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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치정 스캔들이 아니라 명백한 간첩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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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치정 스캔들이 아니라 명백한 간첩 사건"

[인터뷰] 前 중국지역 영사 "자질없는 'MB맨'을 총영사 시킨 게 문제"

중국 상하이 주재 총영사관 외교관들의 스캔들 및 기밀 유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총영사와 부총영사 간의 감정 싸움, 현지인 유부녀를 두고 벌인 영사들의 불륜과 암투, 정부·여당 핵심 인사들의 전화번호와 기밀 정보의 유출 등 수많은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거 중국 지역에서 4년간 영사 생활을 했던 한 인사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을 불륜이나 치정 사건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며 "명백한 간첩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유출된 김정기 전 총영사의 자료가 있던 곳이 청사가 아니라 개인 사저이며, 중국 당국은 외교관 사저를 철저한 관리한다는 점에서 한국 정보기관 배후설을 제기하는 김 전 총영사의 말을 반박했다. 중국 정보기관이 아니면 누구도 총영사의 사저에 침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이번 일이 일어나게 된 근본 원인은 고위 외교관의 자질이 없는 인물을 중요한 총영사로 보낸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연합뉴스
-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나?

"상하이 총영사관 주재 외교관들에게 접근하는 중국 사람들은 거의가 국무원 산하 국가안전부(MSS) 사람들이다. 한국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정보기관인데 직원들이 엄청나게 많다. 김정기 전 총영사 등은 상하이 총영사관에는 국가 기밀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이 없고, 등 씨가 비자 문제로 접근했기 때문에 스파이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내 경험에 비춰볼 때 사실이 아니다.

상하이는 중국의 실질적인 수도다. 경제, 금융, 무역, 정보 전쟁의 총본산이다. 중국공산당 상하이 당서기는 총서기로 가는 통로다. 상하이시장은 서울시장 격이다. 그런 사람들한테 직보되는 정보를 모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외국에서 온 외교관들을 철저히 감시한다. 총영사한테는 기본으로 4명이 붙고, 일반 영사는 2명씩 붙어서 뒤를 밟는다. 그 외교관이 친중인지 반중인지 경향을 파악하고 장점과 약점, 가족관계를 계속 보고한다. 청소부까지 다 간첩이라는 소리도 있다. 중국은 도청의 왕국이고 스파이의 천국이다. 영사 생활을 오래 하면서 인간적으로 친하게 된 현지인들이 '다 도청된다'고 귀띔해 줬다.

따라서 비자 이권을 챙기기 위해 벌어진 치정·불륜 사건 정도로 축소할 수 없는 큰 일이 있을 것이다. 치정 사건이 아니라 국가 기밀을 유출시킨 간첩 사건이다. 비자 장사는 여행사를 통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물론 등 씨가 비자 관련 이권을 챙기려는 행태도 보였지만 그건 작은 부분일 뿐이다."

- 중국의 정보 수집 활동에 관해 겪은 일이 있다면?

"비일비재했는데 일화 하나만 얘기해 보겠다. 영사를 하던 시절 어느 날 차를 몰고 가다가 타이어가 터졌다. 차량 통행도 거의 없는 길이었고 밤 11시 30분이었다. 그런데 3분도 안 돼서 경찰차 2대가 나타나더니 타이어를 바꿔줬다. 우연히 지나가다가 우리를 목격하고 도와줬다고 했는데, 누군가가 내 뒤를 밟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나가다가 발견했다'던 사람들이 내 타이어를 교체해주더니 지나가지 않고 돌아갔다. 당시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베이징에 와서 진실을 알 수 있었다.

국가 통치의 효율성 면에서 중국은 세계 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도 철저히 잘 돼있고, 집행도 엄격하고, 정보 수집도 아주 세련되어 있다. 중국하면 엉성할 것 같지만 무시무시할 정도로 철두철미하다. 상하이 홍차오공항에 가면 수색대도 별스럽지 않고 검사도 제대로 안 하는데 마약밀수범이 딱딱 잡힌다. 그게 중국이다."

- 김정기 전 총영사는 한국 정보기관 배후설을 말한다.

"언론들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총영사관 청사가 아니라 총영사의 관저에서 정보가 유출됐다는 점이다. 김정기 전 총영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비상연락망(정부·여당 인사 200여 명의 연락처)은 나를 음해하려는 누군가가 상하이 관저에 침입해서 촬영해 유출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보기관 인사가 배후일 것으로 본다고도 말했다. 국정원 출신의 부총영사를 지목한 것이라고 언론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관저는 총영사 개인의 집이다. 청사에 있는 총영사 사무실에 있는 자료가 유출됐다면 부총영사를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사이가 안 좋아도 개인의 집에 몰래 들어갈 수는 없다. 서울 주재 외교관들의 집도 경찰이 지키고 헌병대가 지킨다. 중국은 외교관들의 집에 관한 보안을 더 강하게 한다. 관저에 괴한이 침입하면 총 맞아 죽을 수도 있다."

- 왜 이런 일이 생겼다고 보나?

▲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 이임식 장면. ⓒ연합뉴스
"김정기 같이 자질 없는 사람에게 총영사 자리를 준 게 문제의 뿌리다. 한나라당 총선 공천에서 떨어졌으면 청와대 비서관이나 시킬 일이지 왜 상하이 총영사에 보내나. 상하이 총영사는 이미 대사를 지낸 고위급을 보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자리이고 전문적인 외교 역량이 필요하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외무부에서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자리 중 하나다.

그런데 '엠비맨'이라고 해서 낙하산으로 보냈다는 게 문제다. 총영사를 했다는 사람이 그 여자의 신분도 확실히 모르면서 '믿을 만했고 네 번이나 도와줬다'는 말을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얼마나 고급 정보들이 흘러 나갔겠나. 외교관이 왜 특정 정당 정치인들의 명단을 가지고 있나. 중국 같으면 총살감이다. 국가 기밀 누설죄를 저지른 것이다. 스파이한테 놀아 난 것이다. 중국 탓도 아니고 대한민국 탓이다.

그 여자의 정체가 불분명하다느니 그런 식으로 은근슬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몇몇 영사들의 아랫도리 문제로 덮어버려도 안 된다. 최소한 김정기 전 총영사 이상의 문제다. 왜 그런 사람을 거기에 보냈으며, 문제가 있으면 냉큼 소환해야하는데 '엠비맨'이라고 백이 두려워서 그렇게 하지도 못했다.

또, 김정기 전 총영사는 4월 분당(을) 재보선에 생각이 있다고 한다. 총영사를 하고 있으면 거기에 전념해야지 국내 정치에나 기웃거리다니 한심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총체적으로 망조가 들었다. 이런 막장이 없다.

상하이에는 임시정부 청사가 있다. 윤봉길 의사가 일제에 저항해 폭탄을 던진 곳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조상탓을 못하게 하는 곳이다. 조상들은 그곳에서 그렇게 고생했는데 국가의 녹을 먹는 외교관들이 방탕 무도한 생활을 하고 은폐하려고 했다는 게 개탄스럽다. 국격이 땅에 떨어졌다. 우리 헌법 전문에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는다고 되어 있다. 임정이 있던 곳에서 그런 짓을 했다니 통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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