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령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온 북한이 남북 간 군 통신선을 단절하고 군 통신 연락소의 활동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남북 군 통신선을 단절했다며 "적들의 무분별한 준동으로 하여 북남 사이의 대화와 협력을 위해 개설된 북남 군통신은 이미 자기의 의미를 상실하였다"고 단절 이유를 밝혔다. 통신은 이날 오전 11시20분 남측에 통지했다고 보도했다. 북측의 이번 조치로 현재 남북 간 가동되는 핫라인은 항공관제용 통신만 남게 됐다.
북측은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수석대표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이 시각부터 북남 군통신을 단절하는 것과 함께 서해지구 북남관리구역 군통신연락소 우리측 성원들의 활동도 중지하게 됨을 통고하는 바"라며 "우리가 취하는 조치는 남측의 시대착오적인 반공화국 적대행위가 계속되는 한 철저히 집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조치에 우리 정부는 즉각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이러한 조치는 개성공단의 안정적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조치로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며 "우리 측 인원의 개성공단 출입 및 신변 안전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의 말대로 군 통신선은 개성공단의 원활한 운영에 필요한 요소다. 그간 개성공단 출입자 명단을 북한에 보낼 때 군 통신선을 이용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이번 조치가 개성공단의 정상적인 운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통일부는 군 통신선과 개성 공단의 연관성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그동안 개성공단을 출입하는 데 있어서 좀 더 편리하게 작업을 하기 위해 군사 통신선을 이용해 왔던 것이다. 개성공단 출·입경 차단과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조치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9년 군 통신선을 차단했을 때도 개성공단 관리위원회 쪽으로 연락하거나 인편을 통해 통행 계획을 북한에 전달했다"며 "물론 군 통신선이 단절되면 당연히 불편하다. 하지만 이것이 개성공단 상황이랑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북한으로부터 군 통신선 단절 통보가 왔지만 개성공단의 출·입경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향후 개성공단 출입경에 대해 "내일이 되어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개성공단에 들어간 인원은 457명, 빠져나온 인원은 468명,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인원은 750여 명이다.
북한의 군 통신선 단절과 관련해 북한이 그동안 해왔던 말을 고려해보면 통신선을 차단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북한이 남한과 전면대결전을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군 통신선을 유지한다는 것이 북한 내부적으로도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현재 남북 당국 간 공식적인 접촉채널이 모두 단절된 상황이라 우발적 상황이 생겼을 때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북한이 군 통신선을 단절한 것은 2009년 3월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북한은 키리졸브 훈련과 대북 전단 살포 등의 이유를 들어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통신선 단절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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