물과 시설들도 그대로 계속 비워놓으면 다 망가진다"며 "건물과 시설들을 계속 놀게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금강산 관광을 우리 쪽에서라도 시작해보자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도 현대아산과 맺은 관계는 절대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대그룹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동정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대아산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당국이 딱 막고 있으니까 진전이 없는 것"이라며 책임을 남측 정부에 돌렸다.
한편 그는 "이번 정주영 명예회장 사망 10돌을 기념해서 장군님(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지칭) 친서도 전할 겸 현 회장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며 "물론 현대 측은 만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리 부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하려고 했다는 것은 처음 알려진 소식이다.
그는 그러나 "이번에도 당국이 승인하지 않아 못 만났다"면서 "할 수 없어 친서는 금강산 현대아산 소장을 통해 대신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남측 당국이 시시콜콜 막아나서기에 지금 일이 되지 않는 것"이라며 "금강산 관광은 전적으로 이명박 정권이 의도적으로 파탄시킨 것"이라고 비난했다.
"3대 조건, 이미 받아들인 것과 마찬가지"
리 부위원장은 북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한국 정부가 내세운 '3대 조건'을 이미 받아들인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한국은 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2008년 7월 고(故) 박왕자 씨 피격 사망 사건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완비라는 '3대 조건'이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젠 흔적도 없어져 조사해도 나올 것이 없겠지만 남측에서 자꾸 공동조사하자니까 같이 하자고 했다"며 "또한 (관광객의) 신변안전 담보도 필요하면 서면상으로도 해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우리 쪽에선 장군님이 현정은 회장을 만나 직접 담보해주었다. 그런데 그 이상 더 무슨 담보가 필요하다는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남측을 통한 금강산 관광은 앞으로도 현대아산이 맡아서 할 것이지만 '북측에 관한 한' 자신들이 직접 하겠다면서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법적, 행정적인 구체적인 조치 등을 곧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 부위원장의 발언은 북한이 지난 8일 "현대 측에 준 독점권에 관한 조항의 효력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아태 대변인 담화에 대한 북측 나름의 입장 표명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태는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사업의 북측 파트너다.
특히 현대아산의 관광 독점권 취소에 대해 '남쪽이 시작할 때까지'라고 단서를 단 것은 남측의 금강산 관광 사업이 재개된다면 독점권 취소 조치를 재검토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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