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무에 대한 정보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파일 중에는 아직 없으며,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독자 입수·공개했다는 자료에만 포함돼 있다.
<NYT>에 따르면, 미 당국은 2002년 쿠무를 관타나모로 이송하면서 "아마도 알카에다 멤버일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2005년 그에 대한 석방 심사에서도 미 당국은 "그의 석방은 중간 이상의 높은 위험도를 가진다"며 "그는 미국의 국익과 동맹국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현재 쿠무는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축출을 위해 싸우는 반군 내 유명인사다. 쿠무는 자신의 출생지 근처인 리비아 다나 지방에서 조직한 '다나 여단'을 이끌고 있다. <NYT>는 이 부대에 대해 '어중이떠중이 부대'라고 혹평하며 "한때 미국의 적이자 죄수였던 그는 지금 미국의 동맹이며, 이는 쿠무 자신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정책 변화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쿠무에 대한 비밀문서가 작성된 2005년 당시의 미국은 카다피 정권과 힘을 합쳐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지만 지금은 카다피 정권을 몰아내려 하고 있고, 쿠무와 같은 반군을 공중작전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 <뉴욕타임스>가 공개한 아부 수피안 이브라힘 아흐메드 하무다 빈 쿠무 관련 파일 ⓒ<뉴욕타임스> 홈페이지(www.nytimes.com) 화면캡처 |
비밀문서에 따르면, 쿠무는 1980년대 리비아 정규군의 탱크 운전병으로 복무하다가 살인, 폭행, 마약 중독 및 분배 등의 혐의로 10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탈옥했다. 이후 그는 이집트를 거쳐 1993년 아프가니스탄으로 갔고,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리스트 양성 캠프에서 훈련받았다.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은 수십억 달러를 들여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군에 맞서 싸우는 이슬람 반군, 즉 '자유의 전사'(무자헤딘)들을 지원했지만, 소련군이 떠나자 빈 라덴과 무자헤딘 전사들은 한때 자신들을 지원했던 미국으로 총부리를 돌렸다.
쿠무는 파키스탄에서 체포돼 2002년 5월 관타나모로 보내졌다. 체포 이유는 그가 '리비아 이슬람 투쟁 그룹'(LIFG)의 일원이었다는 것. 이 정보는 부분적으로는 카다피 정권에 의해 제공된 것이었다. 올해 리비아 내전이 발발한 후 카다피는 반군을 '이슬람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해 왔다.
비밀문서에는 "리비아 정부는 그를 '테러 행위를 저지르는 데 조금의 주저도 없는 위험한 인물'로 간주했다"라고 적혀 있다. 문서는 마약 중독과 거래, 살인 등 리비아 정부에 의해 제공된 그의 이력을 인용하며 "쿠무는 불특정 인격장애로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쿠무는 테러리스트 관련 활동에 대해 부인했다. 또 그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처벌받을 것이 두렵다며, 자신을 리비아가 아닌 다른 나라로 보내 달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2007년 관타나모에서 리비아로 보내졌고, 이듬해 사면으로 풀려났다.
신문은 쿠무의 부대가 장악한 다나 지역의 건물 벽에 "알카에다 반대"(No Qaeda)와 "극단주의에 반대를!"이라는 구호가 적혀 있는 점에 주목하며 이를 '민감한'(touchy)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다나 지방에는 1990년대 중반 반(反) 카다피에 대항한 무장봉기 등 이슬람 반군의 오랜 역사가 있다면서 이 지역은 또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자살폭탄 테러범의 출신지이기도 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올해 이 지역의 봉기 역시 LIFG에 힘입은 바 컸다고 신문은 전했다. 쿠무와 함께 다나 여단을 이끄는 또다른 지휘자는 압둘(또는 압델)-하킴 알-하사디인데, 그 역시 한때 아프간에서 싸웠던 '자유의 전사'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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