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원자력총국 대변인은 2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현재 북한에 남아있는 핵시설들을 재정비, 재가동 하겠다고 선언했다. 대변인은 지난 3월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에 따라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변인은 "현존 핵시설들 용도를 병진로선에 맞게 조절변경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조치에는 우라늄농축공장을 비롯한 영변의 모든 핵시설들과 함께 2007년 10월 6자회담 합의에 따라 가동을 중지하고 무력화하였던 5MW 흑연감속로를 재정비, 재가동하는 조치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변인은 '자립적 핵동력공업'을 발전시키는 조치의 하나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면서 "지체없이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 2008년 6월 27일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2013년 북한은 흑연감속로의 재가동을 선언했다. ⓒ 뉴시스 |
북한이 이날 재가동하겠다고 선언한 흑연감속로는 플루토늄을 생산해 온 핵심 시설로 알려져 있다. 핵무기용으로 사용되는 '플루토늄 239'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흑연감속로와 같은 시설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흑연감속로 방식의 영변 5MW 원자로는 국제사회의 감시 대상이었다.
북한은 지난 1986년 이 원자로를 처음 가동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1989년 가동을 중단했다. 이어 1992년 한국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했지만 1993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영변에 대한 특별 사찰을 요구하자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탈퇴하는 강수를 두었다.
이후에도 북한은 이 원자로에 대한 봉인과 재가동 과정을 반복해왔다. 1994년 이뤄진 북미 제네바합의에 따라 5MW 원자로를 포함한 주요 핵시설을 동결했지만, 2002년 10월 고농축우라늄 개발 의혹이 불거지고 미국의 압박이 가중되자 다시 원자로를 가동했다. 또 2005년 5월에는 원자로에서 폐연료봉 8천 개를 꺼내는 작업을 벌였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2007년 2.13 합의와 10.3 합의에 따라 5MW급 원자로와 핵재처리시설, 핵연료공장 등에 대한 폐쇄 및 봉인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6자회담의 진전이 없고 주변국의 에너지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자 2008년 봉인을 해제했으며 2009년 11월에는 8000개의 사용 후 연료봉의 재처리를 완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韓·中, 북한 흑연감속로 재가동에 "유감스럽다"
북한의 흑연감속로 재가동에 대해 한·중 양국 정부는 한목소리로 유감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보도가 사실이라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북한은 그간 이루어진 합의와 약속들을 지켜야 할 것이며, 한반도 비핵화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도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조선반도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과 조선반도 및 동북아 평화 안정 수호가 중국의 일관된 주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의 즉각적인 반응은 북한이 원자로 가동을 통해 핵물질을 생산하면 한반도 비핵화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훙레이 대변인은 북한 핵문제를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재차 언급했다. 훙 대변인은 "현재 조선반도의 정세가 복잡, 민감하다"고 전제한 뒤 "관련국들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조속히 대화와 협상의 궤도로 돌아와 함께 적절한 문제 해결 방법을 찾기를 호소한다"며 "조선(북한) 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반드시 대화를 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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