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사르코지 대통령 "튀니지인 고통 과소평가 시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사르코지 대통령 "튀니지인 고통 과소평가 시인"

"'식민 권력 습관' 드러내기 원치 않았다" 발뺌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튀니지 국민들이 겪은 고통을 과소평가했다"며 이번 시민혁명 이전 튀니지의 독재와 인권 탄압에 대해 눈을 감았던 것을 시인하고 유감을 표시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튀니지인들이 느꼈던 절망과 고통, 일종의 질식하는 듯한 느낌을 프랑스가 과소평가했음을 시인한다"며 새로운 정치 시스템을 만들려는 튀니지에 경제 분야 등에서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식민 권력은 옛 식민지의 내정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당성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프랑스가 식민 권력의 습관(colonial reflexes)을 가진 것으로 보이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또한 벤 알리 정권 집권기에 프랑스로 넘어왔던 튀니지의 국부(國富)를 추적해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프랑스 검찰은 벤 알리 전 대통령의 프랑스 내 재산에 대해 기초적인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같은 대응은 '국제투명성기구' 등 3개 단체가 프랑스 검찰에 조사를 촉구한 후 이뤄진 것이다.

한편 유럽연합(EU) 벤 알리와 그의 가족들의 자산을 동결하고, 발견된 재산을 튀니지 국고로 귀속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EU는 또 외교 관계자들이 자산 동결 대상에 포함돼야 할 이전 튀니지 정부 인사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이들은 다음달 4일 열리는 EU 정상회의까지 작업을 완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뉴시스

프랑스는 1881년부터 1956년까지 75년간 튀니지를 식민지로 삼았고, 이후에도 튀니지 권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벤 알리 전 대통령을 '친구'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번 사르코지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이에 대한 일종의 반성인 셈이다.

미셸 알리오트-마리 프랑스 외무장관은 지난 11일 시위 진압을 위해 프랑스 경찰의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튀니지 정부에 제안하기도 하면서 비난을 받았다. 튀니지의 민주화 시위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는 튀니지 정부가 공식 확인한 것만 78명에 달하며, 100명이 넘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도 튀니지에 제프리 펠트만 미 국무부 중동담당 차관보를 파견하는 등 상황 대처에 주력하고 있다.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펠트만은) 과도정부와 민주 개혁, 선거 등에 대한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앞서 과도정부가 각계 각층의 폭넓은 인사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3일 클린턴 장관은 튀니지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미지근한 태도를 보여 왔다. 또 미국은 과거 부시 행정부 때 인권 침해 우려가 있는 튀니지의 '반(反) 테러법'을 지지한 적도 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케네스 로스는 "유럽과 미국은 테러리즘의 방파제 역할을 한다거나 불법 이민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독재를 묵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번 사태에서 배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금 튀니지에서는…

24일 현재 튀니지에서는 아직도 '혁명'이 진행 중이다. 22일 시위대에 합세한 경찰들은 이날도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와 근무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월요일인 이날부터 각급 학교도 다시 문을 열 예정이었으나 교사와 학생들은 학교 대신 시위 현장을 찾았다. 며칠 만에 다시 시위대 진압을 위해 최루 가스가 사용되기도 했다.

과거 정부 인사인 모하메드 간누치 과도정부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대는 총리 집무실 앞에서 밤을 샌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 오전 한때 시위대 일부가 과격한 행동을 보이자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했다. 몇몇 시위 참여자는 이에 격분해 경찰차의 유리창을 파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됐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최루탄을 동원한 진압을 필요로 했던 24일 아침의 충돌은 잠깐 동안 빚어진 일이며 소수의 시위대만 가담했고, 그나마도 곧 평온을 되찾았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 라시드 아마르 튀니지 합참의장이 24일(현지시간) 연설 후 시위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는 시위대에 총격을 가하라는 벤 알리 전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해 일약 영웅으로 떠올랐다. ⓒ뉴시스

한편 이날에는 라시드 아마르 튀니지 합참의장의 연설이 주목을 받았다. 아마르 의장은 총리실 앞에서 시위 중인 군중을 대상으로 "군은 혁명을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혁명이 여러분의 혁명"이라며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혁명이 정치적 진공 상태를 바라는 누군가에게 이용당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시위대에 진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아마르 의장은 벤 알리 전 대통령의 시위대에 대한 발포 명령을 거부해 튀니지 국민들이 영웅시하는 인물이다. 그는 명령 거부 때문에 해임됐으나 벤 알리가 국외로 망명하면서 곧 복직했다.

그러나 연설 중 권력 공백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은 과도정부의 즉각 해산을 요구하는 시위대의 주장과는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는 부분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의 연설이 군이 시위대와 과도정부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와중에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튀니지 정치권은 현재 명망 있는 야권 지도자,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을 두루 포괄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과도정부를 교체하거나 감독하면서 혁명을 수호할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기존 의회를 해산하고 선거를 통해 의회를 재구성한 후 헌법을 새로 쓴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