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의원(민주당)은 20일 "우리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한·중간의 협력"이라며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미·중간의 조화와 한·중간 협력에 국가 전략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송민순 의원은 이날 미·중 정상회담에 즈음해 홈페이지에 게재한 '한국, 미·중 조화시켜라'라는 글에서 이같이 말하고 "우리가 당장 현실성 없는 북한 붕괴와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 한 한·중 양국은 상당 부분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이 공유하는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의 상생·공영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송 의원은 "지금처럼 북한붕괴론을 내세우면서 소위 '한·미 전략동맹'만을 강조하고 한·미·일 군사협력체제의 구축을 통해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충돌이라는 냉전구도가 팽배했다면 그런 협력과 조율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중간 전략적 협력과 동반의 핵심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며 "중국이 국가전략상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 9.19 공동성명의 실천에 한국이 앞장서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상응해 우리도 중국에 대해 응분의 역할을 강조하면 중국도 그런 요구에 응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왕조들의 멸망은 대부분 중국의 동북지방과 한반도로부터 시작됐다"며 "중국은 자신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세력이 동북지역과 한반도에 이웃하는 것을 결코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6.25 참전을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규정한 것을 언급하며 "유감스럽게도 이 발언은 과거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천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지만 중국의 이런 태도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며 "국가안보에 있어 상수를 변수로 간주하면 위험하다. 오판을 가져오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미·중 정상회담 후 한반도 정세 전망에 대해 송 의원은 "회담 결과를 보면 결국 미국은 우리 정부의 선(先) 남북대화라는 정치적 필요성을 어느 정도 맞춰주면서 적절한 시간을 두고 6자회담의 틀과 조화시켜 미·북 접촉을 진행하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모양새와 환경을 갖추면서 미·중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정지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그러나 미·중이 언제까지나 '선 남북대화' 조건을 전체 그림을 좌우하는 관건으로 간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 정부를 정치적으로 난처하게 만들지는 않는 방식으로 6자회담 재개를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송 의원은 2005년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을 채택할 당시 6자회담 수석대표였고, 노무현 정부 말기 외교통상부 장관을 역임했다. 다음은 송 의원의 글 전문이다.
한국, 美ㆍ中 조화시켜라 21세기 세계질서의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되었던 미.중 정상회담이 어제 열렸다. 실제 41개 항목에 걸쳐 양국관계뿐만 아니라 전세계 문제들을 총망라한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과거 미.소 정상회담 공동성명보다 훨씬 더 포괄적이다. 가히 "G-2 콘센서스"라 할 수 있다. 필자가 냉전시대 미.소 정상간 한반도문제 논의결과를 설명받기 위해 미국 국무부에 드나들던 시절이 다시 떠오른다. 지금이 그 때보다는 낫겠지만 우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강대국의 회담결과에 촉각을 세워야했던 과거로 회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다지고 분단해소의 길을 찾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미.중이 양자관계와 세계문제를 어떤 시각에서 논의하는가를 보면서, 우리의 창만이 아니라 세계의 창을 통해 우리 문제를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금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은 이미 상당한 기간에 걸쳐 무역과 환율, 금융 등 세계경제질서, 대만문제와 서태평양에서의 군사적 배치에서 인권문제에 이르기까지 주요 이슈들에 대한 입장을 조율해왔다. 북핵문제와 한반도 위기 해소방안에 대해서는 6자회담 재개를 통해 실마리를 풀어갈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그 결과 금번 미.중 공동성명에서 한반도는 주요 지역문제의 첫 번째로 가장 비중 있게 다루어졌다. 공동성명은 6자회담과 9.19 공동성명을 5차례나 언급하면서 2005년의 합의이행을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다. 올해 초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6자회담 재개의 조건으로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지 않는다'라는 공개 약속"을 예시한 것이나 미국 국방장관이 "'북한이 더 이상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모라토리엄 선언 및 이행"을 내세운 것,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6자회담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회담재개" 제안에 이어 후진타오 주석이 미국언론과의 사전인터뷰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구체적 조치와 환경조성"을 강조한 것은 이미 양측이 가고자하는 방향과 해법의 윤곽을 보여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先남북대화 後6자회담"을 강조하고 있다. 