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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신음' 가자지구도 이집트 시위 여파로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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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신음' 가자지구도 이집트 시위 여파로 '흔들'

"이스라엘만 적인 줄 알았는데…팔레스타인 분열도 문제"

이스라엘로부터 3년 반 넘게 봉쇄를 당하며 고통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주민들이 이집트 시위의 여파로 동요하고 있다고 국제 뉴스 통신사인 <인터프레스서비스>가 6일 보도했다.

가자 주민들의 불만은 봉쇄 이후 사실상 유일한 식량·에너지 보급로가 되어 온 이집트-가자 사이 검문소가 이집트 시위 사태로 폐쇄되면서 경제난이 가중되는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불만이 단지 이스라엘만을 향하고 있는 게 아니라 분열된 팔레스타인 정치 지도자들에게도 향하고 있어 가자를 통치하고 있는 하마스 정부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하마스는 2006년 1월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와 가자지구, 동예루살렘에서 실시된 총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1년 여 뒤 구(舊) 집권세력인 파타 소속인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하마스-파타 연합정부를 깨자 하마스는 가자에서 파타 보안군을 몰아내고 지배권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가자지구는 하마스가, 서안지구는 파타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분리해 통치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을 분열시키는데 성공한 이스라엘은 그해 6월부터 가자지구를 봉쇄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의 가혹한 조치 속에 그나마 숨통을 터줬던 것은 이집트 쪽으로 향해 있는 라파 검문소와 수백 개의 지하 터널들이었다. 가자 주민들은 일주일에 5일간 개방되는 이 검문소를 통해 이집트 쪽으로 나가 긴급한 병원 진료를 받거나 식량을 구한 뒤 돌아왔다. 하루 평균 400명이 이집트 쪽으로 나가고 200명가량이 되돌아왔다. 지하 터널을 통해서는 연료와 생필품 등을 공급받았다.

그러나 이집트 시위 사태가 터진 후 지난달 31일부터 검문소가 폐쇄됐다. 이집트 쪽 경찰과 검문소 직원들이 시위 사태로 일을 하지 않으면서 문을 닫게 된 것이다. 터널을 통한 연료 밀반입에 종사해왔던 이집트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거나 시위에 가담하면서 반입량은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라파 검문소가 있는 시나이 지역은 이집트의 그 어느 곳보다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이에 따라 가자 지구의 연료난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집트 사태 발발 전에도 필요한 연료 규모의 반 밖에 공급받지 못했던 가자지구는 현재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팔레스타인 에너지 및 천연자원 당국의 책임자인 마무드 알 샤와는 특히 가자지구의 병원, 고아원, 베이커리, 양계 농장 등에 연료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고통을 받고 있다고 <인터프레스서비스>에 말했다.

▲ 라파 검문소 주변에 모여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로이터=뉴시스

상황이 이러하자 가자지구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팔레스타인의 현 상황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오는 11일 가자시티에서 독자적인 시위를 벌일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인권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마 아메드 엘 라와는 "11일 집회를 내가 조직하고 있지는 않지만 반드시 참석해서 내 의견을 말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스라엘만이 우리의 적이라고 알아 왔는데 지금 우리의 적은 둘이다. 이스라엘의 점령이 하나고, 다른 하나의 적은 가자와 웨스트뱅크의 분열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요구는 팔레스타인의 분열을 끝내고 새로운 선거 날짜를 잡으라는 것"이라며 "젊은이들에게 선거권을 주어 우리를 대표하는 지도자를 뽑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은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인구의 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불만이 이스라엘이나 파타뿐만 아니라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의 정치 현실 전반으로 확대되자 하마스 정부도 긴장하고 있다. 하마스 정부는 지난 4일 가자시티에서 이집트 시위대를 지지하는 공식 집회를 열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인들과 네티즌들이 그와 별도로 독자적인 집회를 갖자 참석자 중 여성 6명과 남성 8명을 체포했다. 그 중 2명의 여성은 팔레스타인의 현 체제에 공개적인 비판을 해 온 인물들로 경찰에 끌려가 폭행을 당했다고 <인터프레스서비스>는 전했다.

경찰에게 붙잡혀 갔던 마무드라는 남성은 "민간인 복장을 한 경찰이 갑자기 나를 끌고 가 지프 안에 집어넣고 하마스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를 한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며 "그 경찰관은 '너에게 하나를 가르쳐 주겠다'며 나를 때렸다"고 말했다. 눈가리개를 한 상태에서 몇 시간 동안 신문을 받은 마무드는 결국 풀려났지만 휴대전화를 압수당하고 이틀 뒤에 찾을 수 있었다.

다만 하마스 체제에 반대하는 시위가 경쟁 세력인 파타에 의해 조장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인터넷 페이스북에는 지난달 28일 '가자에서의 혁명'을 요구하며 오는 11일 집회를 하자고 제안한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누가 이 글을 작성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으며, 현지 <만 뉴스>에 따르면 파타의 관계자들이 페이스북에 실린 이 글을 기사로 써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다.

<인터프레스서비스>는 이같은 일이 있고 나서 며칠 후 페이스북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있는 웨스트뱅크의 라말라에서 '혁명'이 필요하고 압바스 수반을 몰아내야 한다는 글도 올라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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