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브스캔은 '자유시장경제가 미래를 위한 가장 좋은 경제 시스템인가?'를 묻는 조사에서 '그렇다'고 답한 미국인은 59%로, 전년 대비 15%포인트 감소했다고 밝혔다. 자유시장에 대한 지지도는 2002년 80%를 기록한 이래 하락세를 보이다가 2007~08년 소폭 상승했으나 지난해 조사에서 급격히 떨어졌다.
특히 연 소득 2만 달러(2176만 원) 이하의 미국인들이 평균 이하로 시장을 못 믿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 조사에서는 이들 중 76%가 '시장경제가 미래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답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44%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또 남성에 비해 여성이 더 부정적인 경향을 보였다. 전년도의 73%에서 20%포인트 넘게 줄어든 52%의 여성만이 시장경제를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같은 결과는 중국과 브라질 등 성장세를 타고 있는 국가들보다 미국에서 시장에 대한 신뢰가 더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과 브라질에서는 같은 질문에 67%가 '그렇다'고 답해 미국인들보다 자본주의에 대해 더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인도에서는 미국과 같은 비율인 59%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전년에 이어 2년 간 동일한 조사가 수행된 20개국에서 이 질문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의 비율은 54%로 전년과 같았다.
▲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시장 경제가 최선의 경제시스템이다'라고 답한 사람의 비율을 비교한 자료 ⓒ미국 인터넷 사이트 '커먼드림스'(www.commondreams.org) 화면캡처 |
더그 밀러 글로브스캔 회장은 "미국에서 자유 기업 경제체제에 대해 이렇게 급격하게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며 "기업가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기업이 스스로를 성장하게 해준 보통 미국인들과의 사회적 관계에서 실패했다는 의미"라며 "이 경향을 뒤집기 위해서는 '영감으로 이끄는 리더십'(inspired leadership)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조사 결과는) 단순히 기업이나 경제성장 등과 같은 좁은 의미에서만 해석할 것이 아니다"라며 "'경제 주체들의 이기적 행위에 모든 것을 맡겨 놓으면 합리적·효율적 결과에 도달하게 된다'는 자유시장경제의 사회적 함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홍 소장은 "자유시장경제는 지난 30년 간 교육, 의료, 일자리, 주거, 정부 재정 등 총체적 해결책으로의 시스템을 의미했다"면서, 그러나 닷컴 버블 붕괴 등의 경제 현상,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동일본 대지진 같은 자연재해, 지구온난화 및 후쿠시마 원전 사태 등의 문제에 대응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켜본 지난 10년의 경험으로 인해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의구심이 확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25개국 1만2284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는 지난해 6월24일~9월18일 실시됐고 신뢰구간은 95%, 오차는 3.0~4.9%다. 조사는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칠레, 중국, 콜롬비아, 에콰도르, 이집트, 프랑스, 독일, 가나, 인도,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일본, 케냐, 멕시코,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페루, 필리핀, 러시아, 스페인, 터키, 영국, 미국 등 25개국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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