바람직한 방식이다.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사건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연말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 필요를 대외적으로 밝힘으로서 그 이전의 자세로부터 입장을 어느 정도 선회했다. 한.미간 교감을 반영한 것으로 생각한다. 금번 회담결과를 보면 결국 미국은 우리 정부의 '先남북대화 '라는 정치적 필요성을 어느 정도 맞춰주면서 적절한 시간을 두고 6자회담의 틀과 조화시켜 미.북 접촉을 진행코자 할 것이다. 공동성명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고,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중지 필요에 합의한 점을 밝힌 것은 이러한 제스처의 일환이라고 본다. 중국도 한.미 양국의 이런 필요를 북한이 수용토록 설득하면서, 동시에 미.북간 접촉으로 넘어가는 문턱도 낮추도록 미국에 요구할 것이다. 이런 모양새와 환경을 갖추면서 미.중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정지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원칙적이면서도 탄력성이 있는 입장으로 길을 열어갈 지, 아니면 끝까지 6자회담 재개와 진전에 제동역할을 하고자 할 것인가이다. 그러나 미.중이 언제까지나 "先남북대화" 조건을 전체그림을 좌우하는 관건으로 간주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6자회담 국가 중 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가장 중시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미.북 관계정상화, △북한과의 양자적.다자적 경제협력, 그리고 △남북간 신뢰구축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수립 등 공동성명이 제시한 길은 중국의 국가안보전략과 전적으로 합치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조치들은 중국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역내 국가 모두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들이기도 하다. 이번 회담 준비과정에서 미.중은 북한 핵문제만 집어내서 될 것이 아니라, 한반도 문제의 폭넓은 해결구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재확인했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로 인해 대북협상의 의욕을 상실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기의 절반이 다 되도록 더 나은 대안을 찾지 못했다. 소위 '전략적 인내'는 미국내 팽배한 북한 혐오여론을 반영하는 효과는 있지만, 북한의 우라늄농축시설 공개 등 핵능력 증가와 연평도 피격 등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위험 증가에서 보듯이 효용보다는 부작용이 더 큰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 정부를 정치적으로 난처하게 만들지 않는 방식으로 6자회담 재개를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어떤가. 연초부터 다분히 선전적인 남북회담을 제의하고 있다. 미.북회담으로 가기 위한 통과의례로 남북회담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도 과도하게 정치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또한 新지도부가 주민들에게 '내일은 오늘보다 좋을 것'이라고 설득할 수 있기 위해서는 대남관계개선이 절실하다.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무력도발 중지를 요구하는 중국으로부터의 압력도 커지고 있다. 그래서 특히 연평도 포격 문제를 위주로 남북대화의 접합점을 찾고자 고민 중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갈 길은 무엇인가. 첫째, 창의적이고 공세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그리고 핵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동시에 북측이 나올 수 있는 문턱에도 탄력을 두기 바란다. 예를 들어,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 추가도발 방지 약속, 비핵화 진정성 입증 같은 구체적 행동들을 회담개최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회담의제로 제시하면서 남북회담 일시와 장소를 공식 제의하는 것이다. 대화란 서로 필요로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대화과정에서 다양한 해법이 나올 수 있다. 둘째, 핵문제를 미국, 중국, 북한이 좌지우지하게 하지 말고, 우리가 이니셔티브를 취해야 한다. 우선은 이미 제기되고 있는 소위 "Three No's", 즉 당장 취할 조치로 북한이 더 많은 핵무기(no more bombs), 더 발전된 핵무기(no better bombs)를 얻지 못하게 하고, 또 확산시키지 않는 조치(no exports)를 기본 출발선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뿐 아니라 플루토늄이든 우라늄이든 핵물질을 추가 생성하지 않을 것과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 그리고 물질이나 기술의 이전금지를 즉각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그 다음 2008년 12월 중단된 북핵 불능화 과정을 마무리 짓고, 폐기단계로 진입한다는 전체 구도를 이끌어가야 한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전의 양면인 한반도 평화체제 및 동북아 다자안보대화의 진전도 동시에 필요하다. 9.19 공동성명은 이와 같은 입체적 시각에서 만들어졌고, 거기에는 우리가 분명한 명분과 지분을 갖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셋째, 공고한 한.미동맹을 바탕에 두고 한편으로는 중국과도 진정한 '전략적 협력'이 가능한 구도를 만들어내야 한다.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 해결은 미.중간 조화와 이를 위한 한국의 역할에 달려있다고 본다. 우리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한.중간의 협력이다.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남북이 '상생.공영'하면서 통일로 가는 것이다. 