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가 9일(현지시간)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열린 시위를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시위대 2명이 숨지고 최소 18명이 부상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축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이집트 정국의 불안은 이번 유혈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영국 <가디언>은 평가했다.
이날 타흐리르 광장에는 수십만명이 모여 무바라크와 그의 가족 및 측근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는 지난 2월 11일 무바라크가 퇴임한 이후 최대 규모로, 과도 정부를 이끌고 있는 군부에 대한 이집트인들의 불만이 높아진 가운데 열렸다.
<가디언>은 이날 시위가 개혁을 미적거리고 있는 군부에 대한 이집트인들의 인내가 다해가고 있고 불신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군부가 혁명의 성과를 가로채고 있다는 불안감도 시민들을 광장으로 이끌었다.
8일 금요기도회를 마치고 정오 무렵부터 타르히르 광장에 모이기 시작한 시위대는 밤이 되어도 해산하지 않고 광장을 지키다가 다음날 새벽을 맞았다. 이날은 특히 무함마드 탄타위 군 최고위원회 의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군인 수십명이 명령을 거부하고 시위대에 가담해 있었다.
그러던 중 9일 새벽 3시 무렵 군인 300여 명이 광장에 몰려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곤봉을 휘두르고 허공에 총을 발사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목격자들은 새벽 5시 30분까지 총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진압에 투입된 군인들은 저항하는 시위대를 끌어내 트럭에 싣고 간 뒤 길바닥에 내동댕이치거나 여성들을 발로 차고 뺨을 때리기도 했다. 또한 이슬람 사원을 포위한 후 총격을 가하기도 했다.
이같은 유혈 사태 후 군대는 결국 철수했지만, 시위대들은 광장을 재점거하고 주변 도로를 봉쇄했다. 막대와 임시로 만든 무기로 무장한 시위대들은 무력 진압을 비난하며 탄타위 의장이 사임할 때까지 광장을 떠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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