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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사태, 30년 묵은 동맹 지도 재구성 '종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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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사태, 30년 묵은 동맹 지도 재구성 '종결자'

아사드 정권 향방에 주요국들 '촉각'

아사드 부자(父子)의 41년 독재를 무너뜨리려는 시리아인들의 시위가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시위를 유혈 진압하는 한편 유화책을 내놓고 있지만 들끓는 민심을 달래는데 역부족이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1970년 무혈 쿠데타로 권력을 쥔 부친 하페즈 아사드 전 대통령이 2000년 사망하자 권력을 승계해 11년째 시리아를 통치하고 있다. 시리아 인권 단체 등은 지난 1개월 가량 이어진 시위에서 아사드 정권의 무력 진압으로 최소 200명 이상이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 시리아 남부 다라 인근 검문소에서 시리아군 병사들이 보초를 서고 있다. 사진은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시리아 군은 아사드 정권를 계속 지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리아 정부는 14일 내무장관과 재무장관을 교체하고 시위 관련 구속자 석방 방침을 밝히는 등 유화책을 제시했다. 16일 아사드 대통령은 48년째 지속되고 있는 비상사태를 해제하고 대체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정치개혁 조치도 내놨다. 집권 바트당이 1963년 내린 비상사태의 해제는 시위대의 주요 요구 사항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들은 정치범·인권활동가 석방, 부패 정치인 처벌, 비밀경찰 해체, 바트당 1당 독재 종식과 다당제 도입 등을 주장하는 데에서 나아가 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한 손에 당근을 쥔 아사드 정권은 다른 한 손으로 채찍을 휘두르고 있다.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북쪽으로 160km 떨어진 도시 홈스에서는 지난 17일 시위에서 경찰 발포로 숨진 14명에 대한 장례식이 18일 열렸다. 장례식에는 주민 2만 명 이상이 운집했고, 18일 새벽 2시 경 군·경의 발포가 있었다. 이에 따라 주민 최소 4명 등 시민과 군인 총 17명이 숨졌다고 시리아의 인권단체들은 주장했다. 시위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굽히지 않으면서 시위 배후에 강경 이슬람주의자들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리아 내무부는 이날 성명을 발표해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인 '살라피 무슬림'이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해 시위를 주도하면서 군경과 시민들을 살해하고 시설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무부는 무장 봉기를 저지하고 정의를 지키기 위해 테러리스트들을 추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17일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의 외교 전문을 인용해, 국무부가 2006년부터 시리아 반정부 단체에 몰래 자금을 지원해왔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시리아의 관계가 최악이던 부시 행정부 시절 이뤄진 지원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1월 6년만에 시리아에 대사를 파견하는 등 시리아와의 관계 회복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 하에서도 시리아 반정부 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은 계속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동·아랍 지정학 뒤흔들 듯

영국 <가디언>은 아사드 정부가 시위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고 무너지거나 힘이 크게 빠질 경우 지정학적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경우 이란-시리아-헤즈볼라(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치조직)-하마스(팔레스타인) 축은 약화되고, 그 적(敵)인 이스라엘은 한 시름을 놓게 된다.

여기서 시야를 넓게 보자면, 아사드 정권이 약화 또는 붕괴될 경우 30년 가량 이어온 중동·아랍의 동맹 구도에도 커다란 변동이 예상된다.

1973년 4차 중동전쟁에서 시리아와 함께 이스라엘에 대항했던 이집트는 1979년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으면서 이스라엘의 편으로 돌아섰다. 반면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이 일어난 후 긴밀했던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시리아의 동맹이 됐다. 즉, 1979년을 기점으로 시리아와 이스라엘이 동맹 파트너를 바꾼 것이다. 또한 1982년 레바논을 침공한 이스라엘은 18년 동안 레바논 남부에 주둔했다. 그 결과 시리아에서는 강한 반이스라엘 성향의 헤즈볼라가 등장했다. 현재의 세력 구도는 이 당시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호스니 무바라크가 지난 2월 축출되면서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거리를 벌리는 대신 반대 진영에 손을 내밀 가능성이 있다. 이집트는 지난 2월 무바라크 축출 이후 이스라엘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란 군함 2척의 수에즈 운하 통과를 허가하며 양국 관계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란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이집트에 파견할 신임 대사를 임명했다고 국영 <프레스TV>가 19일 보도했다.

한편, 만약 시리아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니파들의 뜻에 따라 시아파 국가인 이란과의 동맹 관계는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터키와 이라크라는 변수까지 가세한다면 지정학적 변화의 폭은 더 커진다. 터키는 현재 아랍권 내의 무역을 증진시키고 갈등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이라크도 전후 상처를 치료한 후 아랍권의 중요한 국가로 서서히 일어설 것이다. 특히 1980년대 치열한 전쟁을 치렀던 이란과 이라크는 이라크에 시아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밀접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두 나라가 더욱 협력할 경우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 쏟아 부은 인적·물적 자원은 무용지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그러나 시리아 정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는 부분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터키는 누가 시리아의 정권을 차지하더라도 시리아와의 긴밀한 협력을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 시리아는 터키의 대(對)아랍 정책에 있어 핵심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그 경우 터키는 이란을 대체하는 시리아의 중요한 지역 동맹국이 될 것이다. 또, 레바논에 대한 시리아의 영향력도 그다지 줄지 않을 전망이다. 시리아가 이스라엘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레바논이라는 완충지대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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