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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리비아 반군에 군사고문단 파견…"베트남전 전철"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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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리비아 반군에 군사고문단 파견…"베트남전 전철" 경고

내전 '교착 상태' 지속…민간인 고통 가중

리비아 내전의 교착 상태가 지속되면서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2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어린이들이 폭력에 노출돼 있다며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은 리비아 반군을 지원하기 위해 군사고문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19일 외무부 성명을 통해 반군의 거점도시 벵가지에 경험이 풍부한 장교들로 구성된 군사고문단을 파견해 반군이 민간인을 보호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는 "반군 국가위원회 측에 부대 체계와 통신, 병참 분야를 개선할 수 있도록 조언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군사고문단이 반군을 훈련시키거나 반군에 무기를 지원할 계획은 없으며, 이들의 임무 중에는 의료물품과 구호품 등 인도적 지원 물자 배분에 대해 조언하는 일도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유럽연합(EU) 또한 리비아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27개 회원국이 지난 14일 만장일치로 이 작전을 채택했다"며 '유엔의 요청이 있을 경우' 구호물자 지원을 보장하기 위해 미스라타에 지상군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카다피 정권은 크게 반발했다. 압둘 아티 알-오베이디 리비아 외무장관은 영국 군사고문단 파견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분쟁을 장기화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칼레드 카임 리비아 외무차관은 EU의 지상군 투입에 대해 "리비아 땅에 무장군인이 들어온다면 전투가 벌어질 수 있기에 리비아 정부는 이를 인도주의적이 아닌 군사적 임무로 본다"고 말했다.

▲ 지난 13일 열린 '리비아 연락그룹' 회의에서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왼쪽)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영국은 19일 리비아 반군을 지원하기 위한 군사고문단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뉴시스

"고문단을 반군에 보낸다고? 반군 누구에게?"

그러나 서방의 지상군 투입은 쉬이 이뤄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사 파병이 이뤄진다 해도 결과를 점치기 어렵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당장 영국과 함께 사실상 리비아 공습을 이끌고 있는 프랑스부터 지상군 파견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알렝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은 19일 서방국가들이 공습에 대한 카다피의 적응력을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지상군 투입에는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가디언>은 영국의 군사고문단 파견이 국내정치적 논란을 불러왔다고 보도했다. 집권 보수당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작전이 점점 확대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노동당의 데이비드 위닉 의원도 "영국의 개입이 대규모로 점차적 상승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 자유민주당 당수인 멘지스 캠벨 의원도 "고문단 파견이 더 큰 규모의 군사 개입의 선발대가 돼서는 안된다"며 "베트남전도 미국 대통령이 군사고문단을 보내면서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또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 발 더 나아가, 군사고문단을 보낸다고 끝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현재 반군 내부가 분열돼 있다면서 이 중 어떤 분파를 지원하기 위해 고문단이 가는 것이냐는 도발적인 질문을 제기했다.

신문은 반군은 오합지졸이며 누가 자신들의 최고사령관인지에 대한 동의도 없다면서 "영국이 직면할 첫 번째 질문은 '누구의 군대?'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리비아 반군 내에서는 압둘 파타흐 유니스 전 내무장관과 칼리파 헤프타르 전 리비아군 장군 등이 서로 자신이 반군의 최고사령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니세프 "미스라타에서만 어린이 20명 살해"

한편 리비아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민간인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 특히 6주째 카다피군과 반군 간에 격렬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미스라타 지역의 피해가 심하다.

앤서니 레이크 유니세프 총재는 20일 뉴욕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무력충돌이 고조되면서, 어린이들에게 폭력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며 "우리는 무장집단이 민간인을 표적으로 하는 것을 비난하며, 모든 세력은 인도적 지원 단체에 모든 지역과 어린이들에 대한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니세프는 예멘에서는 최소 26명이, 시리아에서는 9명의 어린이가 숨졌다며 "리비아에서도 계속되는 충돌로 어린이들의 생명과 기본적 요구들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니세프는 특히 격전지인 미스라타에서만 20명의 어린이가 살해됐고 셀 수 없이 많은 어린이들이 다쳤다고 말했다.

또 유니세프는 "집속탄 사용에 대한 보고는 특별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서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와 반군 등은 카다피군이 미스라타에서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무기인 집속탄을 사용해 다수 민간인 희생자가 났다고 주장했으나 카다피 측은 이를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부터 적십자사, 적신월사 등과 함께 미스라타 현지를 방문한 유니세프가 집속탄 사용에 대해 처음 언급하고 나온 것.

집속탄은 하나의 모탄(母彈)에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의 '새끼 폭탄'이 들어 있어 폭발시 축구장 2~3개 넓이에 해당하는 지역의 인명과 시설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 무기다. 불발탄이 많고 정밀 타격이 불가능해 대인지뢰와 함께 대표적인 비인도적 무기로 꼽힌다.

▲ 18일 밤(현지시간) 리비아 최대 격전지 미스라타를 탈출한 피난민들을 실은 배가 벵가지에 입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스라타 탈출 주민 "저격수가 어린이 조준 사격"

미스라타는 리비아 사태 초기에 반군이 장악했으나 곧이어 카다피군이 도시를 포위하고 공세를 전개하면서 교전이 계속돼 오고 있는 도시다. 19일 <AFP>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국제구호단체의 지원으로 미스라타를 탈출한 주민들의 증언을 소개했다.

벵가지로 탈출한 알라 알 아트라치(20)는 "친구 2명에 죽어가는 것을 목격했고 카다피는 미스라타 전체를 지금도 폭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 출신의 한 노동자는 도시를 탈출하는 와중에 4명의 아이들과 이별했다며 "우리 아이들이 어디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호소했다.

9살짜리 아들과 함께 탈출한 한 남성은 카다피군의 저격수가 쏜 총에 아들이 다리를 맞아 크게 다쳤다며 분노했다. 반군 측에서는 카다피군이 탱크와 대포로 도시를 공격하고 있으며 건물 옥상에 저격수를 배치해 지나가는 행인을 조준 사살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국제이주기구(IOM) 등이 지난 18일 밝힌 바에 따르면 미스라타에서는 약 1000명이 탈출했으나 아직도 최소한 4000명의 주민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도 이날 이주노동자 618명의 탈출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미스라타의 중앙병원 원장인 칼레드 아부 팔가 박사는 지난 6주 간 계속된 정부군의 공격으로 1000명이 숨지고 3000명이 다쳤다면서 사망자 중 80%가 민간인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리비아 반군은 내전으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 수가 리비아 전역에서 1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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