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타이거마스크'의 정체가 궁금하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타이거마스크'의 정체가 궁금하다

[김성민의 'J미디어'] 저울 위에 놓인 '아이들의 밥과 책' 일본의 선택은?

'다테 나오토(伊達直人)'

2010년 성탄절 아침, 일본 군마(群馬)현 중앙아동상담소 현관 앞에 고가의 초등학생 책가방 10개가 놓여 있었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술렁였다. 고가의 책가방도 책가방이었지만 기부자의 이름 '다테 나오토'가 만화 '타이거마스크'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1970~80년대 수많은 해적판 만화와 TV 애니메이션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타이거마스크'는 60년대 말에 등장해 시청률 20%를 훌쩍 넘으며 80년대까지 재방송이 계속되었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일본의 만화/애니메이션이다.

프로레슬링을 소재로 한 상업만화이면서도 아동 문제, 공해 문제 등 다양한 소재들을 다루면서 주인공 '타이거마스크'를 일본 사회의 문제를 바라보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한 독특한 작품인데, 다테 나오토는 바로 그 '타이거마스크'의 극중 실명인 것이다.

"이 만화영화는 지금까지 각종 사회 문제와 어촌의 과소(過疎) 문제, 요카이치(四日市) 공해 문제(일본의 4대 공해문제 중 하나) 등을 다뤄왔는데, 이번에는 교통사고 고아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가이(甲斐)에 원정을 온 타이거마스크는 공원에서 고독하게 앉아 있는 소년을 발견한다. 힘들었던 자신의 소년 시절을 떠올린 타이거마스크는 소년이 교통사고 고아라는 사실을 알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 위로한다. 타이거마스크와 소년의 따뜻한 만남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링 위에서 펼쳐지는 타이거마스크와 복면마스크의 대결로 끝을 맺는다."
(1970년 12월 17일자 <요미우리신문>)
▲ 1970년 7월 30일자 <요미우리신문>에 실린 타이거마스크. 왼편에 '요카이치 공해에 도전하는 타이거마스크'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처음에 그저 '수줍음 많은 일본인다운 재치 있는 기부' 정도로 여겨지던 것이, 연말 들어 수많은 '다테 나오토'가 등장하면서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고가의 책가방이나 상품권에서부터 노트와 연필,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물들이 전국의 보육시설로 모여들었고, 이른바 '타이거마스크 현상'은 2011년이 된 지금까지도 식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연말연시 일본 사회는 '타이거마스크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로 분주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남아있는 이웃의 따뜻한 정에 훈훈해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익명문화'를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보다 조직화되고 지속 가능한 기부 운동으로 키워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타이거마스크 현상' 자체에 대해 각각 어떤 입장을 취하든, 결국 사람들의 고민은 한 곳으로 모이는 듯 하다. '이 끝도 없는 불황 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밥과 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

▲ 간 나오토 일본 총리(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지난 13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번 간 나오토(管直人) 정권의 개각은 그래서 더욱 주목된다. 개각과 함께 간 정권은 2009정권교체를 이뤄냈던 매니페스토(선거공약)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발표했다. 문제가 있는 공약이나 예산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수정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한층 유연해질 국정 운영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도 있지만, 결국 재원확보에 실패해 내놓은 자구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매니페스토 중에서도 핵심 공약들의 향방. 특히 이미 당초의 공약(아동 1명 당 월 2만6000엔 지급)을 수정(월 1만3000엔 지급)한 형태로 시행하고 있는 아동수당에 관한 관심이 높다.

자민당 시대의 개발주의를 뿌리 뽑겠다는 의미로 민주당이 내걸었던 '콘크리트에서 사람으로'라는 구호의 상징적인 정책이었던 만큼 민주당의 정체성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동수당은 무상급식보다도 넓은 범위의 사회보장정책이라 할 수 있다.

아동수당의 앞길은 험난해 보인다. 2010년도 '한시입법'이었던 '아동수당법'이 사라지지 않으려면 여러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지방정부의 협력 없이는 증액은 고사하고 지속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내각의 의지도 중요하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신임 관방장관이 '근간정책의 철회는 없다'고 못 박았지만, 야당에서 발탁된 자민당 출신 요사노 가오루(?謝野馨) 신임 경제재정상은 야당 시절 아동수당에 대해 '소비세율을 25%까지 올리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던 사람이다.

그런 가운데 '3세부터 중학생까지는 1만3000엔 유지, 3세 미만 아동에 한해 7000엔 증액된 월 2만 엔 지급'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아동수당법안'이 1월 24일 소집되는 국회에 제출된다. 이제 아동수당은 '포퓰리즘'이라는 정치적 비난과 '재원확보'라는 경제적 과제에 맞서 싸워야 한다. 링에 오른 간 나오토 총리는 '세제 개혁'과 '사회보장 정책 일체화'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는 데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다.

간 나오토(管直人)와 다테 나오토(伊達直人). '타이거마스크'의 정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