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산업성 원자력 안전보안원은 12일 오전 후쿠시마현 제 1 원전과 제2 원전 모두에서 방사능이 담긴 증기를 배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 일본 사상 최악의 강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유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후쿠시마 제1원전. ⓒAP=연합 |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냉각기능을 상실해 비정상적으로 온도가 상승한 원자로 격납 용기내의 압력을 낮추기 위해 용기내의 증기를 건물 밖으로 방출하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에 따른 방사능 유출이 본격화된 것이다. 제 1원전 부근 주민에 대한 대피명령 반경도 3km에서 10km로 확대되고, 제2 원전에서도 대피명령과 '실내대피' 명령이 10km까지 적용됐다.
<아사히> 신문은 "후쿠시마 제 1, 2 원전 부근 4만명이 넘는 주민들의 피난행렬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12일 오전 10시 현재 이미 지진으로 피난행렬에 나선 주민만 21만명에 이르며, 사망자는 287명, 행방불명자 725명 등 사망.실종자만 1000명이 넘어서고, 부상자 1046명 등으로 집계됐다.
<요미우리> 신문은 "경찰청 발표에는 센다이 시내에서 발견된 200~300명의 시신들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어서, 사실상 사망.실종자는 이미 1200명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1.5km 떨어진 곳에서 통상 70배 방사선량 확인"
문제는 원전 사태도 갈수록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원자력 안전보안원은 후쿠시마 제 1 원전의 1호기로부터 약 1·5km 떨어진 정문 부근에서, 통상의 최대 70배에 달하는 방사선량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는 당초 1호기 원자로 외부에서 검출했다는 7배보다 커진 것이며, 중앙 제어실에서는 통상의 1000배에 달하는 방사능이 감출됐다.
다만 아직 외부에서 검출되는 방사능량은 1시간 노출을 할 경우 엑스레이 검진에서 발생하는 방사능량의 4분의 1 정도에 해당되는 만큼 이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안심할 수준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증기 방출에 따른 방사능 유출에 대한 공포가 심해지자 에다노 관방장관은 기자 회견을 통해 "이번 방출은 정부가 통제 관리하는 방식이므로 대피명령에 침착하게 따르면 건강에 큰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제1원전 사태로 일본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다며 신뢰에 대한 중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방사능 유출 가능성 없다"던 정부 발표, 하룻만에 뒤집혀
일본 정부는 지진발생일인 전날 '원자력 긴급사태'를 처음으로 발령할 때만 해도 "방사능이 유출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후쿠시마현의 제1 원전 1~3호기, 제 2 원전 1~4 호기 등 11개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이 정지됐고, 특히 후쿠시마현 원전들에서는 이미 방사능 유출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제 1원전에서는 지진의 충격으로 원자로에 대한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냉각수 순환에 문제가 생겼고, 이에 따라 연료봉을 담은 냉각수 수위가 계속 낮아졌다. 일본 정부는 지진이 발생한 전날 오후 7시 45분 제1 원전에 대해 '원자력 긴급사태'를 발령하면서 반경 3㎞ 이내에 있는 주민에게 대피명령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증기 배출로 방사능 유출 강도가 커지면서 당초 제 1 원전에서 반경 3km 이내의 주민에게 내려졌던 대피명령은 반경 10km 이내 주민으로 확대 실시됐다.
원자로 냉각 기능을 상실한 후쿠시마 제2 원전에서도 이미 반경 3km 이내의 주민에게 대피명령이 내려졌고, 반경 3~10km 이내 주민은 외부 출입을 자제하라는 '실내대피' 지시가 내려졌다.
▲ 11일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센다이 시. 마치 폭격을 당한 듯 건물의 잔해가 여기저기 보인다. ⓒAP=연합 |
문제는 후쿠시마 제 2 원전도 마찬가지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12일 오전 7시 45분 원자력 재해 대책 특별 조치법에 근거해, 후쿠시마 제2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서도 '원자력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2 원전 1, 2, 4호기 등에서 원자로를 통제하는 압력제어실의 온도가 100도를 넘어서면서 원자로의 압력 억제 기능이 작동하지 못하는 상태가 발생했다.
일본은 지진다발 국가임에도 원활한 전력공급을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이 불가피하다는 정책 판단으로 이미 50기의 원전이 가동중인 '원전 선진국'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원전 방사능 유출' 사태는 전세계 원자력 산업에 큰 경종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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