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희 교수는 "활기에 넘치고 하루가 다르게 번창해 가는 중국의 도시와 달리, 한적한 북한 도시의 시가지는 회색빛의 낡은 주택들 사이로 사람들이 간간이 오가며 공장 굴뚝에서는 연기가 멈춘 지 이미 오래됐다"고 압록강변의 풍경을 묘사했다. 그러면서 그는 "접경지역의 공간 변화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된다면 우리의 영향력이 축소될 뿐 아니라 통일 이후 한반도 국토발전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 교수의 책이 주목되는 이유는 그간 특정 분야나 지역에 대한 연구는 몇 있었지만 북중 및 북러 접경지역 전체에 대한 거시적 연구는 최초라는 점이다. 특히 책에서는 압록강 및 두만강 일대의 지형, 식생과 같은 자연지리적 특성에서부터 자원분포와 산업발달, 역사와 주민생활 등 문화적 토대까지 상술하고 있다. 이는 북한 관련 정책결정자나 사업가, 연구자들에게는 매우 귀중한 정보다.
또한 생생한 묘사 및 설명과 함께 사진과 지도 등 시각 자료를 충분히 첨부했다는 것 또한 책의 강점이다. 다만 연구 논문 형식을 거의 수정 없이 그대로 책으로 펴냈다는 점에서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은 아쉽다.
▲ <북·중 접경지역> (이옥희 지음, 푸른길 펴냄). ⓒ푸른길 |
그는 현재의 북중 접경지역은 때때로 안정성이 불확실하며 제한적‧부분적으로만 개방되는 성격을 띤다고 분석하면서, 국경의 개방 수준은 개성공단보다 조금 높은 정도이긴 하지만 그래도 '폐쇄적'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국경을 수비하는 군사적 방어기지로서의 기능보다 사회문화적 교류나 경제 교역의 통로 역할이 컸다"는 역사적 배경 아래, 북중 간 국경통과 지점을 중심으로 변경무역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그는 주목한다. 이 국경통과 지점은 중국에서는 '변경구안' 또는 '통상구', 북한에서는 '세관' 등으로 불린다.
특히 그는 창춘(長春), 지린(吉林), 투먼(圖們)을 잇는 '창지투 개발계획'에 대해 "(이는) 국가급 사업으로서 중앙정부의 지원뿐 아니라 지방정부와 민간기업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광역 두만강 개발계획이나 동북진흥전략에 비해 사업대상 범위가 구체적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북중 경협의 전망을 밝게 본 것이다.
또한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에도 주목을 기울여야 한다고 책은 강조한다. 러시아는 한반도에 놓인 철도와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연결한다는 웅대한 구상에 관심을 가지고 2008년부터 나선특별시(당시 직할시)와 러시아 핫산구 사이의 철도 현대화 작업에 착수했다. 이 교수는 이 구상이 실현되면 태평양과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해양-대륙 간 연계 통로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보았다.
책은 이 교수가 1990년대부터 여러 차례 중국과 러시아를 드나들면서 수집한 자료에 바탕해 쓰여졌다.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지난 20년을 돌아보니, 아직 이뤄지지 않은 이 교수의 기대가 가슴을 친다.
"앞으로 남북 간 협의에 의해 한국종단철도(경의선, 동해선)가 완성돼 대륙횡단철도들과 연결되고 유럽과의 연계망이 구축되면, 이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보다 확대되고 강화된 초국경 도시네트워크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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