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다이 중심부에서 교외로 자동차로 20분 가량 달리자 바다에서 떠밀려 온 배들이 이리 저리 뒤집혀 진흙탕 속에 쳐박혀 있는 광경이 나타났다. 시 경계를 빠져나오기도 전에 맞이한 처참한 모습이었다. '재해파견'이라는 휘장을 붙인 자위대 차량과 트럭들이 취재진의 차를 스쳐 지나갔다.
▲ 센다이 교외의 처참한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
▲ 센다이 교외 ⓒ프레시안(최형락) |
센다이를 벗어나 타가죠우(多賀城)시에 접어들자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자동차들이 제멋대로 전봇대에 기대 있거나 가게의 창을 뚫고 엎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짓이겨진 건물들과 삐져나온 골재들 사이로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구조대원과 자위대가 긴급 배치돼 사람과 차가 오갈 수 있는 길을 뚫어 두었지만 그것은 '정리'가 아니었다. 파괴된 도시의 잔해를 길가에 잠시 치워놓은 것뿐이었다.
▲ 곳곳에 자위대 병력이 배치되어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점점 굵어지는 눈발을 헤치며 한 시간 가량을 달리자 시오가마(鹽釜)시가 나타났다. 해안 인접 지역인 이곳은 피해가 심한 구역 중 하나라고 알려져 있다.
항구에는 진흙 냄새가 진동했다.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겨 있었고, 그렇지 않은 도로들도 파손 상태가 심한 부분이 보였다. 도로에 뚜렷이 나 있는 갈라진 자국은 한때 싱싱한 생선과 관광객들이 바쁘게 오갔을 항구에 깊숙이 새겨진 상처였다.
▲ 쓰나미 피해 잔해가 쌓인 시오가마 해안 ⓒ프레시안(최형락) |
▲ 시오가마의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
항구 한편의 거리에도 차량들이 형편없이 찌그러진 채 뒤집혀 나뒹굴고 있었다. 전후좌우 어디를 둘러봐도 마음 편한 풍경은 찾을 수 없었다. 한때 보기 좋았을 가정집의 정원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지진 발생 이후 시간이 지나며 다소 정리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가게의 유리는 전부 깨어져 안에 있던 물건들이 밖으로 튀어 나온 그대로였다. 주민들은 원래 살던 곳에 뭐 하나라도 건질 게 없는지 이곳저곳을 배회하고 있었다.
시오가마항까지 길안내를 맡아준 아키야마 토시오 씨가 "날씨도 이상하단 말야"라고 읊조렸다. 그는 "지구의 자전축이 바뀌었다면서? 그게 제일 무서워"라고 도호쿠(東北) 지방 특유의 억양으로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아키야마 씨의 본업은 만두를 만들어 파는 것이다. 어차피 더 이상 물품이 오지 않아 장사를 하게 될 수 없는 그였기에 자가 밴에 취재진을 태우고 이곳저곳을 안내하는 일은 꽤 괜찮은 아르바이트였다. 어쩐지 운전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취재진은 앞서가는 그의 차를 몇 번이나 놓칠 뻔 했다.
▲ 파괴된 도로. 더는 갈 수 없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최형락) |
그런데 갑자기 그의 차가 멈춰섰다. 처음 안내를 약속했던 이시노마키 시까지 갈 기름이 없다고 했다. 외국에서 온 기자들의 취재를 도우면서 경찰에서 발급받은 '긴급차량'이라는 증명서를 갖고 있었지만 기름 부족이 극심한 센다이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센다이 시내에서 기름을 넣으려 시도했으나 주유소 주인은 "긴급 구호대의 차에만 기름을 지급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약속을 어기게 된 것은 이 때문이라면서 이시노마키로 가는 길을 현지 주민들에게 물어 알려주고 차를 돌렸다.
아키야마 씨에게 파괴되지 않은 길을 알려준 한 할아버지는 기자의 목적지를 듣자 눈살을 찌푸리며 "거긴 아직 안심할 수 없어. 조심하라고!"라고 충고했다. 기름통을 싣고 달리던 할아버지의 오토바이가 차 유리창 뒤편으로 멀어져 갔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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