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동의 리비아 대사관 앞에서 25일 열린 시위에는 리비아인과 모로코, 수단 등 아랍·아프리카 국가에서 온 사람들과 이에 연대하는 국내 시민단체들이 시위를 열었다.
약 30~40명 규모의 시위대는 "카다피는 물러나라", "주한 리비아 대사는 빨리 나와 우리의 얘기를 들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인근 이슬람 예배당(모스크)에 모여 기도를 드린 후 대사관 앞까지 행진해 와 오후 2시경 집회를 시작했다.
▲ 25일 서울 이태원동의 리비아 대사관 앞에서 국내 거주 리비아인과 아랍인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은 이날 시위를 앞장서서 이끈 모하메드 조하리(35). ⓒ프레시안(곽재훈) |
이날 시위를 앞장서서 이끈 모하메드 조하리(35)는 "나는 자유로운 리비아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카다피 집권 이전 시절의 리비아 국기를 흔들며 카다피가 물러나야 한다고 연설했다.
▲ 조하리는 이날 리비아 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오른쪽 너머로 보이는 대사관(복숭아색 건물) 앞에는 현재의 리비아 국기가, 조하리의 손에는 카다피 집권 이전 사용했던 리비아 국기가 들려 있다. ⓒ프레시안(곽재훈) |
시위 참가자 자말 묵빌(42)은 "카다피가 리비아인들을 학살하고 있다"면서 울분을 토해냈다.
한국에서 3년째 거주하며 미디어 관련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리비아 사태의 심각성을 역설했다.
묵빌은 "카다피가 물러나야 한다"면서 "리비아에 자유를!"이라고 몇 번이나 외쳤다. 그는 "한국의 리비아 대사관도 입장을 밝혀야(verify) 한다"면서 "리비아 민중들의 편에 설 것인지, 독재자의 편에 설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사관도 민중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시위 참가자 우사마 쇼라디(37)는 "내 가족과 친구들도 모두 리비아에 있다"면서 "벵가지에 사는 친구도 있다"며 걱정스런 반응을 보였다. 쇼라디는 "이프리카 용병들이 리비아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면서 "리비아 정규군도 거부한 이런 일이 위대한 역사를 가진 나라 리비아에서 왜 일어나야 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 시위 참가자 우사마 쇼라디(37) ⓒ프레시안(곽재훈) |
쇼라디는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친구인 미국 정부는 카다피를 몰아내도록 도와야 한다"며 "나는 이 대통령에게 리비아 민중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그는 "카다피는 어서 퇴진해야 한다"면서 "주한 리비아 대사도 민중의 편에 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 수단에서 온 므하디(37)도 이날 시위에 참가했다. ⓒ프레시안(곽재훈) |
모로코 출신으로 지난 1994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파카타딘 타하르(38)는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가며 "리비아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해당했다"면서 "리비아 인구는 겨우 500만이다. 얼마나 더 죽어야 하나?"라고 물었다.
타하르는 리비아에도 많은 한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말하며 한국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리비아에 거주하는 한국인들도 다쳤는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면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타하르는 한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들이 리비아의 민주화를 돕기를 촉구하며 "우리 아랍인들은 카다피를 돕는 모든 나라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델 에이전시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힌 타하르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민주주의다"라면서 "누구든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모로코 출신의 귀화인 파카타딘 타하르(38) ⓒ프레시안(곽재훈) |
그는 리비아 정부의 언론 통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난하며 국내·외 언론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만약 <알자지라>가 없었으면 모든 리비아인들이 죽어도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 이날 시위에는 30~40명 규모로 열렸다. 시위 참가자 오사마 오드만(오른쪽 끝)이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곽재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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