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바레인 왕정, 유혈진압 이틀만에 '말로 하자' 급선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바레인 왕정, 유혈진압 이틀만에 '말로 하자' 급선회

리비아는 강경진압 계속… '미국의 이중잣대' 비판 증폭

'21세기 베를린 장벽 붕괴 사건'으로 비유되는 최근 중동지역의 혁명 열기는 폭력으로 진압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지난 17일 유혈진압에 나섰던 바레인 정부의 태도 변화는 이를 잘 보여준다.

경찰과 군대를 동원해 시위대를 철수시켰던 바레인 정부는 유혈 충돌이 확산될 것을 우려해 이틀만인 19일 시위 중심지인 바레인 수도 마나마의 '진주 광장'에서 경찰과 군대를 철수시켰다. 전날 바레인 군은 시위대에 발포해 7명이 생명을 잃을 정도의 중상을 입었다. 그중 5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 19일 바레인 수도 마나마의 '진주광장'에서 경찰과 군이 철수하자 기뻐하는 시위대들이 다시 모였다. ⓒAP=연합
개혁 성향 바레인 왕세자 "개혁 지체가 현재 혼란 불렀다" 시인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셰이크 살만 빈 하마드 알- 칼리파 왕세자가 대화를 통해 야권과의 신뢰 회복에 나섰고, 시위대가 진주 광장에서 안전하게 머물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바레인 야권을 대표하는 단체 알-웨파크는 현재의 왕정을 민주적인 입헌공화국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시위대는 이 요구가 관철될 때가지 진주광장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바레인 정부가 태도를 바꾼 배경에는 바레인에 제5함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 등 서방 우방국조차 유혈진압에는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10여건의 무기 수출 허가를 취소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 밤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파 바레인 국왕에게 전화를 걸어 자제해줄 것을 요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화 통화에서 "안정은 국민의 권리 존중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후 바레인 국왕은 셰이크 살만 왕세자를 정부를 대표하는 대화창구로 지정했다. 전문가들은 개혁 성향의 왕세자가 왕정 내부의 강경파들을 누르고 힘을 얻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변화로 해석했다.

왕세자는 18일 바레인 국영 TV로 방영된 인터뷰에서 "개혁이 지체된 것이 현재의 큰 혼란을 초래했다"면서 "이런 개탄스러운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문제는 바레인 왕정의 대화 제스처가 성난 민심을 돌이키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많은 시위 관계자들은 "왕은 퇴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왕정은 사라져야 한다"면서 "이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42년 철권통치'를 이어온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도 풍전등화의 신세다. 카다피 정권은 보안군을 동원해 시위대를 유혈진압해 지난 3일 동안에만 최소 84명의 시민을 살해한 것으로 국제적인 인권단체 휴먼라이츠는 추정했다.

19일 새벽에도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리비아의 제2도시 벵가지에는 보안군이 시위대를 급습해 15명이 사망하는 등 추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2009년 방탄유리 뒤에서 군대 사열을 하는 리바아의 독재자 카다피. 최근 전례없는 반정부 시위로 위태로운 처지가 되었다. ⓒAP=연합
카다피, 계속된 유혈진압으로 정권 유지 가능할까

아직 수도 트리폴리까지는 시위가 확산되지 않았다. 리비아는 반정부 시위나 정당 설립 자체가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고, 도시 곳곳마다 자체 군대를 보유한 혁명위원회들이 장악하고 있는 체제다. 이때문에 좀처럼 시위가 벌어지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지난 15일부터 벵가지를 비롯해 알-바이다 등 최소 5곳의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지만, 정부의 강력한 진압으로 다른 곳들로 시위가 확산되지 못하면 시위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벵가지를 비롯해 수십년래 최대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 자체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 시위 사태로 수많은 혁명위원회 공관들이 불탄 것으로 전해질 만큼 이번 시위의 규모나 성격은 리비아에서 전례없는 것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은 의견이 다르다.

실업률이 최소 30%가 넘고, 독재와 부패가 장기화된 리바아에서 정권과 국민의 분열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이미 독재자들이 축출된 튀니지와 이집트의 상황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1969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카다피는 1977년 사회주의와 이슬람주의, 범아랍주의를 융합한 '자마히리야(인민권력)' 체제를 선포하고 독특한 형태의 '인민 직접민주주의'를 리비아에 구현하겠다면서 의회 제도와 헌법을 폐기하고 전제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하지만 카다피 정권도 중동의 혁명 열기 앞에서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갈수록 의문시되고 있다. <포린폴리시>는 이집트의 무바라크에 이어 무너질 가능성이 높은 독재자 5인 명단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카다피를 나란히 꼽았으며, <비즈니스인사이더> 역시 무바라크의 뒤를 이어 실각할 독재자에 카다피를 여섯번째로 꼽았다.

또한 현재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시작된 중동의 혁명 열기는 이집트를 넘어 예멘 등 중동 전역에 퍼지고 있다. 18일 예멘에서도 반정부 시위에 경찰이 발포해 1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지만, 독재자 샬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한편, 중동에서 독재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들 요구가 정부의 유혈 진압에 부딪치고 있을 때 '중동의 민주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천명한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의 '이중잣대'에 대한 비판도 날로 거세지고 있다.

미국이 폭격을 해서라도 제거하고 싶어하는 이란처럼 '눈에 가시 같은' 반미 중동 국가의 반정부 시위에 대해서 오바마 대통령은 "더 많은 자유와 더욱 대표성 있는 정부를 향한 열망을 과감하게 드러낼 용기가 필요하다"면서 격려했다.

반면 동맹국인 이집트와 바레인의 반정부 시위에 대해서는 유혈진압에만 우려를 표명할 뿐, 독재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현재 미국은 '중동의 민주화'와 '안정' 사이에 갈팡질팡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동에 대해 민주화보다 안정을 우선시하는 미국의 중동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중잣대'의 어정쩡한 태도를 버리지 않으면, 미국은 중동에서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은 처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현재 중동은 미국의 개입할 여지도 없이 자기동력으로 민주화를 향해 치닫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