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태 이후 중단됐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처음으로 승인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31일 "지난해 연평도 포격 도발로 보류해왔던 민간단체의 북한 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순수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기로 했다"며 "조금 전 1개 단체에 대해 반출 승인을 했다"고 밝혔다.
이날 대북 반출이 승인된 물품은 대북 지원 단체인 '유진벨재단'에서 신청한 3억3600만원 상당의 내성 결핵약이며, 이 약품은 평양 및 평안도 6개 지역의 내성결핵센터 463명의 환자들에게 제공된다. 유진벨재단 측은 통일부의 이날 결정을 반기며, 약품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다음달 19일부터 30일까지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오늘 승인한 것은 1개 단체 물자지만 앞으로도 개별적으로 검토‧승인해서 전달되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통일부에 접수된 물품 반출 승인 신청은 총 7건으로, 유진벨재단 등 7개 단체가 결핵약, 내의, 말라리아 방역물자 등 16억 원 규모의 물품에 대해 신청한 것이다.
또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대북 접촉 승인에 대해서도 통일부는 "인도적 지원 협의를 위한 접촉은 연평도 사태 이전에는 일부 제한적으로 있어 왔다"며 "이런 부분도 필요하다면 개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등이 북한 주민 접촉 승인을 신청하는 등 협력사업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통일부는 식량 지원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민간에서도 식량 지원 계획은 없다"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민간단체 지원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남츨 인원의 방북도 승인한 바 없다며 아직 "5.24 조치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다만 유진벨 재단의 경우는 방북 예정자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통일부의 방북 승인이 필요없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통일부 승인 배경은?
통일부는 "정부는 (천안함 사건 이후 발표한) 5.24 조치에도 불구하고 인도적인 차원에서 영유아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한다는 입장이었으며, 정부도 계속 고민해 왔었다"며 "민간단체들의 요청, 지원 필요성, 분배 투명성, 지원 시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의 '정부도 계속 고민해 왔다'는 설명이나 '식량지원 계획은 없다'는 언급은, 인도적 지원 문제는 최근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식량 실태 조사나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여부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이 현실화될 경우를 대비한 고심 어린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미국마저 대북 지원에 나서는 판에 통일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난을 비하기 위해 '한국도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는 명분 쌓기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북한의 식량사정 파악을 위해 정부 차원의 조사단을 파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선일보>는 한 워싱턴 외교 소식통이 30일(현지시간) "북한이 수용할 경우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 농림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미 정부 조사단이 조만간 파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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