중국 역시 동북아 정세의 불안을 방지하고 북한의 안정과 한반도에서의 충돌방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우리가 당장 현실성이 없는 북한붕괴와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 한, 한.중 양국은 상당부분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정책구도에서 서로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목표를 향한 "전략적 협력"을 위해서는 정책추진과정에서 서로의 공유면적을 넓혀야 한다. 바로 이 점에서 우리는 앞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미.중간의 조화와 한.중간 협력에 국가전략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과거 6자회담 과정에서 한.중 양국은 밀도 있는 조율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 사실이다. 지금처럼 북한붕괴론을 내세우면서 소위 '한.미전략동맹'만을 강조하고, 한.미.일 군사협력체제의 구축을 통해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충돌이라는 냉전구도가 팽배했다면 그런 협력과 조율이 가능치 않을 것이다. 한국이 동북아에서 갈등구조가 아니라 협력구조를 만드는 데 앞장설 때 비로소 한.중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최근 기고대로 미.중이 블록을 형성할 것이 아니라 공동의 장기목표를 강구하는 것이 21세기의 세계를 이끌어가는 길일 것이다. 한반도에 가장 적확한 충고이다. 한.중간 "전략적 협력과 동반"의 핵심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중국이 국가전략상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 9.19 공동성명의 실천에 한국이 앞장서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여 우리도 중국에 대해 응분의 역할을 요구하면 중국도 그런 요구에 응할 것이다. 지금처럼 중국에게 대북제재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책임만 부과하려해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 지금으로서는 대한민국의 누구도 중국관리가 "만약 당신이 내 자리에 있다면 그렇게 하겠소?"라고 반문했을 때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기 어렵다. 중국이 북한의 어깃장이나 붕괴위험을 불사하면서 실효적으로 압박하여 핵도 포기시키고 중국처럼 개혁개방의 길로 나오게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문제는 중국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여건이 성숙치 않는 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한반도와 동북지방의 안전을 국가안보의 핵심으로 바라보고 있고 여기에는 중국의 역사적 경험과 지정학적 요인이 엄연히 작용하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요(遼), 금(金), 원(元), 청(淸)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지난 천년만 보아도 중국왕조들의 멸망은 대부분 중국의 동북지방과 한반도로부터 시작되었다. 원(元)의 남송(南宋) 점령도 1259년 고려를 함락시킨 이후에야 가능했다. 가까운 시기를 보더라도 1945년 얄타협정 직후, 대일참전을 구실로 소련이 군대를 진주시킨 곳도 만주지역이었다. 중국은 자신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세력이 동북지역과 한반도에 이웃하는 것을 결코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과거 중국은 역사적으로 크게 7차례에 걸쳐 한반도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였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인 임진왜란과 6.25 참전을 중국은 각각 "항왜원조(抗倭援朝)"와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으로 부르고 있다. 지난 해 10월 25일 중국의 국가부주석 시진핑은 중국인민의용군의 6.25 참전 60주년에 즈음하여 이를 "정의로운 전쟁"이라 규정했다. 유감스럽게도 이 발언은 과거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천명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지만 중국의 이런 태도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변수(變數)가 아니라 상수(常數)다. 국가안보에 있어 상수를 변수로 간주하면 위험하다. 오판(誤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런 중국과 공유할 수 있는 한반도 청사진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붕괴까지 몰고갈 수 있는 대북압박을 기대하는 것은 외교현장의 지혜가 아니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한국만은 잘 알아야 할 동북아 안보질서 이해의 요체이다. 흔히 6.25를 오판의 전쟁이라고도 한다. 당시 '미국이 한국에서의 전쟁에 적극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중.소의 오판에서 전쟁이 발발했다. 다음에는 '유엔군이 38선을 넘어 한.중 국경까지 진격해도 중국이 개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미국의 오판에서 전쟁은 3년간 지속됐다. 만약 '북한이 정치.안보.경제적으로 중국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특별한 대비책 없이 붕괴해도 중국이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우리 정부가 희망적으로 기대한다면, 이는 60년 전의 오판을 또 다른 형태로 재현시킬 우려가 있다. 당장 눈앞의 싸움에 정신이 팔린 조개와 도요새는 가까이 오는 어부들을 보지 못한다. 북한을 상대로 한 방휼지쟁(蚌鷸之爭)으로 크고 멀리 가야하는 우리의 국익이 어떻게 흘러갈 지 걱정이다. 금번 미.중 정상회담은 동북아를 포함한 세계질서를 이끌어갈 긴 여정의 중요한 기착지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 여정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정확히 읽고 대비해야 한다. 그 길은 대한민국이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에서 미.중을 조화시키는 데 있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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