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와 예멘의 시민들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물러난 다음날인 12일 거리로 나와 이집트와 튀니지에서 이뤄낸 시민혁명을 이어가자고 외쳤다. 이란 야권은 14일 반정부 시위를 예고했다.
경제난, 정치적 불만, 옆 나라 경험 합쳐져 '폭발'
알제리의 수도 알제 도심 곳곳에서는 12일(현지시간) 수천명의 시민들이 정부의 집회 금지 명령을 거부하고 모여 압델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에는 튀니지·이집트 시민들의 승리를 목격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야권 정당과 단체들이 3주 전 구성한 '변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전국연대'(CNCD), 사회 운동 단체들, 노조 등도 나섰다.
알제리 정부는 일찌감치 이날 시위를 불법집회로 규정, 알제의 시위대 집결 예정지인 메이데이 광장으로 향하는 도로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대규모 경찰력을 배치했다. 정부는 또 시위대가 페이스북 등을 이용해 시위를 조직하자 이날 인터넷을 차단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했다.
'인권옹호 알제리 연맹'의 알리 야히아 아브데누는 알제리 전역에 2만8000여 치안 병력이 시위 예정지에 배치돼 수천 명이 참가한 반정부 시위를 차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위 과정에서 총 400명 이상이 연행됐다고 덧붙였다.
▲ 이집트의 상황에 영향을 받은 알제리 시민들이 12일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
알제리에서는 지난달 초 닷새간 시위가 계속된 이래 곳곳에서 산발적인 파업과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청년들의 분신자살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시위대들은 정치적인 요구 외에도 일자리 부족, 식료품 가격 상승, 주택 문제, 부패 등을 외치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23년간 권력을 잡고 있는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반정부 여론이 고조되자 1992년부터 계속된 국가비상사태 조치를 조속히 해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수도 알제 내 시위 제한은 풀지 않고 있다.
<알자지라>는 주요 석유·가스 수출국인 알제리의 정국 불안이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전문가들은 알제리 정부가 에너지 수출로 조성한 부를 통해 국민들의 불만을 달랠 수 있기 때문에 이집트와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분석한다고 전했다.
예멘 친정부 정치깡패들 시위대에 단검 휘둘러
예멘에서도 이날 4000여명의 시위대가 수도 사나에 모여 33년간 집권하고 있는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사나 시내를 행진하며 살레 대통령 사진을 찢고 "무바라크 다음은 알리의 차례", "이집트 혁명 다음은 예멘 혁명", "물러나라, 물러나라 알리"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사나 중심 타흐리르 광장 근처에서 곤봉과 칼 등으로 무장한 5000여명의 경찰과 살레 대통령 지지자들이 막아서자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1978년부터 집권해온 살레 대통령은 최근 정권 퇴진 운동이 일어나자 오는 2013년 임기가 끝나면 권좌에서 물러나고 아들에게 권력을 세습하지도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민주화 세력은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11일에도 예멘에서는 이집트 시민혁명의 승리를 축하하는 시위대 수천명이 시위를 벌였다. 또한 남부에서는 분리 독립 지지자들 3000여명이 모여 무바라크의 퇴진과 남부 예멘의 독립을 외쳤다.
살레 대통령은 11일 밤 국방·경찰 책임자 회의를 소집, 공무원·군인의 임금을 또 한 번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2300만 예멘 국민의 40% 이상이 하루 2달러 이하로 살고 있는 상황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 예멘 수도 사나에서 12일 반정부 시위대와 정부측 정치깡패들이 충돌했다. ⓒ로이터=뉴시스 |
한편 지난 11일 이슬람 혁명 기념일 행진에 예상보다 적은 시민들이 참석한 이란에서는 반정부 단체들이 오는 14일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이란 반정부 단체들의 연합체인 '녹색 운동'은 이집트 혁명의 영향을 받아 이번 시위를 조직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그러나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시위를 불허해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이탈리아 시민들, 미성년 성매매 의혹 총리 퇴진 외쳐
이탈리아에서는 '보랏빛 민중'이라는 이름의 시위대가 12일 로마 등 주요 대도시에서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에 휘말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로마에서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숟가락으로 냄비를 두드리고 "무바라크 다음은 베를루스코니 차례"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에는 예술인과 언론인, 각급 노동조합원과 일반 시민 등일 골고루 참여했다.
13일에도 여성 단체들이 기획한 거리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이들은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여성의 존엄성을 훼손했다고 비난하는 동시에 신문과 TV, 광고에서 여성의 이미지가 왜곡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시위 동참을 촉구하며 "이탈리아는 매음굴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1주일 전에도 세계적인 작가 움베르토 에코 등이 참가한 가운데 베를루스코니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밀라노와 피렌체 등지에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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