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공산당은 14년 만에 열린 제6차 당대회 마지막날인 이날 라울을 형인 피델 카스트로의 뒤를 이어 제1서기에 선출하고, 호세 마차도 벤투라 국가평의회 부의장을 제2서기로, 라미로 발데스 부의장을 제3서기로 지명했다.
또 당 지도부에는 피델과 라울 등 이른바 '혁명 1세대'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의 인물들이 여럿 포진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울은 당대회 폐막식에서 "제1서기의 주요 임무와 목적은 사회주의 발전을 지속하고, 보호하고, 방어하는 것"이라며 "신념과 영예 속에 최고의 일을 맡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결코 자본주의로 회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라울 카스트로 신임 쿠바공산당 제1서기 겸 국가평의회 의장(가운데)이 19일(현지시간)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쿠바공산당 제6차 당대회에서 그의 전임자이자 형인 피델 카스트로(왼쪽))의 손을 잡고 '인터내셔널'가(歌)를 합창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공산당의 '쇄신'
이날 쿠바 공산당은 라울이 당대회 기간 동안 내놓은 각종 쇄신안들을 승인했다.
라울은 현재 자신이 맡고 있는 임기를 포함해 국가평의회 의장 등 최고위직의 임기를 5년 중임으로 제한하는 등의 '구조적 쇄신'을 발표했다. 그는 공산당 지도부에 치열한 자기 비판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쿠바 공산당 역사상 전례없는 일이다.
그리고 쿠바 공산당은 1959년 혁명 이후 처음으로 주택 매매를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50년 간 쿠바에서는 주택을 자식에게 물려주거나 상호 교환할 수는 있었지만 매매는 금지돼 왔다. 영국 <BBC> 방송은 "공산주의 체제에 새로운 숨통을 트여 주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라울이 내놓은 쇄신안에는 이와 함께 은행 대출 허용, 배급제의 단계적 폐지, 보조금 축소, 대규모 공무원 감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라울은 부의 집중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전날 연설에서 경제 부문의 쇄신안은 사회주의 원리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 자산의 사유화를 내용으로 하는 수십 개의 안건은 모두 거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공산주의 계획경제라는 기존의 틀을 바꾸지 않는 가운데 몇 가지 새로운 조치를 시행함으로서 무엇보다 경제를 살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쿠바 경제는 소련이 붕괴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으며, 미국은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
5년 전 라울에게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물려주고 은퇴한 피델은 라울의 개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영매체를 통해 새로운 세대가 이전의 오류를 바로잡아 공산주의 체제를 더 확고히 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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