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民生)은 12.5 규획의 출발점이자 발판(落脚点)이다. 향후 5년간 경제발전의 기반을 민생개선에 두겠다는 것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난 2월 27일 물가, 교육, 취업, 부동산, 수입 분배, 부패, 환경 등 20여 가지 민생관련 주제로 네티즌들과 대화를 가졌다. 원 총리가 첫 번째 회답은 '얼마나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것이었다. 대화 중 원 총리는 "12.5 규획 기간에 민생을 특별히 강조하고, 민생을 제반 규획의 출발점과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며 "경제 발전의 목적은 날로 증가되는 물질문화에 대한 인민의 수요를 만족시키고, 인민의 생활을 점차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이는 향후 5년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폐막된 중국 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4차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12.5 규획의 28개 주요 목표 중 민생관련 지표가 9개를 차지하고 있다. 13일 막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도 서민생활 안정, 즉 '민생 보장'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양회 기간에 제안된 정책은 5762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2400건이 경제성장 관련이었고, 민생과 사회불균형 해소 관련 안건이 각각 1800건과 1100건에 달했다.
▲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장은 "최근 중국내 가장 뜨거운 감자는 '민생과 행복'(民福)" 이라고 강조한다. 사진의 '민생문제좌담회'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 양평섭 소장 |
중국정부는 12.5 규획 기간 중 민생 우선 원칙에 근거하여 취업 확대, 주민소득 증대, 서민주택 공급 확대, 사회보장제도 개선 등 민생 개선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첫째, 취업 확대를 경제발전의 우선적인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향후 5년간 도시지역에서 매년 900만 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도시지역 실업률을 5% 이내로 유지한다. 동시에 5년 간 매년 800만 명의 농촌 노동력을 이전시킨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으로 서비스 산업이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43%에서 2015년 47%로 높이고, 도시화율도 47.5%에서 51.5%로 높일 계획이다.
둘째, 주민소득의 안정적 증대를 위해 주민수입 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을 동일한 속도로 유지하고, 노동자 보수 증가율과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같은 속도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도시지역 주민의 가처분 소득과 농촌 주민의 1인당 순수입을 연평균 7%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동시에 최저임금도 매년 13% 이상 인상해 2015년에는 최저임금이 도시지역 종업원 평균임금의 40%이상에 달하도록 끌어올릴 방침이다.
또 계층간 수입분배 관계의 합리적 조정을 위해 임금제도 개혁, 업종간 임금 격차 축소, 중저소득층의 공제표준 인상 등 개인소득세 조정 및 재산세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한다.
셋째, 안거공정(安居工程)의 실현을 위해 서민형 주택 보급을 대폭 확대한다. 저소득층에게는 저가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중저소득층에게는 경제형 주택을 공급하여 2015년 전국 도시지역의 서민형 주택 보급률을 20% 이상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12.5 기간 중 서민형 보장성 주택 3600만 호를 건설할 계획이다. 연도별로는 2011년 1000만 호, 2012년 1000만 호, 2013~15년에는 1600만 호를 건설한다. 2010년 국무원이 비준한 서민형 주택 신규 건설이 580만 호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는 매우 야심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사회보장제도를 완비하고, 보장 수준도 더욱 제고한다. 2015년까지 도시지역의 양로보험 보급률을 100%로 끌어올리고, 도시와 농촌지역의 의료보험 보급률도 3%포인트 높임으로써 대부분의 주민들이 의료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 동시에 인구노령화에 대비하여 노인 복지 및 의료서비스 수준도 대폭 개선해 갈 계획이다.
금번 12.5 규획은 '부자 중국'이 '가난한 중국인'을 위해 발벗고 나섰음을 선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구조적 실업 문제, 재원조달 방안, 중앙과 지방 간의 정책 조율 등에 있어서는 불완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내 학자들은 중국이 중장기적으로 노동 공급 과잉에 직면할 것이란 점을 고려해 민생 개선의 기본을 취업 확대에 두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그러나 12.5 기간 중 도시지역 고용창출 목표(4500만 명)는 중국의 취업 상황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낮은 목표치라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치는 11.5 기간 중의 신규 고용인원(5771만 명)보다도 크게 낮은 수치다. 더욱이 연해 지역의 민공난과 도시지역의 대졸 취업난 등 구조적 실업 문제에 대한 대응은 미미하다.
민생개선을 위한 재원 조달에 있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서민형 주택 건설의 경우 목표가 지나치게 높아, 재원 조달의 어려움으로 인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민형 주택 건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지만 자금 조달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고, 이는 결국 지방 정부의 부담으로 남게 될 것이다.
또 중앙 정부의 12.5 기간 성장 목표(7%)에 비해 지방 정부가 발표한 목표치의 평균은 10.6%로서 성장지향적 성향이 매우 강하다. 따라서 민생개선을 위한 재원 조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지방정부의 성장지향성과 중앙의 민생중시 정책간의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수 중심의 성장전략을 강조하고 있는 12.5 규획은 우리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수의 이면에 담겨진 민생 문제는 우리에게는 기회인 동시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 주민의 소득 증대는 소비시장 저변 확대를 의미하나, 기업의 비용 상승으로 직결될 것이다. 고성장-저비용 시대가 지나가고 저성장-고비용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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