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P> 통신은 23일 이 전쟁에 참전했던 다보르 도마제트-로소 전 크로아티아군 참모총장이 "당시 정보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 정보요원들이 F-117 잔해가 있는 지역을 누비고 다니며 현지 농부들이 수거한 전투기 잔해를 사들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도마제트-로소는 "중국은 이 잔해를 분해해 모방함으로써 스텔스 비밀 기술에 대한 지식을 얻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 세르비아군 고위 관계자도 당시 수거된 F-117 잔해는 현지 기념품상들에 의해 수집됐다며 "(이중 일부는) 외국 군 관계자들의 손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증언은 중국의 스텔스 기술이 러시아에서 온 것이라는 미국 측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벅 매키넌 미 하원 군사위원장은 지난 18일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받은 정보 위에서 스텔스 전투기를 제조했다고 나는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 중국의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젠-20(J-20)이 지난 12일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 공항에서 시험비행을 실시하고 있다. ⓒ뉴시스 |
도마제트-로소 전 참모총장의 주장에 대해 중국 공군 전문가인 알렉산더 후앙 대만 탐캉(淡江)대 교수는 "논리적인 분석"이라며 "전 크로아티아군 참모총장의 주장은 무시할 수 없으며, J-20 개발에 사용된 스텔스 기술의 원천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국방 싱크탱크인 '왕립 연합 연구소'에서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알렉산더 네일은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중국과 세르비아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발견된 F-117 잔해가 중국으로 건너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군사 컨설턴트 조란 쿠소바치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은 입수된 서방 장비를 중국, 러시아 등과 나눴다"며 "F-117의 잔해는 러시아와 중국의 희망물품 가운데 1순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AP>는 러시아 역시 F-117에서 관련 지식을 얻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수호이 T-50 스텔스 전투기의 시험 모델(prototype)은 지난해 시험 비행을 마쳤으며 4년 내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쿠소바치는 F-117에 사용된 기술 중 특히 레이더 신호를 흡수하는 코팅 기술이 중국 J-20개발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다목적 스텔스 전투기인 J-20은 공중 급유를 통해 중국 영토를 넘어서는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며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등 첨단 기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전 배치까지는 최소 8~9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미 공군의 유일한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의 유력한 라이벌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에서 1981년 개발돼 1983년부터 실전 배치된 F-117은 미군의 첫 스텔스 전투기다. 코소보 전쟁 와중인 1999년 3월 27일 세르비아에 대한 폭격 작전을 수행하던 F-117 1대가 세르비아군의 대공 미사일에 격추된 바 있다. 이 전투기의 왼쪽 날개와 조종석 덮개, 조종사 헬멧 등 잔해 일부는 현재 세르비아의 수도인 베오그라드 항공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미 국방부와 중국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AP> 통신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익명의 미 공군 관계자는 J-20 개발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기술과 F-117에 사용된 기술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 통신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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