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민중 봉기로 쫓겨났다가 지난 16일 돌연 귀국한 독재자 장 클로드 뒤발리에 전 아이티 대통령이 체포됐다. 뒤발리에는 1971~86년의 재임 기간 중 저지른 부패, 비리, 횡령 및 기타 범죄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티 경찰은 18일(현지시각)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던 뒤발리에를 체포해 법원으로 호송했다. 뒤발리에는 경찰과 함께 호텔 밖에 주차된 차량에 올랐으나 체포 당시 수갑은 차지 않은 상태였으며 주변에 모인 군중들 중 일부는 야유를, 일부는 응원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법원으로 호송된 후 몇 시간에 걸쳐 판사의 심문을 받았다. 심문은 비공개로 이뤄졌으며 그의 변호사 제르베 샤를은 '판사가 뒤발리에의 부패 및 국유재산 횡령 혐의에 대한 재판이 열릴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AP> 통신에 말했다. 샤를은 재판이 열린다면 3개월 정도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사법부는 재판을 열 만큼 충분한 증거가 있는지 검토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티는 재판 전 구금을 허용하고 있으나 뒤발리에는 출국하지 않는 조건으로 판결 선고시 까지 풀려났다.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법원 밖에서는 수백 명의 뒤발리에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타이어를 태워 연기를 내며 그를 응원했고, 그가 법원을 떠날 때는 환호를 보냈다고 <AP>는 전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그가 법원으로 호송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에게 쓰레기와 돌을 던지기도 했다.
이 통신은 "그러나 뒤발리에의 지지가 폭넓은(widespread) 것이라고 볼 만한 근거는 없다"며 "그와 관련된 시위는 아이티의 기준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아이티 당국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체포에 앞서 뒤발리에가 숙소에서 검찰 고위관계자와 판사를 만났으나 이들이 어떤 내용의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은 것도 그의 신병처리와 관련해 양측이 모종의 사전교감을 가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호텔방에서 뒤발리에를 만났던 가브리에 람부와스 판사는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에게 "검사가 함께 있고 싶다고 해 그를 돕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귀국 이틀간 뒤발리에의 입노릇을 했던 앙리 로베르 스텔랑 전 프랑스 주재 아이티 대사는 "당국이 뒤발리에를 감옥에 보내는지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다.
뒤발리에의 체포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력은 거세지고 있다. 앞서 국제사면위원회(AI)와 휴먼라이트워치(HWC) 등 인권단체들이 그의 처벌을 촉구한데 이어 유엔의 인권 관련 최고기구인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도 18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사무소의 루퍼트 콜빌 대변인은 이날 "범죄 행위가 발생한 국가에서 기소하는 것이 훨씬 쉬운 방법"이라며 "체포와 기소에 앞서 충분한 증거 수집이 있어야 하고, 그 이후에 사법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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