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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女, 김정기 전 총영사 관저에서 직접 자료 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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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女, 김정기 전 총영사 관저에서 직접 자료 빼내"

'간첩 사건' 정황 짙어 파장 커질 듯

중국 상하이 주재 외교관들과 '불륜 파문'을 일으킨 중국 여성 덩모(33) 씨가 정부·여당 인사 200여명의 연락처를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의 방에서 직접 빼낸 정황을 보여주는 단서가 포착됐다.

이는 덩 씨가 기밀 정보를 얻기 위해 김 전 총영사를 포함한 한국 외교관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단순한 불륜 파문이 아니라 간첩에게 당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또한 국가정보원 출신 부총영사가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정보를 유출했다는 김 전 총영사의 주장도 신빙성을 의심받게 됐다.

■ 어떻게 알았나

<연합뉴스>는 9일 덩 씨의 한국인 남편 J(37) 씨로부터 입수한 사진의 파일정보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덩 씨는 6월 1일 오후 6시55~56분 상하이 힐튼호텔에서 김 전 총영사와 나란히 사진을 찍었고, 2시간여 뒤인 오후 9시19~21분 같은 카메라로 김 전 총영사가 소지한 MB 선대위 비상연락망을 포함한 정부·여권 실세 연락처들을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 김정기 전 총영사와 덩 씨가 같이 찍은 사진 ⓒ연합뉴스
▲ 2시간 여 후 찍힌 연락처 사진 ⓒ연합뉴스

J 씨가 덩 씨의 USB 메모리에서 찾아내 <연합뉴스>에 제공한 이들 사진은 모두 같은 날 소니 DSC-TX1 카메라로 촬영했다는 정보를 담고 있고, 하나의 폴더에 들어 있었다. 이 카메라는 두께가 1.65cm에 불과한 가벼운 것으로 여성들이 선호하는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다.

'한나라당 연락처 - 사진'이란 제목의 폴더에는 김 전 총영사가 한 손에 와인잔을 들고 다른 손으로 덩 씨의 어깨를 감싼 모습의 사진 파일 2개와 'MB 선대위 비상연락망', '서울지역 당원협의회 위원장 비상연락망' 등 정부·여당 인사들의 휴대전화번호 등 연락처가 적힌 사진 파일 10개의 파일이 들어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 무엇을 의미하나

누군가 의도적으로 사진파일의 촬영 날짜, 카메라 기종 등을 조작하지 않았다면 덩 씨가 김 전 총영사와 호텔에서 사진을 찍은 뒤 총영사의 관저로 이동해 연락처 자료를 직접 촬영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상하이 힐튼호텔에서 총영사관의 개인 거주지인 관저까지는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다.

김 전 총영사는 8일 보도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덩 씨와의 사진 2장에 대해 "작년 6월 1일 이탈리아 국경절 행사 참석차 상하이 힐튼호텔에 들렀다가 우연히 만나 홀에서 인사하면서 찍은 것"이라며 촬영 일자를 확인한 바 있다.

카메라가 덩 씨의 것이라면 김 전 총영사가 덩 씨와 함께 관저로 가서 연락처를 촬영하도록 했거나, 김 전 총영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덩 씨가 몰래 촬영하는 등의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덩 씨가 의도적으로 김 씨의 자료를 빼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반면 김 전 총영사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부총영사가 일을 처리했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중국에서 5년 가량 영사를 역임했던 한 인사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부총영사나 그가 보낸 사람이 개인의 집인 관저에 몰래 들어갈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무엇이 문제인가

이같은 추론이 사실이라면 덩 씨는 '비자 장사' 등 이권을 위해 한국 외교관들에게 접근한 게 아니라 정보를 빼내기 위한 목적으로 접근한 스파이일 가능성이 있다. 중국에서 전직 영사를 지낸 인사는 "정황으로 볼 때 치정 사건이 아니라 국가 기밀을 유출시킨 간첩 사건"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는 <연합뉴스>의 사진파일 관련 보도가 나온 후 "간첩 사건이 틀림 없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의 말이 맞다면 이번 사건은 한국의 외교관들이 외국의 간첩 활동에 걸려 든 것이다. 나아가 김 전 총영사가 연락처를 내줬거나 자료를 촬영하도록 방조했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죄나 외교상 기밀누설죄가 성립한다.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다른 기밀자료도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한중간 기밀유출, 간첩 공방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이번 사건을 조사할 계획이다. 국무총리실은 9일 김 전 총영사를 이틀째 불러 조사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총영사는 이날 밤늦게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폴더(촬영정보)의 수정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드러나지 않은 정체불명의 검증도 안 된 사람(J씨)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 정보전문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언론에 자료를 제공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 전 총영사는 이어 "통상 국경절 행사는 2시간 반에서 3시간이 걸리는데 그날 이태리 국경절 행사는 오후 7시부터 시작됐고 행사 내내 공개된 행사장에 계속 있었기 때문에 그(연락처 사진 파일에 기록된) 시간에 연락처를 몰래 빼내 사진을 찍는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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